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백화점·대형마트·면세점.. 오프라인 유통채널 날씨로 보니

윤희훈 기자 2020. 6. 25.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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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맑음', 백화점 '흐리다 맑음'… 코로나19에도 선방
대형마트 '호우주의보', 면세점 '혹한'… '생존 전선'에 내몰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소비자들이 언택트(비대면) 소비가 가능한 온라인 쇼핑몰로 대거 이동하면서 오프라인 유통 업체들이 지난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집콕족'이 즐겨 찾는 편의점은 긴급재난지원금 효과로 그나마 상황이 괜찮지만, 재난지원금 사용이 막힌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울상을 짓고 있다. 항공길이 막히며 이용객이 급감한 면세점은 재고 면세품 국내 판매 허용과 인천공항 임대료 인하로 숨통은 텄지만 여전히 혹한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 유통업계 기상도… 편의점 '맑음'

코로나19 사태에도 편의점 업계의 기상은 쾌청하다. 코로나가 급속도로 확산되던 시기 소비자들이 대형마트 대신 인터넷 쇼핑으로 옮겨가는 와중에도 즉석식품이나 간식, 술·담배 등은 편의점에서 구입을 했기 때문에 타격을 입지 않았다. 오히려 대형마트에서 많이 구입하던 주류나 생필품을 편의점에서 구입하면서 매출이 신장하는 효과를 보기도 했다.

하지만 3월 들어서도 등교 대신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하자 대학가나 지하철역사 등 특수 상권 점포의 매출이 급감했다.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한 3월 한달 간 특수 상권 점포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0%가량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근거리 소비가 늘면서 주택 상권 매출은 늘었지만, 대학가나 유흥가 등 주요 상권에 위치한 점포의 매출이 급감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5월 들어 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한 게 편의점 업계엔 단비가 됐다. 행정안전부가 8개 카드사(KB국민, 농협, 롯데, 비씨, 삼성, 신한, 하나, 현대)의 지난달 11∼31일 신용·체크카드 긴급재난지원금 사용 현황을 분석한 결과, 카드충전식으로 지급된 재난지원금 중 2596억원이 편의점에서 지출됐다.

투자업계는 재난지원금 효과로 편의점 기업들의 올 2분기 실적이 신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종합업체 에프앤가이드는 GS리테일의 올 2분기 연결기준 영업 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7.8% 증가한 907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의 영업이익도 607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년 동기 대비 0.5% 소폭 감소했지만,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30% 감소한 185억원을 기록했던 점을 감안하면 회복세로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 백화점 '흐리다 맑음'… 대형마트는 '호우주의보'

코로나19로 잔뜩 흐리던 백화점도 최근 들어 회복세로 접어들고 있다. 2~4월 실적은 바닥을 쳤지만 지난달부터 회복기로 접어들어 이달 들어선 오히려 전년보다 매출이 오름세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6월 1일부터 21일까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 늘었다. 롯데백화점도 전 점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 늘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코로나 확산 초기 방문객이 줄면서 매출이 급감했지만 5월부터는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면서 "오랜 집콕 생활에 지친 소비자들이 외부 활동을 재개한데다 백화점이 방역 관리를 철저히 한다는 인식이 퍼진 효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백화점은 이번주 주말부터 시작되는 '동행세일'을 계기로 소비 심리가 회복될 것이라 기대한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올해 코로나19 여파가 지속되면서, 유통업 전반적으로 어려움이 많았다"면서 "이번 동행세일 행사가 코로나 극복과 소비 심리 진작의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편의점이 선방하고 백화점이 회복세로 접어든 반면, 대형마트는 굵은 장맛비가 내리고 있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음에도 재난지원금 사용 대상에서도 제외되는 등 규제에 등을 못펴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재난지원금이 지급된 지난달 13일부터 이달 10일까지 대형마트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 이상 감소했다. 롯데마트는 전체 매출액이 7.6% 줄었고, 이마트는 지난달 매출이 4.7% 역신장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올해 5월은 지난해 5월보다 공휴일이 2일이 더 많은 등 매출이 오를 요인이 있었음에도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며 "대형마트에서 재난지원금을 사용할 수 없는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매출 역신장에 대형마트들은 6월 들어 대규모 '쇼핑지원금'을 제공하는 등 모객에 나섰다. 재난지원금을 대부분 소진했을 것이라고 예상되는 만큼 떠나간 손님들을 다시 마트로 오게 하겠다는 것이었다. 업계에서는 규모가 큰 프로모션으로 매출은 회복되겠지만, 영업이익률은 낮아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형마트 업계에서는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가 없다'는 절박한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롯데마트는 실적 악화에 구조조정을 결정하고 연내 17개 점포의 문을 닫기로 했다. 홈플러스는 지난주 부문장 이상 임원들이 급여의 20%를 자진 반납하기로 결의했다. 임원 급여 반납은 홈플러스가 창립한 이후 처음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실적이 창사 이래 최악을 기록한 상황에서 사장 이하 임원진이 스스로 내린 '생존 결단'"이라고 말했다.

◇ '코로나 언제 끝나나'… '혹한'의 면세점

코로나 사태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손님을 보기 힘든 면세점은 분위기가 싸늘하다. 코로나 사태 이후 공항 면세점 방문객은 100분의 1로 줄었다. 매출액은 80~90% 줄며 대규모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4월 국내 면세점 매출액은 9867억원을 기록했다. 면세점 매출액이 1조원을 넘지 못한 것은 4년 1개월만이다.

이달 초 인천공항공사가 공항 면세점 임대료를 50% 할인해주고, 재고 면세품 국내 판매가 본격화되면서 그나마 숨통은 트였다. 하지만 여전히 정상 영업은 요원한 상황이다.

면세점들은 임직원 휴직 신청을 받는 등 비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혹한기를 버티겠다는 생각이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3월부터 주 4일제나 주 3일제 근무와 무급 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주 4일제 근무 신청 비율은 90%가량이다. 신라면세점은 5월부터 주 4일제를 실시한 데 이어 6월부터는 서울 본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유급 휴직 신청을 받고 있다. 기간은 한 달이며 기존 월급 70%가 지급된다. 신세계면세점도 5월부터 신청을 받아 월급의 70~80%를 지급하는 유급휴직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국내 한 대형 면세점 관계자는 "공항 면세점 임대료가 인하로 비용을 줄이고, 재고 면세품 국내 판매로 매출을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게 됐지만 아직도 겨우 생존할 수 있는 정도"라며 "코로나 상황이 해소되고 면세사업이 정상 가동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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