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처리&할인구매 '일석이조'..코로나19가 키운 재고쇼핑
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회사원 A씨는 최근 한 재고 전문 쇼핑몰에서 해외브랜드 공기청정기를 인터넷 최저가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에 구매했다. 누군가 반품했거나 하자 있는 물건을 새 상품으로 단장한 리퍼브 상품이 아닌 새 상품으로, 기업에서 처리하지 못한 재고를 싸게 산 것이다. 운이 좋으면 필요한 물건을 최대 90%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어 A씨는 종종 이곳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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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키운 '재고 쇼핑'
‘재고 시장’이 커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기업의 재고가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재고는 일반적으로 반품 재고, 리퍼브 재고, 새 상품 재고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뉘는데 새 상품을 취급하는 재고 시장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기업은 재고를 처분하고 소비자는 필요한 물건을 싸게 살 수 있어서다.
기업이 팔지 못하고 남긴 악성 재고는 지난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685개 코스피 상장기업이 보유한 평균 재고자산은 약 99조9000억원이었다. 특히 재고가 매출로 반영되는 속도(재고자산회전율)는 11.5회로 2017년 14.3회 이후 2년 연속 감소했고, 재고가 매출로 이어지는 평균일수 역시 같은 기간 25.5일에서 31.7일로 늘었다. 그만큼 기업들의 재고 부담이 커졌다는 뜻이다.
여기에 코로나19까지 발생하면서 기업의 재고 부담은 한계에 다다랐다. 면세점 업계가 대표적이다. 해외여행이 막히면서 지난 4월 기준 면세점 업계의 6개월 이상 지난 장기 재고 면세품은 총 9000억원 규모(추산)가 됐다. 결국 관세청이 장기 재고품을 소진하기 위해 면세품의 국내 판매를 한시적으로 허용했고, 소비는 폭발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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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 재고 풀자 반응 폭발
지난 3일 재고 면세품의 내수 판매를 처음으로 개시한 신세계인터내셔날의 공식 온라인몰 ‘에스아이빌리지’에선 오전 10시 판매를 시작하자마자 15만명이 몰려 한때 접속이 지연됐고, 3시간도 채 되기 전에 명품 대부분이 완판됐다. 하루 총방문자(트래픽)는 평소의 6배가 넘는 123만명을 기록했다. 이렇게 판매되는 면세 명품은 보증서가 제공되지 않고 AS도 불가하지만, 명품을 최대 50%까지 싸게 살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가 몰린 것으로 보인다.
면세가 아닌 일반 재고 매출도 크게 늘었다. 재고 등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리씽크몰은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한 지난 2~4월 매출과 거래 건수가 직전 3개월(지난해 11월~올해 1월)에 비해 각각 20%씩 늘었다. 특히 노트북 등 디지털·전자기기가 비교적 큰 비중을 차지한다. 지난해 1월 설립한 이 회사는 1년 5개월 만에 매출 223억원을 기록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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