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왜곡 보도' 연합뉴스 책임자 특파원 내정 논란

김도연 기자 2020. 6. 22. 18:5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테헤란특파원에 2009~2010년 법조팀장 내정… 연합뉴스 기자들 "최악의 불공정 보도 책임자가 특파원 내정이라니"

[미디어오늘 김도연 기자]

2009~2010년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뇌물 수수 사건을 검찰 편향적으로 보도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연합뉴스 기자가 지난 19일자로 테헤란특파원(이란의 수도)에 내정돼 내부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특파원 내정자 정규득 기자는 당시 법조팀장격으로 보도를 진두지휘했고 2012년 연합뉴스 노조의 '103일 파업' 때도 그의 법조팀 보도는 대표적 불공정 보도 사례로 꼽힌 바 있다.

전국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가 '공정보도' 파업 직전인 2012년 3월 발행한 노보를 보면, 연합뉴스의 '한명숙 공판 기사' 편파성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노조는 "공판에 나오지 않은 내용을 검찰의 입맛대로 데스크가 기사에 넣는다거나 피고인(한명숙 전 총리)을 유죄로 단정한 것 같은 기사가 연거푸 송고됐다"고 비판했다. 실제 연합뉴스 현장 기자들이 "이런 왜곡 기사에 내 이름을 못 넣겠다"고 반발해 2010년 3월15일부터 연합뉴스의 한 전 총리 공판기사는 기자 개인의 바이라인이 아닌 '법조팀' 바이라인으로 보도됐다. 한 전 총리 측 변호인이 "연합뉴스 기사는 믿을 수 없다. 연합뉴스 기자는 상대하지 않겠다"고 항의하는 등 연합뉴스 보도는 '언론 불신'을 가중시켰다.

▲ 한명숙 전 총리가 2018년 9월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10·4 남북 정상선언' 10주년 기념식에서 문 대통령의 기념사를 경청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를 테면 "검 '곽영욱 진술 신뢰성 확인후 조사착수'" 등 기사가 '법조팀 바이라인'을 만든 기사로 꼽히는데, 2012년 노조는 "데스크는 현장 기자 기사를 1시간 넘게 고친 끝에 검찰의 일방적 주장을 공판 기사에 섞는 오류를 범했다"며 "이 기사로 현장 기자들은 강하게 항의했고 이후 한동안 '법조팀 기자'가 등장했다"고 지적했다. 정규득 기자가 데스크로서 검찰 편향이었다는 지적이다. "'곽영욱, 한명숙에 1천만원대 골프채 건네'"(2010년 1월26일), "한명숙 피고인 신문도 거부… 재판 파행"(2010년 3월31일) 등 기사도 불공정 보도 사례로 꼽혔다.

정 기자는 2011년 뉴욕 특파원을 시작으로 뉴델리(인도의 수도) 특파원 등 세 번째 특파원 업무를 맡게 됐다. 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는 19일 특파원 내정 인사 공고 전 조성부 연합뉴스 사장에게 이번 인사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불공정 보도 책임자가 특파원에 내정되는 것은 특파원 선발 내규 등을 위반한 처사"라는 지적이다.

정 기자 특파원 내정 소식에 내부도 크게 동요하고 있다. 한 기자는 미디어오늘에 "특파원 내정자는 10년 전 한명숙 왜곡 보도 장본인"이라며 "보도들은 2012년 파업 도화선이 될 만큼 큰 영향을 줬고, 10년이 지난 지금도 연합뉴스 구성원에게 큰 상처로 남았다"고 밝혔다. 그는 "현 경영진은 취임 초기 전 정권 적폐를 청산한다면서 왜곡 보도 책임자를 징계하는 등 나름 개혁적 모습을 보였지만 연합뉴스 역사상 최악의 불공정 보도로 꼽히는 기사의 장본인을 특파원에 발령했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노조 게시판에도 정 기자 특파원 내정을 성토하는 글과 댓글들이 줄줄이 게시됐다. 저널리즘 윤리에 부합한 인사인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 전국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는 2012년 파업 직전인 3월 발행한 노보를 통해 연합뉴스의 '한명숙 공판 기사' 편파성을 비판했다. 사진=연합뉴스지부 특보 갈무리.

정 기자는 2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2012년 파업 당시 해명한 적도 있지만, 공판 기사를 다룰 때, 검찰 표현이나 주장을 인용 보도 처리했어야 했는데 제대로 하지 못한 실수가 있었다. 명백한 나의 데스킹 실수"라며 "내가 부족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보도로 인해) 상처 받은 후배나 독자들이 있다면 미안하게 생각한다. 사과의 뜻을 전하고 싶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정 기자는 "(2009~2010년 법조팀 보도가) 2012년 파업 과정에서 불공정 사례로 지목되기도 했는데 그때 법조팀 보도로 한 쪽에서 억울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면 제 불찰이라고 생각한다"고 거듭 사과의 뜻을 밝혔다. 그는 이어 "현재 테헤란특파원은 4년 넘게 교대를 못해주고 있는 상황이다. 이란의 경우 분쟁이 있는 곳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그동안 지원자가 없었다"며 "내 경우 특파원 경험이 있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후배들이 지원하지 못한 곳에 지원해 나름의 역할을 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사측은 22일 미디어오늘에 "오지인 테헤란 지역은 세 차례 공모에서 지원자가 없어 특파원 임기를 연장한 끝에 이번에 다시 공모를 진행했다"며 "정상적 절차에 따라 이뤄진 재공모에서 1명이 지원하게 됐고 이에 내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미디어오늘 바로가기][미디어오늘 페이스북]
미디어오늘을 지지·격려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

Copyrights ⓒ 미디어오늘.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