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 속에서 씽씽 달리는 자전거

입력 2020. 6. 17.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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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실내운동 꺼리며 ‘자전거족’ 증가…삼천리자전거·알톤스포츠 실적도 ‘쑥쑥’

지난 5월 27일 전북 남원시 요천 자전거길에서 시민들이 자전거를 타고 있다. (/연합뉴스)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올해 2월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우리 사회에 크고 작은 변화가 시작됐다. 우선 지난 5월 26일부터 대중교통을 탑승할 때 마스크의 착용이 의무화됐다. 또 6월 10일부터 코로나19의 고위험 시설로 분류된 실내 운동 시설을 출입할 때는 ‘QR코드’를 찍어야 한다.


◆출퇴근에 제격…전기자전거 인기 급상승

대중교통을 타기도, 단체 운동을 하는 것도 꺼려지는 상황에서 해결 방안으로 급부상한 것이 ‘자전거’다. 중거리를 쉽게 이동할 수 있고 다수와 접촉하지 않고도 야외 운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근 자전거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지난 5월 21일 발간한 ‘코로나19가 가져온 소비 행태의 변화’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전국 자전거 판매점의 매출은 전년 1분기 대비 45% 증가했다. 특히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세를 보였던 2월과 3월에는 판매량이 각각 36%, 69%나 뛰어올랐다.

이에 따라 자전거 기업들 또한 웃음 짓고 있다. 국내 자전거 시장에서는 삼천리자전거와 알톤스포츠가 자전거 시장 1·2위를 차지하고 있다. 자전거 시장은 지난 몇 년간 침체됐었지만 판매율 증가를 바탕으로 양 사의 실적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삼천리자전거는 올해 1월부터 4월 전기자전거의 판매율이 전년 동기 대비 34% 증가했다. 삼천리자전거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언택트(비대면) 운동과 1인용 이동 수단으로 자전거가 각광 받으면서 전기자전거의 판매율이 크게 늘었다”고 분석했다. 삼천리자전거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도 15억원으로 흑자 전환됐다. 지난해 기준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던 알톤스포츠도 올 1분기엔 2억2000만원의 영업 이익을 기록했다.

업계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로 퍼스널 모빌리티와 1인용 운동 제품의 급부상이 판매량 증가를 이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전기자전거는 코로나19 이후 대중교통을 대신할 수 있는 이동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페달을 밟으면 전기가 공급되는 전기 자전거는 장거리 이동도 가능해 출퇴근용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코로나19로 각종 운동 시설에서 감염이 속출하면서 언택트 야외 운동으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는 산악용 자전거의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자전거 기업들도 공격적인 마케팅을 계획하고 있다. 삼천리자전거는 올해 전기자전거 라인업을 대폭 확대했다. 올 초 소비자의 필요에 맞춰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가격과 스펙을 세분화하고 구성을 다양화해 자전거 전 영역을 아우르는 전기자전거 라인업을 선보였다. 올해 신제품 전기자전거는 배터리 용량의 증가로 주행 가능 거리가 늘었고 도보 지원 기능과 사이드 발광다이오드(LED) 등 편의성이 강화돼 출퇴근용이나 레저용으로 모두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특히 2020년 인기 전기자전거로 꼽히는 ‘팬텀Q’는 완충 시 최대 100km까지 주행할 수 있다.

알톤스포츠는 최근 개인형 이동 장치에 관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전동 스쿠터와 전기자전거 등 스마트 모빌리티 라인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개인형 이동 장치는 전기자전거처럼 최고 속도 시속 25km 미만, 총중량 30kg 미만의 이동 수단으로 규정한다. 이에 따라 자전거 도로의 통행이 가능해진다. 알톤스포츠는 이 개정안을 새로운 시장 개척의 발판으로 삼아 플로트FD와 스쿠치 등 전동 스쿠터 제품을 추가하고 전기자전거의 라인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공유 자전거 탑승률도 덩달아 증가 

코로나19로 인해 공유 경제의 열기가 한풀 꺾인 상황에서도 공유 자전거만은 씽씽 달리고 있다. 공유를 께름칙해 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자전거 판매량뿐만 아니라 공유 자전거의 이용률도 증가 추세를 보였다.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는 코로나19 사태에도 이용률이 증가했다. 서울시설공단이 2월부터 4월까지 따릉이 이용 건수를 분석한 결과 총 445만 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282만 건에 비해 163만 건(58%) 증가한 것이다. 카카오모빌리티에 따르면 공유 전기자전거 ‘카카오T’의 대당 운행 완료 수(바이크 1대가 하루에 운행되는 횟수)는 코로나19가 확산세를 보이던 3월과 4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0.4%, 13.6% 증가했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과 함께 있어야 하는 택시나 대중교통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서 1인용 이동 수단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카카오T바이크는 페달을 밟으면 전기가 공급되는 전기자전거로 구성됐는데, 적은 힘으로 누구나 쉽게 탈 수 있고 최대 시속 23km까지 속도를 낼 수 있다. 따라서 대중교통이나 자가용, 택시 이동이 어려운 중·단거리 이동 시 대안적 이동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공유 경제’ 전체가 침체된 상황에서 자전거 시장은 늘어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자전거 관리와 위생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지역별 전담 운영팀은 이용자들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지난 1월 30일부터 핸들·안장·브레이크 등 접촉이 잦은 부위를 주기적으로 소독하고 있다.

서울시설공단도 따릉이 탑승률이 높아짐에 따라 시민들이 자전거 수리 공구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자전거 셀프 수리대’를 시내 5곳에 설치했다. 자전거를 쉽게 세워 놓을 수 있는 C자형 거치대를 비롯해 바퀴 공기 주입기, 스패너와 드라이버, 볼트·너트를 풀거나 조일 수 있는 소켓 렌치 등을 비치했다.
 
[돋보기] 유럽의 도시는 지금 ‘자전거 열풍’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봉쇄령을 시행했던 유럽에서도 ‘자전거 열풍’이 불고 있다. 각국 정부 또한 친환경적이고 타인과의 접촉을 피할 수 있는 자전거 탑승을 권장하고 있다.

KOTRA에 따르면 코로나19로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이탈리아에서는 사회적 거리 두기의 일환으로 대중교통의 혼잡을 방지하기 위해 대체 이동 수단 구매 시 보조금을 지급한다. 이탈리아 정부가 제시한 대체 이동 수단은 자전거·전기자전거·호버보드·세그웨이 등 전동 모빌리티를 포함해 친환경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개인 이동 가능 제품이다. 그중에서도 자전거는 출퇴근을 비롯해 운동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어 대중교통을 대체할 수단으로 각광 받고 있다.

특히 공유 자전거의 확산으로 감소했던 자전거 판매량이 2019년 전체 7.4%, 일반 자전거 6.8%, 전기자전거는 12.7%의 판매 증가율을 보여 13억500만 유로(약 1조8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여기에 이탈리아 정부가 5만 명 이상이 거주하는 대도시 시민이 대체 이동 수단을 구입할 시 60%, 최대 500유로(약 68만원)까지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올해 자전거 판매량은 더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유럽 국가에서도 ‘자전거 열풍’은 마찬가지다. 독일 또한 베를린 도심에 팝업 자전거 도로를 설치하며 자전거 라이더들을 위한 편의 도모에 집중하고 있다. 독일에 거주하는 이은서 한경비즈니스 유럽 통신원은 “독일은 연간 교통권이 있어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기에 편리하지만 최근엔 대중교통 대신 중거리는 자전거를 이용하는 분위기”라며 “주변 독일인들도 대중교통 탑승은 자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코로나19 이전부터 자전거 탑승률이 높았던 스위스에서도 최근 자전거의 인기는 더더욱 상승 중이다. 취리히공대에 따르면 스위스의 4월 1인당 자전거 이동 거리는 2019년 9월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KOTRA에 따르면 스위스는 친환경을 중시하는 경향과 산이 많은 지리적 특성에 따라 전기자전거에 대한 수요가 높다.

mjlee@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1호(2020.06.13 ~ 2020.06.19)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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