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아빠' 사정 안따지고 신상공개..배드파더스 논란

박민기 2020. 6. 7.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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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 지급 의지·재정 상황 확인 안해
마이너스 통장으로 양육비 지급..빚 1억
전 아내가 통장 압류..3개월간 지급 못해
"배드파더스에 상황 설명했지만 변화 없어"
구본창 "양육비는 아이 생존권..최우선돼야"
변호사 "확인 없는 일방적 공개 부적절해"
"푸어(Poor)파더라고 무조건 나쁜 아빠 아냐"
[서울=뉴시스] 양육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남성들의 이름·사진 등을 공개하는 '배드파더스'가 당사자의 지급 의지 및 금전적 상황에 대한 확인과 고려 없이 양육권자의 주장만 듣고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경우도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배드파더스 등재 이후 구본창 배드파더스 대표와 A씨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 2020.06.07. (사진 제공 = A씨)

[서울=뉴시스] 박민기 기자 = 이혼 후 양육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남성들의 이름·사진 등을 공개해 대중적으로 잘알려진 사이트 '배드파더스'가 당사자의 지급 의지 및 재정 상황 등에 대한 확인이나 고려 없이 양육권자 말에만 의존한 채 신상정보를 공개해 억울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인터넷상에 신상정보가 한 번 공개되면 당사자에게 돌아가는 피해가 큰 만큼, 양육권자의 주장만 들을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지급 의사 및 금전적 상황 등을 철저히 확인하는 등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7일 뉴시스 취재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이혼 후 홀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A씨는 최근 자신의 이름과 사진 등 정보가 배드파더스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것을 발견했다.

건강 이상으로 이혼 후 하던 일을 관둬 수입이 없던 A씨는 지인들에게 돈을 빌리고 마이너스 통장 등을 통해 1억원 이상의 빚을 져가며 양육권자인 전 아내 B씨에게 양육비와 위자료 등을 보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혼 직후 법원은 A씨가 B씨에게 매달 양육비 80만원과 위자료 2500만원을 지급하도록 했다. 그러나 수입이 없는 A씨는 위자료는 매달 100만~200만원씩 나눠 보내고, 아이를 위한 양육비는 80만원씩 보내겠다는 의사를 B씨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A씨의 예금거래 실적 증명서에 따르면 그는 이혼 직후인 지난해 6~7월 두 달 동안은 양육비로 80만원을 보냈지만, 지난해 8월부터 올해 2월까지는 매달 넣고 있는 자녀의 실손보험비를 제외한 76만7740원을 꾸준히 지급했다.

그런데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약 3개월 동안은 B씨에게 양육비를 지급하지 못했다. "위자료가 제대로 지급되지 않고 있다"며 B씨가 지난 3월15일 모든 통장들을 압류했다는 것이 A씨의 설명이다.

모든 통장이 압류되면서 양육비가 지급되던 A씨의 마이너스 통장도 정지됐고, 이후 지난달까지 약 3개월간 양육비가 지급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배드파더스가 자신의 신상정보를 홈페이지에 게시했다는 것이다.


A씨의 이름과 사진 등 신상정보는 지난달 23일 한 차례 올라간 이후 A씨가 배드파더스 측에 상황을 설명하고 항의하면서 '협의 중'으로 바뀌고 한 차례 내려갔지만, 지난 1일 사전 통보 없이 다시 등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일 오후 기준 A씨의 신상정보는 여전히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다.

A씨는 "양육비는 아이를 위한 돈인 만큼 빚을 내서라도 매달 꾸준히 내고 있었는데, 상대방이 통장을 압류하면서 그마저도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신상정보가 올라간 사실을 처음 알고 깜짝 놀라 배드파더스에 올해 초까지 양육비 등을 지급한 마이너스 통장 내역서를 보냈고, 사진을 내려달라고 했지만 응답이 없어서 신상정보 삭제와 사과문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서를 배드파더스 대표에게 보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구본창 배드파더스 대표는 "이혼할 때 판결문과 양육비 부담 조서 등을 먼저 접수 받은 뒤 양육비가 지급된 내역을 확인하고 지급이 안 된 경우에는 신상정보 등재 전 사전에 통보를 한다"며 "A씨에게도 사전 통보를 했는데 둘이 협의가 안 돼서 이달에 다시 사진을 올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 대표가 제공한 카카오톡 대화 내역에 따르면 그는 지난달 10일 카카오톡을 통해 A씨에게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으셨다는 제보가 접수돼 사실관계의 확인을 위해 카톡을 보냈다"는 내용을 전했다. 그러나 A씨는 해당 공지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구 대표는 사전 통보 당시 A씨에게 전화 등 다른 수단을 이용하지 않고 오직 카카오톡으로만 신상정보 공개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 대표는 "A씨의 경우 '상대방이 통장을 압류해서 지급을 못했다'고 하는데, 상식적으로 비용이 500만~600만원도 아니고 80만원이면 2개월치가 160만원인 만큼 통장이 압류돼서 지급을 못했다는 것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며 "A씨도 빚이 있다고 하지만 양육비는 아이의 생존권을 위한 돈인 만큼 배드파더스 입장에서는 양육비 지급을 최우선 순위로 본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무법인 강남 노영희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양측 모두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겠지만 2~3개월 양육비가 들어오지 않았다고 해서 무조건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신상정보가 일방적으로 공개될 경우 한 사람을 더 궁지로 몰아넣는 경우가 될 수 있고, 그럼 당사자는 재기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양육비를 지급하기가 더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노 변호사는 "배드파더스가 신상정보 공개 대상인 당사자에게 한 두번 연락해보고 연락이 안 되면 묻지도 않은 채 이름과 사진 등을 바로 올려버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상대방 입장에서는 말이 안 되는 상황이고 억울한 경우 명예훼손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도 돈과 시간이 충분한 경우에만 가능한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이어 "배드파더스가 정말 악의적이고 능력이 되면서 고의적으로 지급하지 않는 사람들만 선별해서 신상을 공개해야 하는데, 사실상 이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인력이 부족한 만큼 양육권자 주장만 듣고 실제 일정 기간 양육비가 지급 안된 기록이 있으면 그냥 사진을 올리는 것 같다"며 "물론 나쁜 아빠들도 있겠지만 '푸어(Poor·가난한) 파더'가 나쁜 아빠는 아니지 않느냐. 금전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권력을 휘두르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mink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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