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20km] "나는 INFJ, 너는?" 밀레니얼만 아는 요즘 놀이

서지원 인턴기자 입력 2020. 6. 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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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청춘20㎞]는 ‘20대’ 시선으로 쓴 ‘국민일보’ 기사입니다. 요즘 청춘들의 라이프 트렌드를 담아낼 편집숍이죠. 20대의 다양한 관심사를 [청춘20㎞]에서 만나보세요.

“너는 MBTI 뭐야?”
“INFJ라고? E 아니고?”

요즘 ‘유행하는’ 대화다. 여러 사람이 모이면 서로 MBTI를 묻는다. 그리곤 “어, 맞는 것 같아요!” 혹은 “정말요? 예상과 다르네요” 같은 반응을 나눈다.

왜 MBTI는 요즘 청년들에게 유행하는 놀이가 된 걸까?

게티이미지뱅크


MBTI란?

MBTI는 The Myers-Briggs Type Indicator를 줄인 말이다. 우리말로는 마이어스-브릭스 성격 유형 지표다. 마이어스와 브릭스는 모녀 관계다. 이들은 심리학자 융의 이론을 토대로 제2차 세계대전 시기에 MBTI를 만들었다. 이것이 지금은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성격 유형 검사 중 하나가 됐다.

검사는 4가지 기준에 따라 성격 유형을 분류한다. 외향(E)-내향(I), 감각(S)-직관(N), 사고(T)-감정(F), 판단(J)-인식(P)이다. 여기 근거하면 16가지로 성격이 나뉜다. 각 유형에는 별명이 붙기도 한다. 예를 들어 ENFJ 유형은 ‘정의로운 사회운동가’라는 식으로 불린다.


‘요즘 애들’은 왜 MBTI를 즐기나

“쉽게 할 수 있고, 대화 소재로 좋아요”

MBTI 국내 저작권은 한국MBTI연구소가 공식 소유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무료로 간편 테스트를 제공하는 사이트들이 많이 등장했다. 누구에게나 접근성이 높아진 것이다.

대학생 김모씨(26)는 “친구 넷이 카페에 갔는데 다들 MBTI 얘기를 하는 거예요. 저는 안 해봐서 대화에 끼기 어렵더라고요. 그런데 친구들이 스마트폰으로 10분이면 할 수 있다길래 바로 해봤어요. 저는 INTJ가 나왔는데, 서로 성격을 비교하고 짐작해보면서 놀았어요. 재밌더라고요”라고 말했다.

많은 경우 MBTI는 괜찮은 대화 소재가 된다. “MBTI 해보셨어요? 어떤 유형이세요?”라고 묻는다. 그리곤 “오, 저랑 2개나 같으시네요”라든지 “이 유형끼리 궁합이 잘 맞는대요” 같은 대화를 이어간다. 성격이나 경험을 얘기하며 서로를 알아갈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같은 유형의 사람들은 동질감을 느끼기도 한다.

대학생 이모씨(24)는 “성격 유형을 안다는 것도 의미 있겠지만, 사실 그보단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고 싶은 거죠. 질문을 직접적으로 하기는 서로 좀 부담스러울 때도 MBTI로 소재를 찾아요”라고 설명했다.


“그냥 노는 거예요. 웃긴 게 많잖아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인기 페이지 등은 MBTI를 활용한 재밌는 콘텐츠들을 계속 내놓는 중이다. “MBTI 유형별로 상처받는 말” “MBTI별 고백 방법” 등 다양한 콘텐츠가 소비되고 있다.

한 대학생(24)은 자신이 MBTI에 푹 빠져 있다고 말했다. 그는 친구들에게 여러 콘텐츠를 공유하고 논다면서 “사실 재밌자고 보는 거예요. 아, 근데 완전 잘 맞을 때가 더 많은 것 같은데” 하며 웃었다.

MBTI를 활용한 게시물의 댓글들을 보면 자신의 가족이나 친구를 태그한 뒤 “야, 이거 딱 너다” “보자마자 너인 줄” 등의 반응이 상당하다. MBTI 콘텐츠를 공유하면서 함께 재미를 느끼려는 것이다.

인스타그램 '인싸요정' 캡처


“설명 원하는 젊은이들”

나를 스스로 설명하는 도구로 MBTI를 활용하는 이들도 많다. MBTI 유형 설명을 보면서 “맞아, 내가 이렇지” “나에게 이런 면도 있구나” 하는 식으로 스스로 이해하는 것이다. 자신의 성격을 잘 몰랐던 이들은 MBTI 결과를 통해 스스로를 말할 방법을 찾거나 안도감을 얻기도 한다.


나를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때도 “저는 INTJ예요”라고 말하는 게 훨씬 편하다는 이들도 있다. 이런저런 ‘구구절절’한 말보다 MBTI가 훨씬 쉽고 효율적인 설명이란 것이다. 실제로 온라인 커뮤니티 등엔 “입사 지원서 성격 문항에 MBTI 써도 되나요?” “친구랑 MBTI 같이 해볼까요? 그러면 애들이 저를 더 이해할 수 있을까요?” 같은 질문이 올라오곤 한다.

젊은이들에게 MBTI는 때로 길잡이 역할도 한다. 채용 정보 사이트 ‘잡코리아’가 올린 ‘MBTI별 어울리는 직업 추천’이 한 예가 될 수 있다. 진로 탐색이나 직업 선택 같은 결정을 할 때도 MBTI를 판단 지표 중 하나로 참고한다는 것이다.

'잡코리아' 페이스북 페이지


과몰입하기 전 기억해야 할 것들

MBTI를 경험해본 사람들과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MBTI가 절대적 기준은 아니라고 말한다. 과몰입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MBTI는 한 사람이 검사를 받더라도 언제, 어떤 상태에서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리 나오기도 한다. 또 최근 MBTI 유행의 바탕에는 인터넷에서 간단하게 진행되는 테스트들이 있는데 이를 맹신해선 안 된다. 검사 제작자의 적격성을 판단하기 어렵고, 문항의 신뢰도와 타당도 검증도 생략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사람의 성격은 언제든 변할 수 있으니 MBTI 유형을 자신의 전형적 틀처럼 여기지 않아야 한다. 개인의 성격은 MBTI 16가지 유형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데 MBTI는 이 모두를 나타내지 못한다. 유형은 범주를 나눠주는 것이지, 좋고 나쁨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는 것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MBTI, 그것을 공감과 재미의 소재로 보든 설명이나 길잡이로 활용하든 선택은 이 유행을 즐기는 각자의 몫이다. 다만 MBTI를 적절하게 활용하기 위해선 과몰입과 맹신을 경계하는 태도가 필요할 것이다.

서지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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