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영 "조진웅, 이준익 감독의 예상 못한 응원"

강경루 기자 2020. 6. 11. 14:57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조진웅씨가 시나리오를 보낸 지 하루 만에 출연하겠다는 답을 줬어요. '왕의 남자' 이준익 감독님도 영화를 보시고는 '좋은 시나리오야'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놀랐어요."

11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정진영은 "배우로서도 늘 평가를 받았지만, 이번엔 내가 만든 이야기로 평가받는 것이다 보니 정말 발가벗겨진 듯한 느낌이 든다"고 털어놨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8일 개봉하는 영화 '사라진 시간', 하루만에 삶이 뒤바뀐 형사 이야기
18일 개봉하는 영화 '사라진 시간'으로 33년차 베테랑 배우에서 영화감독으로 변신한 정진영.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조진웅씨가 시나리오를 보낸 지 하루 만에 출연하겠다는 답을 줬어요. ‘왕의 남자’ 이준익 감독님도 영화를 보시고는 ‘좋은 시나리오야’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놀랐어요.”

33년차 배우 정진영은 이렇게 말했다. 그의 동료 영화인들이 이 같은 칭찬을 쏟아낸 작품은 18일 개봉하는 영화 ‘사라진 시간’. 30여년간 연극과 영화, 드라마를 넘나들며 활약한 ‘국민배우’ 정진영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한 감독 데뷔작이다. 11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정진영은 “배우로서도 늘 평가를 받았지만, 이번엔 내가 만든 이야기로 평가받는 것이다 보니 정말 발가벗겨진 듯한 느낌이 든다”고 털어놨다.

외피만 보면 영화는 전형적인 미스터리 스릴러처럼 보인다. 화재사건을 수사하던 형사 형구(조진웅)는 하루아침에 자신이 알고 있던 세상이 사라지는 충격적인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그런데 사실 부조리극 같은 예술영화에 가깝다. 외지인 교사 수혁(배수빈)과 그의 아내 이영(차수연), 이들의 비밀을 조사하는 형구, 그리고 하루 만에 형사에서 교사가 된 형구의 이야기가 나열되는데, 기묘한 꿈속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이 영화가 관객에게 낯설게 받아들여질 것을 알았다는 정진영은 “시나리오를 쓰고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다. 보여주면 틀림없이 대중적으로 고치라고 할 것이고, 나도 그 말을 듣게 될 것 같았다”며 “내가 원한 작품은 ‘모난 돌’ 같은 작품이었다. 굳이 말하자면 ‘슬픈 코미디’에 가까운 영화”라고 설명했다.

‘인생이 뒤바뀌는’ 영화를 통해 정진영이 던지고 싶었던 이야기는 “타인이 보는 삶과 자신의 인생 사이에 놓인 고독”이었다. 이 고민은 정진영이 영화감독이라는 17살 무렵 꿈을 4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풀어놓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배우 정진영이 감독한 18일 개봉하는 영화 '사라진 시간'의 한 장면.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2016년쯤 가장으로서 아이를 다 키우고, 배우 인생을 돌아보니 문득 어릴 적 꿈꿨던 예술가의 삶이 떠올랐다는 정진영은 “내게 예술가는 외롭더라도 도전하는 것이었는데, 어느 순간 안전한 시스템에 안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며 “망신당하더라도 도전하고 싶었다. 꿈을 이루게 돼서인지 촬영 한달간 3시간밖에 못 잤는데도 약 먹은 것처럼 힘이 났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사라진 시간’이 예술혼만 가득한, 난해한 영화는 아니다. 나열되는 3개 서사가 이어지지 않는 듯하면서도 상징적으로 연결된다. 예측이 어려운 전개 사이사이 유머러스함도 녹아있다. 조진웅 배수빈 차수연 정해균 등 배우들의 맛깔난 연기도 힘을 보탠다. 열린 결말로 영화가 끝맺는 것에 대해 정진영은 “선문답 같이 느껴질 수도 있다. 다만 재밌는 얘기 끝에 결국 ‘내 삶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거리가 남는 영화이길 바랐다”고 말했다.

정진영 보다 앞서 정우성 하정우 등 후배 배우들이 장·단편 연출에 도전하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정진영은 “연출을 시도하는 후배들이 많아지고 있는데, 감히 조언할 상황은 아니다”며 “각자 자기 색깔을 갖고 작품을 만들면 행복한 것 아니겠나”며 웃어 보였다. 다음 작품에 대해서는 “고민을 많이 해봐야 할 것 같다. 영화를 만드는 건 산에 오르는 것과 비슷하다. 우선 산꼭대기(영화 개봉)부터 오르는 게 목표”라고 답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