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혜선, 기대에 부응하는 배우 [인터뷰]

우다빈 기자 2020. 6. 7.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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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선 결백 / 사진=키다리이엔티 제공

[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신혜선은 ‘성장형 배우’라는 수식어가 당연한 배우다. 꾸준히 제 맡은 바를 해냈고 실력을 입증했다. 정체되지 않고 늘 발전하는 모습으로 브라운관을 종횡무진하며 다음 행보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신혜선의 대표작은 무수하다. 발레리나부터 검사 역까지 어느 하나 쉬운 캐릭터가 없는데도 모두 하나 같이 입을 모아 ‘인생 캐릭터’라 부른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스크린에서 모친의 결백을 입증하려는 딸을 만났고 추적극의 새로운 서막을 연다.

신혜선의 첫 스크린 데뷔작 ‘결백’(감독 박상현·제작 이디오플랜)은 아빠의 장례식장에서 벌어진 막걸리 농약 살인사건, 기억을 잃은 채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몰린 엄마 화자(배종옥)의 결백을 밝히려는 변호사 정인(신혜선)이 추시장(허준호)과 마을 사람들이 숨기려 한 추악한 진실을 파헤쳐가는 무죄 입증 추적극이다.

먼저 신혜선은 첫 스크린 데뷔작 개봉을 앞둔 소감으로 “갓 데뷔한 신인이 된 느낌이다. 처음 데뷔한 이후 제 얼굴이 나왔을 때 이상한 느낌이 들었는데 지금도 그런 느낌이 든다. 아침에 눈 뜨면 긴장감이 들곤 한다. 지금도 울렁증이 도진 것 같다”며 떨리는 마음을 드러냈다.

신혜선은 스크린 속 자신을 두고 연신 감회가 새롭다며 감탄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실제로 스크린에 자신의 얼굴이 크게 비쳐지는 것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데뷔 이후 신혜선은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 ‘아이가 다섯’, ‘비밀의 숲’, ‘황금빛 내 인생’, ‘단, 하나의 사랑’, ‘서른이지만 열일곱’까지 다채로운 캐릭터를 만나며 주역의 존재감을 입증해왔다. 특히 단역에서부터 꾸준히 계단을 밟아 오른 만큼 그의 연기력은 늘 빛을 발했다. ‘결백’ 속 견고한 연기 내공은 자연스러운 결과다.

신혜선 결백 / 사진=영화 결백 스틸컷


‘결백’은 당초 2월 개봉이었으나 같은 달 발발한 코로나19 집단 감염으로 2차례 개봉을 미뤄야 했다. 스크린 데뷔작이 계속 연기되는 과정에서 속도 상했을 터. 이를 두고 신혜선은 “너무 걱정이 돼 매일 확진자 관련 검색을 했다. 이후 전 세계가 고통을 받았다. 이 때문에 개봉이 연기돼 억울하기보단 사태가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관객들에게도 괜히 죄송하다. 꼭 마스크를 끼고 거리를 두셨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이 작품으로 첫 스크린 주연을 맡은 신혜선은 냉철하면서도 서늘한 성격의 정인을 완벽히 소화했다. 특히 극 중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분노하거나 연민에 찬 표정은 보는 이들의 감정을 자극한다. 이처럼 압도적인 연기력으로 이야기를 홀로 이끈 그에게 시사회 직후 찬사가 쏟아졌다. 그럼에도 신혜선은 자신의 연기에 대해 “객관성을 잃었다. 처음 호흡을 끌다 보니 잘했거나, 못 했다는 생각이 안 들고 후회만 든다. 몇 년 뒤에 조금 더 익숙해지고 나서야 제대로 평가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겸손한 태도를 드러냈다.

영화 현장을 겪고 느낀 바에 대해 “브라운관과 크게 다른 점은 없다. 연기를 해야 하는 마음가짐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적응하기 힘들었다. 대기 시간이 굉장히 길어 인내심이 필요했다. 또 박상현 감독님에게 의지를 많이 했다. 이야기를 가장 이해하는 분이다. 오랫동안 준비한 만큼 신기한 경험이었다. 이 영화의 창작자가 앞에 있다는 것이 믿음직스러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신혜선은 이번 ‘결백’에서 입을 떼고, 숨을 쉬는 것조차 어려웠다고 말해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유난히 부족한 점이 많았다고. 이에 “부족한 점을 계속 반성하며 연기를 했다. 극 중 정인이 엄마의 사건을 맡게 되며 감정의 선이 달라지는 부분이 처음에는 이해가 안 가 어려웠다. 보통 이 대사를 왜 하는지 확실히 정립되지 않으면 연기하기 어렵다. 특히 이번 작품에는 그런 지점이 많았다. 행동과 대사 모두 다 제게 명확하지 않았다. 알고 보니 저와는 다른 캐릭터기에 나타난 심리적 문제였다”며 회상했다.

처음 영화 주연을 맡은 부담감 때문이었을까. 신혜선은 안개 속 숨어있는 캐릭터와 이야기를 찾아 헤매야 했다. 알 수 없는 인물에 대한 수수께끼를 풀어주는 건 다름 아닌 엄마 화자 역을 맡은 배종옥이었다. 텍스트로 이해하지 못 하는 지점은 자연스럽게 현장의 호흡에서 해결됐다.

신혜선은 함께 모녀로 분한 대선배 배종옥의 첫 인상을 ‘무서웠다’고 표현하며 “내가 누가 되지 않아야겠다는 부담감이 생겼고 호흡을 잘 맞춰보고 싶었다. 배종옥이 불편하지 않게 잘 하고 싶었다. 촬영을 하다 보니 그런 생각이 쏙 사라지고 선배가 아닌 어색한 우리 엄마 같은 느낌이었다. 이젠 전혀 안 무섭다”고 전했다.

이후 대립 구도에 서서 이야기의 갈등을 심화시키는 허준호와의 호흡에 대해 이야기가 이어졌다. 그는 허준호에 대해 “너무 변화무쌍한 배우다. 얼마 전 ‘킹덤’을 보고 놀랐다. 평상시에는 구수하고 잘 웃고 좋은 말만 해준다. 그런데 연기를 시작하면 비릿한 느낌이 들더라. 허준호와 연기할 때 너무 무서웠다. 기가 눌리면 안 되는데 너무 비릿해서 속에서 무서움을 느꼈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했다. 그래서 속으로 ‘연기야, 연기’라 생각했다”고 말하며 한창 웃어보이기도 했다.

작품은 무죄 입증을 위한 추적극이지만 동시에 두 모녀의 깊은 갈등을 담으며 여러 갈래의 감정을 선사한다. 신혜선은 극 중 오랜 시간 등 돌렸던 모친에 대해 애증이라는 양가 감정을 혼신을 담아 표현한다. 울기도, 화를 내기도 하지만 정인의 표정은 각기 다르다. 상황 마다 달라지는 톤과 텐션은 그가 얼마나 이야기에 몰두하고 있는지의 결과물이다. 이를 보는 관객들은 극적인 긴장감과 진한 여운을 전달 받는다.

신혜선은 주제에 대해 “법, 정의 등을 다루지만 결국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한 여자였던 ‘우리 엄마’에 대한 이야기라 생각한다. 엄마와 제가 시골에 살다가 나는 서울로 올라와 인텔리가 됐다. 도회적이고 세련된 나와 시골에서 후줄근한 옷을 입은 엄마와 대조적이다. 둘의 삶이 대조적이다. 엄마는 여전히 그곳에 머물러 있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도 있을 것 같다. 엄마 세대와 나의 세대를 담았다. 다양하게 생각할 수 있는 영화”라 설명했다.

그렇다면 ‘결백’은 첫 주연작 외에 또 어떤 의미로 남을까. 이를 두고 신혜선은 잠시 고민에 빠진 모습을 보였다. 이후 나온 대답은 ‘반성과 자기 성찰의 작품’이었다. 관객에게 가장 듣고 싶은 말 역시 단순하고 명쾌했다.

“‘결백’으로 듣고 싶은 말은 ‘재밌다’. 사실 너무 칭찬 좋아한다. 칭찬을 들으면 너무 기분이 좋다. 누가 댓글로 연기 잘한다고 하면 그 댓글을 열 번 정도 곱씹는다.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한다는데 저도 마음 속으로 춤을 춘다. 하지만 그 칭찬에 목매는 나를 보며 위험할 것 같았다. 칭찬을 해주면 너무 좋지만 의연한 마음을 가지고 계속 활동하려 한다.”

매 작품마다 수없이 쏟아지는 칭찬에 짐짓 어깨를 으쓱할 법도 한데 그는 여전히 스스로를 타이르고 정제하는 중이다. 수많은 히트작의 주역다우면서도 여전히 신인 같은 초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쏟아지는 화찬에도 여전히 신혜선은 더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장거리 마라톤 선수처럼 잠시 숨을 고르고는 다시 뛸 준비를 하는 것이다. 그의 목표는 ‘칭찬에 상응하는 배우’다. 신혜선의 길고 긴 여정을 응원하는 까닭이다.

[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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