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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축사회가 온다] “코로나로 힘든 지금이 개혁 적기, 경직된 사회 구조 뚫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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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축사회가 온다] “코로나로 힘든 지금이 개혁 적기, 경직된 사회 구조 뚫자”

입력
2020.06.12 04:3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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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수축경제 vs 혁신경제

서중해 KDI 소장 “혁신 수용성 어느 때보다 높아, 한국형 뉴딜 등 추진 호기”

서중해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 소장. KDI 제공
서중해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 소장. KDI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정부가 여러 정책적 시도를 하고 있다. 혁신에 대한 국민의 수용성이 높아진 지금 개혁을 해야 한다.”

지난 8일 만난 서중해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 소장은 가파른 수축 사회를 앞두고 혁신마저 잃어버린 한국의 미래를 우려하고 있었다. 경직된 사회 구조와 기득권의 저항에서 벗어나야 혁신 국가로 거듭날 수 있고, 이를 위해서는 정치가 잘 작동해야 한다는 것이 서 소장의 생각이다.

-잠재성장률이 10년 새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2000년대 초반 이후 금융위기 직전까지는 한국과 미국의 경제 격차가 축소됐다. 외환위기 후 4대 부문(금융ㆍ기업ㆍ공공ㆍ노동) 개혁에 나선 효과다. 2008년 금융위기 대응에 다른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었던 것도 그 덕이다. 하지만 그 이후 구조 개혁을 이어가지 못했다. 이번 코로나 위기가 그간 지지부진했던 개혁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개혁이 지지부진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수용성 문제다. 정부가 새로운 시도를 할 때 국민이 반감을 갖는 것은 그만큼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과거 정부 정책에 대한 경험으로 재벌이나 일부 기득권에만 특혜를 준다는 인식이 남아 있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 위기를 계기로 비대면 산업, 재택근무 등이 활성화 되고 의료나 교육 분야에서도 정부 정책이 조금씩 적용되면서 국민들도 상당한 효과를 인정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면 새로운 것에 대한 수용성도 높아질 수 있다.”

-정부의 ‘한국형 뉴딜’에도 중장기적인 구조 개혁 의도가 포함된 것 같다.

“정부가 추구하는 ‘아젠다’는 좋다. 이를 위해 예산도 많이 투입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경직된 사회구조로는 성공하기 힘들다. 더 유연하고 개방적인 경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까지의 실책을 반성하고 국민들로부터 공감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아직까지는 ‘딜’이 보이지 않는다.”

-행정부가 ‘딜’을 이끌기는 힘든 상황이 아닌가.

“과거 우리나라가 행정부 주도 정책을 해 왔다면 이제는 국회(정치)의 역할이 중요해 졌다. 행정부가 아무리 개혁을 부르짖어도 국회가 뒷받침해주지 못하면 그 길로 갈 수 없다. 이해관계에서 나타나는 문제를 푸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지만 그 과정이 미흡했다. 그런 측면에서 정치가 굴러갈 수 있도록 정부에서는 청와대 비서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한 시기다”

-미래의 산업 구조는 어떤 방향이어야 하나.

“제조업 기반은 중요하다. 프레드릭 제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쟁위원회 의장이 최근 영국 씽크탱크인 경제정책연구센터(CEPR)에 한 기고에서 ‘프랑스의 코로나 대응 실패는 제조업을 밖으로 내보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제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융합해야 한다. 전통 제조업체인 현대차만 하더라도 미래를 내다보려면 제조업 기반 서비스업(Manufacturing as a service)을 구현할 수 있어야 한다. 아니면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서비스 기업이 제조의 영역을 침범할지도 모른다. 현대차가 지금은 우리나라에서 시가총액 기준 10위권 회사지만 변하지 않으면 언제 더 밀려날지 모른다는 위기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세계 주요국가 벤처캐피탈 관계망. 이스라앨(분홍색) 벤처캐피탈은 수가 적지만 관계망의 중심에 있고 한국(초록색) 벤처캐피탈은 중심부에서 벗어나 있다. KDI 제공
세계 주요국가 벤처캐피탈 관계망. 이스라앨(분홍색) 벤처캐피탈은 수가 적지만 관계망의 중심에 있고 한국(초록색) 벤처캐피탈은 중심부에서 벗어나 있다. KDI 제공

-일본이나 프랑스 같은 나라는 이미 고령화와 저성장을 겪었다. 이들을 참고할 수 있을까.

“일본은 우리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는 사례다. 우리가 참고할 나라는 유럽이나 일본이 아닌 이스라엘이다. 지구상 2,000만명의 유태인 중 800만명은 이스라엘에 있고 나머지는 세계 각국에 퍼져 있다. 나라는 작지만 해외 유태인 네트워크를 활용해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친다. 전 세계의 벤처캐피털 네트워크를 그려보면 이스라엘은 그 수가 많지는 않지만 대부분 중심부에 분포해 있다. ”

-국경의 개념을 깨야 한다는 의미인가.

“모든 문제를 안(국내)에서만 해결하려는 고정관념을 깨고, 경계를 무너뜨리고 확장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 등 해외 각국에서 한인들의 네트워크가 활성화 되고 있는데 이들을 잘 활용하면 틀을 깰 수 있다. 뒤늦었지만 신남방 정책도 비슷한 맥락에서 의미가 있다. 경제 개발 기치를 내걸고 빠르게 성장하는 나라들과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개방과 연결이 핵심이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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