방역·경제 ‘줄타기’…코로나 대응 ‘전념’ 못하는 지구촌읽음

정환보 기자

성급한 경제활동 재개 영향…전 대륙서 확산 ‘동시다발’

WHO, 미국 압박 시달리며 국제 공조 난항…비관 전망

지난해 12월31일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서 첫 코로나19 환자가 보고된 지 불과 반년 만에 전 세계 213개국·자치령에서 1000만명이 넘는 감염자가 발생했다. 각국 정부는 앞다퉈 방역에 ‘올인’했지만 증가세는 오히려 가팔라지고 있다. 특히 미국·브라질 등 ‘발병 대국’에서 연일 기록적인 증가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주춤하는 듯했던 초기 유행국에서도 2차 유행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중남미, 남아시아, 아프리카, 중동 등 전 대륙에서 ‘악순환의 고리’가 인류를 위협하고 있는 형국이다.

28일 코로나19 현황을 집계하는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현재 누적 환자 수는 1010만8000여명, 사망자는 50만1800여명에 이른다.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하루 신규 환자 증가 규모가 10만명을 넘는 경우는 딱 한 차례(4월24일)에 불과했다. 그러던 것이 지난달 하순부터 급증세를 보이면서 지난 26일에는 하루에만 신규 환자가 약 19만4000명까지 치솟았다. 8개월간 8000여명의 감염자를 만들어냈던, 같은 코로나 바이러스 계열인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과 차원이 다르다.

누적 확진자 규모로 세계 1·2위인 미국과 브라질의 확산세는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26일(현지시간) 하루 동안 미국에서만 4만3000여명, 브라질에서는 3만5000여명의 환자가 새로 발생했다. 초기 대유행 지역이었던 중국과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등에서 환자 증가세가 일단 주춤하는 현상을 보였던 것과는 정반대다. 땅덩이가 큰 자국의 지리적 사정을 고려한 보건정책 대신 봉쇄 완화와 경제활동 재개를 서두르면서 감염 확산을 부채질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초기만 해도 중국의 후베이성, 유럽의 이탈리아 북부, 미국의 뉴욕주 등 대륙별 ‘발원지’가 서너곳에 불과했다. 하지만 현재는 사실상 전 대륙에서 동시다발적 확산이 나타나고 있다. 인구수 13억명인 인도, 2억2000만명인 파키스탄, 1억6000만명인 방글라데시 등 남아시아 인구 대국에서도 매일 수천명에서 수만명의 환자가 늘고 있다. 특히 인도에선 27일 신규 확진자 수가 2만명에 육박했다. 남아시아는 보건환경이 상대적으로 열악해 웬만한 방역 조치로는 바이러스 확산을 통제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멕시코·칠레·페루 등 중남미 전역, 아프리카의 남아프리카공화국, 중동의 사우디아라비아·이란에서도 코로나19가 빠르게 번지고 있다.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무엇보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방역과 경제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면서 코로나19 대응에 전념하기가 어려워졌다. ‘컨트롤타워’가 돼야 할 세계보건기구(WHO)는 중국 편향 논란으로 ‘최대 공여국’ 미국의 지원 철회 압박에 시달리고 있어 국제 공조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다만 최근 전 세계 하루 사망자 규모가 지난 4월 중순 최대치(8470명)의 50~60%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은 그나마 희망적이다. 하지만 중증환자가 계속 늘어날 경우 인공호흡기·중환자실 등 의료자원이 또 한 번 품귀현상을 빚을 수 있어 사망률이 다시 치솟을 가능성도 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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