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스토리] 마흔 살 LG 이성우를 아시나요?

이형석 2020. 6. 16.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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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 이형석]
은퇴의 갈림길에서 유니폼을 바꿔입고 야구 인생 황금기를 맞이한 LG 이성우. 잠실=이형석 기자
요즘 LG 이성우(39)는 이런 말을 많이 한다.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내게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가?" "좋은 기억이 많이 생겼다"처럼 감격스러운 감정을 자주 밝힌다. 자신의 타구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다가, 한쪽 팔을 높이 들어 올려 환호하며, 동료들의 축하 세례를 받는 경우가 많다.

우리 나이로 마흔. 단 한 번도 주전으로 뛴 적 없이 오랫동안 백업 포수 역할을 맡아온 그는 "언제 유니폼을 벗어도 이상하지 않은데, 내게 이런 일이"라며 30년 야구 인생의 최고 행복한 시기를 맞고 있다.

KBO 리그를 대표하는 거포 박병호(키움)나 최정(SK)은 자신의 홈런 상황을 일일이 기억할 순 없겠지만, 이성우는 다르다. 2000년 LG 육성선수→방출→상무 야구단→SK 육성선수를 거쳐 트레이드로 옮긴 KIA에서 2008년에야 프로에 데뷔했고 지난해까지 개인 통산 홈런이 4개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열린 SK와 더블헤더 2차전 경기. 7회말 이성우가 솔로홈런을 친 뒤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LG 제공
행복한 기억이 한 가지 추가됐다. 지난 11일 잠실에서 열린 SK와 더블헤더 2차전 3-3으로 맞선 7회 말. 1차전에 선발 마스크를 쓴 유강남의 체력 안배 차원에서 2차전 선발 기회를 잡은 이성우는 SK 정영일의 129㎞ 체인지업을 잡아당겨 비거리 106.1m의 홈런을 쳤다. LG가 4-3으로 이겨, 이성우의 홈런은 결승타가 됐다. 프로 데뷔 후 담장 너머로 날려 보낸 7개의 타구 중 첫 결승 홈런. 그는 "결승 홈런은 처음이다. 좋은 기억이 또 생겼다"고 웃었다.

그가 '좋은 기억'을 언급한 이유가 있다. 은퇴의 갈림길에서 유니폼을 바꿔 입고 새 출발했기 때문이다. 2018년 SK의 한국시리즈 우승 뒤 전력분석원 제의를 받았다. 안정적인 환경에서 야구단 업무를 할 수 있었지만 불확실한 현역 유니폼을 입기로 했다. 이 선택이 그의 야구 인생의 '황금기'를 가져올 줄 그땐 몰랐다. 지난해 6월 21일 잠실 KIA전 무사 1, 2루에서 데뷔 첫 끝내기 안타(2루타) 올해 5월 27일 대전 한화전 개인 첫 만루포, 지난 11일 첫 결승 홈런 등 유니폼을 벗었더라면 남길 수 없었던 추억을 하나씩 쌓아가는 중이다. 이성우는 "가슴 벅차오르는 일이 많다. '마흔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가'라고 느껴질 때가 많다"고 환하게 웃었다.

이성우의 올 시즌 성적은 15타수 6안타. 표본은 많지 않지만, 안타 6개 중 홈런이 무려 3개다. 지난해까지 12년 동안 799타석에서 홈런이 4개였는데, 올해 19타석에서 무려 3개. 약 2주 안에 홈런 1개를 추가하면 불과 한 달 사이에 지난 12년 동안 기록한 홈런 개수와 맞먹게 된다. 올해 장타율은 1.000(2008~2019년 0.274)로 엄청난 수치다.

그는 수비형 포수다. 공격력이 약해 주전이 되지 못했던 그에게, 그것도 불혹은 맞은 베테랑에게 놀라운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이성우의 타격 발전을 이끈 주역은 다름 아닌 '현역 최고령 타자' 박용택(41)이다. 이성우는 지난해 연말 박용택으로부터 타격 시 중심 이동과 하체 사용법에 대해 배웠다. 꾸준히 연습한 결과 스프링캠프에서 성과가 나오자 "어라~"하며 놀라면서도 신기했다. 그는 "예전에 선발 포수로 출장해도 (경기 중후반) 내 타석에 항상 대타가 투입돼 교체됐다. 그래도 전혀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육성 선수를 포함해 프로에서 21년째 몸담고 있지만, 방망이를 워낙 못 치니까 타격 코치님께서 '너는 수비 연습만 해'라며 배제하고, 따로 지도해주지 않았다. 거의 독학 수준으로 했다"고 회상했다.

그래서 좋은 팁을 준 박용택에게 고마운 마음이 가득하다. 이성우는 "나는 실패가 두려운 선수가 아니다. 용택이 형의 조언을 귀담아듣고 계속 연습했다. 용택이 형이 '나를 5년 더 일찍 만났더라면 (타격 향상을 이끌어) 주전 포수를 시켜줄 수 있었을 텐데'라고 말한다. 흘러간 세월이 아쉽다"면서 "정말 감사드린다"고 거듭 얘기했다.

이성우
본분은 잊지 않는다. 공격보다 수비다. 그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선발로 출장해 부담이 엄청나게 크다. 내가 선발 기용됐을 때 팀이 이기고 투수를 잘 던지게 도와야 계속 이런 기회를 받으면 1군에 있는 명분이 생기니 수비를 더 잘해야 한다. 선발 출장을 미리 통보받으면 엄청나게 연구하기 시작한다. 수비 욕심이 더 많다"고 귀띔했다. 자신이 결승 홈런을 친 경기에 선발 등판한 임찬규(28)가 6이닝 3실점을 기록했는데 "초반 커뮤니케이션이 잘 이뤄지지 않았다. 포수가 템포를 빨리 가져가야 투수가 공을 던지기 쉬운데 나 때문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며 한참 후배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그런 이성우를 향해 류중일 LG 감독은 "정말 성실한 선수다. 코치를 해도 정말 잘할 것이다"고 높이 평가했다.

개막 후 줄곧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그는 늘 "마지막이 될 수 있다"는 각오로 뛰고 있다. 이성우는 "올해 LG 트윈스 창단 30주년이고, (박)용택이 형의 은퇴 시즌이다. 나도 마지막일 수 있는 만큼 우승 반지를 하나 더 끼고 선수 생활을 마쳤으면 좋겠다. LG가 내게 마지막 팀이다. 처음 입단한 팀에서 (현역 생활을) 끝낼 수 있어 기회를 준 LG에 정말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이제 막 '아빠 이성우'가 야구 선수임을 알게 된 둘째 아들에게 TV 중계를 통해 얼굴을 자주 비춰 더없이 행복하다. 이성우의 현역 생활은 종착지로 향하고 있지만, 어느 때보다 즐겁게 야구 하고 있다.

잠실=이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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