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수 "누구나 꼰대이지만..모욕보단 다독여주세요"
'타짜' 곽철용 이어 능청맞은 시니어 인턴으로 전성기 만끽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제대로 꼰대짓 해보자 다짐했죠. 하지만 폭력적이기만 하면 안 되고, 재밌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예술은 재미죠. 재미없으면 예술이 아니니까."
MBC TV 수목드라마 '꼰대인턴'에서 꼰대(권위적 사고를 지닌 어른을 비하하는 은어) 기질 다분한 시니어 인턴 이만식 역으로 또 한 번 무한한 연기 스펙트럼을 자랑한 배우 김응수(59).
24일 마포구 상암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여러 매체와 한 번에 하는 라운드 인터뷰가 어색한 듯 쑥스러워하다가도 작품 이야기가 본격화하자 특유의 걸걸한 목소리와 함께 분위기를 주도했다.
김응수가 연기한 이만식은 유명 식품회사 부장으로 과거 부하직원 가열찬(박해진 분)에게 온갖 '꼰대질'을 했다가 회사에서 밀려난 뒤 새 직장에 시니어 인턴으로 입사, 부장이 된 열찬과 재회하며 새 삶(?)을 살게 되는 인물이다.
"폭력적이기만 하면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얻기 어려우니 어떻게 재밌게, 또 동시에 능청스럽게, 그러면서도 보편적으로 연기할까에 가장 집중했어요. 남자들은 군대에 가니까 그 경험을 되살리고, 영화 '대부'를 보며 교과서 같은 인간의 군상을 되뇌며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나머지는 현장에 가서 해진이와 주고받았고요."
그는 이어 '꼰대'에 대해 "나는 1%의 꼰대성도 없는 사람"이라고 강조하면서도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진 속성"이라고 웃었다. 그러면서 "'나 때는 말이야'를 하더라도 모욕적으로 하지 말고 '힘들지' 하면서, 밥도 사주면서 다독이면서 말하면 꼰대가 아니지 않을까"라고 자신만의 철학을 내비쳤다.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과감하게 시니어 인턴행을 선택한 이만식에 대해서는 "자존심이 세면서도 '그까짓 것 내가 왜 못해' 하는 게 또 코리안 DNA 아니겠느냐"고 웃었다.
김응수는 "만식의 상황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중장년의 문제다. 환갑에 퇴직해도 정정하고 일할 능력이 충분한데 그만둬야 하는 게 현실이고, 젊은이들은 젊은이들대로 일자리가 없으니 우리 드라마의 울림이 컸다고 생각한다"며 "세대 간 통합의 메시지도 잘 전달된 것 같다"고 했다.
김응수는 제작진과 출연진의 합을 자랑하는 데도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남성우 PD는 신인이지만 참 덕장입니다. 현장에서 쓸데없는 에너지를 쓰지 않았고, 한 번도 문제가 없었어요. 저도 연출을 오래 공부한 만큼 여러 가지 조언을 하고 아이디어를 냈는데, 그걸 잘 읽더라고요. 박해진 씨는 처음에 열찬 역으로 캐스팅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 캐릭터를 선택한 용기에 깜짝 놀랐습니다. 그리고 저와 외모도 닮지 않았나요? (큰 웃음) 해진 씨가 얌전하게 속에 쌓아두는 열찬과 비슷한 점도 많아서, 이만식이라는 가시로 찔러주면 되겠거니 했죠. 해진 씨한테 '아프면 아프다고, 가려우면 가렵다고 반응해라'고 했고, 해진 씨가 그걸 아주 고급스럽게 표현해줬어요."
김응수는 서울예대 연극과와 극단 목화 출신으로, 젊은 시절 일본으로 건너가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의 일본영화학교에 입학해 연출 전공자로서도 능력을 인정받았다. 1996년 영화 '깡패 수업'으로 데뷔한 후 코믹 캐릭터부터 피도 눈물도 없는 악역까지 다양하게 소화하는 연기파 신스틸러로 입지를 굳혔다.
그러다 지난해 온라인에서 영화 '타짜' 속 곽철용 캐릭터가 뒤늦게 재조명돼 인기를 끌면서 온갖 CF 모델을 섭렵하는 등 황혼에 전성기를 맞았다. '꼰대인턴' 속 능청스러운 이만식 캐릭터 연달아 호평받으며 김응수는 연기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을 지나고 있다.
"연봉이 30만원이던 시절이 있었죠. 시행착오도 참 많았고요. 그래서 후배들이 조금이라도 시행착오를 덜 할 수 있게 지금도 시간만 나면 대학로에 나가 이 친구들 연기하는 거 보고, 밥도 술도 사주고 합니다. 박근형, 신구 선생님이 저한테 그러셨듯이. 덕분에 제가 이렇게 잘됐으니까요. 또 이 세계는 의리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그걸 지키다 보면 함께 성장해 있더라고요."
그는 이어 "곽철용 신드롬은 전혀 생각지도 않았는데, 젊은 친구들이 너도나도 '묻고 따블(더블)로 가'를 따라 하는 걸 보고 놀랐다. 뭐가 좋아서 저렇게 봤을까 고민해보니 결론은 '재밌어서'였다"며 "또 생각해보니 곽철용이 살아있었으면 이만식이 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닮은 부분이 많다"고 웃었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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