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다' 박신혜, 멜로퀸의 반가운 변신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박상후 기자] 지난 2003년 데뷔 이후 다수의 로맨스 드라마를 통해 많은 사랑을 받았던 배우 박신혜. 그에게는 줄곧 '로맨스 여신', '멜로퀸' 등의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어느덧 30대에 접어든 박신혜는 로맨스에 국한되지 않은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며, 기존 수식어의 틀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며 폭넓은 사랑을 받아온 박신혜는 '#살아있다'를 통해 새로운 연기 변신에 도전했다. '#살아있다'(감독 조일형·제작 영화사집)는 원인불명 증세의 사람들이 공격을 시작하며 통제 불능에 빠진 가운데, 데이터, 와이파이, 문자, 전화 모든 것이 끊긴 채 홀로 아파트에 고립된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생존 스릴러다. 극 중 박신혜는 침착하고 대범하게 자신의 생존 전략을 계획해 나가는 김유빈 역을 연기했다. 그간 당차고 밝은 캐릭터를 연기했던 그는 철저하지만 폐쇄적인 김유빈을 자신만의 색깔로 완성하며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살아있다'는 기존 좀비물과 차별화된 부분으로 관객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지극히 평범한 인물이 가장 일상적인 공간에서 홀로 생존해야 한다는 설정으로 긴장감과 현실적 공감대를 동시에 자극한다. 이에 대해 박신혜는 "대본을 처음 읽으면서도 군더더기가 없었다. 깔끔했다. 이런 소재가 있었나 싶다. 관객들이 봤을 때 강한 느낌을 받을 거 같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갇힌 공간 안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변하게 될지 스스로에게도 질문을 던지게 한 영화다. '살아야한다'라는 메시지만 가지고 장르적 특성을 살려서 끝까지 이어갔던 게 신기했다. 배우 캐스팅을 모두 마치고 대본을 다시 읽었는데 기대가 커지더라. 다채롭고, 리드미컬했다"라고 덧붙였다.
'#살아있다'의 주 공간은 아파트다. 개방형 복도식 아파트라는 한정된 공간은 언제 어떻게 위협이 닥칠지 모르기 때문에 영화적 재미와 긴장감을 높였다. 박신혜는 "원작과 공간 자체가 다르다. 복도식 아파트는 예기치 만남이 자주 이뤄지는 공간이다. 어렸을 때 친적 집을 갔을 때 계단 문이 열리면 무서웠었다. 지금도 무섭게 느껴진다. 그런 부분들이 공포 심리를 자극한다"라고 전했다.
이러한 한정된 공간에서의 촬영은 박신혜에게 어렵게 다가올 수 있었지만, 직전에 찍었던 영화 '콜' 덕분에 크게 어색하지는 않았다고. 그는 "'콜'도 집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영화다. '콜' 덕분에 무전기로 유아인과 주고받는 장면을 찍을 때 어색하지 않았다. 상대방의 눈을 보고 연기하는 게 제일 좋다. 그런 아쉬움은 어쩔 수 없었다"라고 털어놨다.
'#살아있다'는 생존 스릴러답게 생존자와 좀비 간의 치열한 액션신이 자주 등장한다. 박신혜는 첫 좀비물에 도전하는 만큼 단역 배우들과 합을 맞추는 것에 대해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전체적으로 동선을 짜고 촬영에 들어간다. 문 여는 것부터 좀비와 부딪히는 타이밍을 계속 연습했다. 근데 카메라 앵글도 신경 써야 하다 보니 어려웠다. 호흡이 맞지 않으면 카메라 밖을 넘어서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라며 "진짜 무기는 위험해서 아이스픽 등은 모두 모형으로 제작해 사용했다"라고 고백했다.
'#살아있다'는 유아인과 박신혜가 전체적인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두 사람이 극의 중심축이지만, 박신혜는 러닝타임 약 50분 만에 첫 등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살아있다' 출연을 결심했다. 적은 분량은 박신혜가 작품을 고르는 데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그는 "아쉬움은 없었다. 내가 얼마나 나오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작품 자체가 얼마나 관객들에게 흥미를 끌 것인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나는 드라마나 영화를 찍으면서 분량을 욕심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힘을 보는 것 같다. '#살아있다'는 작품 자체로 봤을 때 부족함이 없는 영화라고 생각한다"라며 "사실 개인적으로 폭력적인 걸 좋아하진 않는다. 하지만 사람들이 작품을 접했을 때 느끼는 부분은 모두 다르다. 그 안에서 사람들에게 감정을 나눠줄 수 있다면 어떤 작품이든지 참여할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살아있다'에서 고립된 유아인과 박신혜의 이야기는 공교롭게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비슷하다. 박신혜는 "기존 제목이 '얼론(Alone)'이었다. '#살아있다'라고 바뀐 게 코로나19가 발생한 시점보다 앞선 2월쯤이었다. 시기적으로 조심스럽긴 하다. 극장에 와달라고 홍보하는 것도 어렵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마스크를 안 끼는 분들도 계신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극 중에서도 김유빈이 등장하면서 희망적으로 바뀐다. 사람과의 관계를 맺게 되면서 오준우와 김유빈은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오준우가 김유빈을 만나 희망을 얻듯이 우리 영화를 보시면서 관객분들도 시원한 느낌을 받으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박신혜는 다양한 작품을 소화하며 수많은 수식어를 얻었다. 그는 그간 붙었던 많은 수식어들 때문에 무게감과 압박감을 느꼈다고. 그는 "수식어 달리는 것 자체가 많은 분들이 기대를 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무게가 느껴질 때가 있고, 어떤 모습을 보여드려야 될지 압박감을 느낀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유아인이 '너도 참 고생했겠구나'라는 말을 했다. 이를 듣고 여태 동안의 고생을 인정받은 기분이 들었다. 칭찬도 좋지만 느낌이 묘하더라. 유아인 덕에 수식어가 기분 좋은 부담으로 바뀌었다"라며 유아인에 대한 고마움을 드러냈다.
박신혜는 어느덧 18년 차 배우로 성장했다. 그는 배우로서 조금의 여유도 생기고 노하우도 생겼다. 이에 대해 박신혜는 "조금은 현장을 알게 되는 시점 같다. 아직 완벽하진 않다. 가끔은 서툴고 부족할 때도 있다. 하지만 조금의 여유와 노하우도 생긴 것 같다. 그간의 시간들을 지나오면서 노련미가 생긴 것 같다"라며 "실수했던 행동들을 안 하려고 노력한다. 좋았던 기억들을 떠올리며 잘하려고 하는 편이다"라고 전했다. 매년 다양한 작품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아온 박신혜. 꾸준한 노력을 통해 배우로서 발전해나가는 그에게 앞으로 어떤 수식어가 붙여질지 주목된다.
[티브이데일리 박상후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솔트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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