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성그룹 뭐하니?]② 대상까지 받은 룰라·쿨..90년대 강타한 혼성그룹은?

김현식 2020. 6. 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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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김현식 기자] 팬덤의 규모가 팀의 성패를 좌우하는 지금과 달리 1990년대 가요계에서는 강력한 화력을 갖춘 대규모 팬덤의 지원사격을 받지 않는 혼성그룹들도 굵직한 히트곡을 배출하며 남다른 존재감을 발휘했다. 룰라, 쿨, 샵 등의 곡을 만든 박근태 프로듀서는 이데일리에 “요즘 아이돌 그룹들이 팀 아이덴티티 구축에 초점을 맞춘 곡들을 주로 선보이고 있는 반면에 90년대 인기를 끈 혼성그룹들은 철저히 대중성과 유행에 중점을 둔 곡들로 활동하며 남녀노소 세대를 불문하고 사랑 받았다”고 말했다.

혼성그룹 전성시대의 서막을 연 건 1992년 데뷔한 철이와 미애와 잼이다. DJ 출신 신철과 댄서 출신 미애가 뭉친 철이와 미애는 중독성 있는 후렴구와 이른바 ‘때밀이 춤’ 퍼포먼스가 돋보였던 ‘너는 왜’로 전국의 클럽을 강타하며 댄스 뮤직 열풍을 이끌었다. ‘홍일점’ 윤현숙을 비롯해 조진수, 황현민, 신성빈, 김현중 등이 속한 5인조 그룹이었던 잼은 ‘난 멈추지 않는다’ 등의 곡으로 가요 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하며 인기를 누렸다. 이들은 경쾌한 음악에 스트릿 댄스를 접목한 에너지 넘치는 무대를 선보이며 당시 10~20대의 마음을 훔쳤다.
룰라
1994년 나란히 데뷔한 룰라와 쿨은 가요계에 큰 족적을 남긴 레전드 혼성그룹으로 평가 받는다. 룰라는 고영욱, 김지현, 신정환, 이상민 등이 속한 4인조로 출발했다. 이들은 이듬해 군입대와 함께 팀을 떠난 신정환을 대신해 채리나를 영입한 뒤 낸 2집으로 대박을 터뜨렸다. ‘날개 잃은 천사’를 타이틀곡으로 내세워 활동한 룰라는 이상민의 폭발적인 랩, 김지현의 섹시한 보컬, 흥겨운 ‘엉덩이춤’ 등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앨범 판매량은 일주일 만에 100만 장을 돌파했을 정도. 이와 같은 활약에 힘입어 그해 혼성그룹 최초로 지상파 방송사 가요대상까지 받았다. 룰라는 3집이 표절 시비에 휘말리며 추락했으나 듀스 이현도에게 프로듀싱을 맡긴 4집으로 재기에 성공, 9집까지 활동을 이어갔다. 대표곡으로는 ‘백일째 만남’, ‘비밀은 없어’, ‘3!4!’, ‘연인’ 등이 있다.
쿨 역시 김성수, 이재훈, 유채영, 최준명으로 구성된 4인조로 출발했다. 세련된 쿨재즈풍 음악으로 활동하던 이들은 김성수, 이재훈, 유리 3인 체제로 변모한 뒤 대중적인 댄스 음악을 내세웠고, 3.5집의 ‘해변의 여인’이 대히트한 이후엔 매년 여름에 컴백하며 가요계 대표 여름 주자로 자리 잡았다. 2002년에는 혼성그룹 역사상 처음으로 골든디스크 대상을 받기도 했다. 쿨은 혼성의 장점을 극대화한 드라마틱한 구성이 특징인 댄스곡뿐만 아니라 ‘송인’, ‘아로하’, ‘올 포 유’ 등 감미로운 발라드풍곡으로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최영균 대중문화평론가는 쿨을 “혼성그룹이 낼 수 있는 최대치의 시너지를 낸 팀”이라고 평가했다.
UP
영턱스클럽
이후 1996년엔 UP, 자자, 영턱스클럽이, 이듬해에는 스페이스A가 가요계에 출격했다. UP는 귀엽고 상큼한 이미지를 앞세워 ‘뿌요뿌요’, ‘바다’ 등의 곡으로 인기를 얻었다. 서태지와아이들 이주노가 제작한 팀으로 주목받은 영턱스클럽은 테크노, 하우스 기반 음악에 한국적 감성을 덧입힌 ‘정’, ‘질투’, ‘타인’ 등의 곡으로 꾸준히 활동했다. 자자는 ‘버스 안에서’ 한 곡으로 강한 인상을 남긴 대표적인 ‘원 히트 원더’ 혼성그룹으로 기억된다. 나이트클럽에서 입소문을 타며 인기를 끌기 시작한 스페이스A는 ‘성숙’과 ‘섹시한 남자’의 연속 히트로 입지를 다졌다.
코요태
1998년엔 샵과 코요태가 데뷔했다. 룰라 이상민이 프로듀싱한 샵은 섹시와 큐트 콘셉트를 오가며 ‘텔 미 텔 미’(Tell Me Tell Me), ‘스위티’(sweety) 등의 곡으로 인기 그룹 반열에 올랐으나 멤버간의 불화로 인해 해체했다. 코요태는 시원시원한 가창력을 지닌 여자 멤버 신지를 필두로 ‘순정’, ‘만남’, ‘실연’, ‘파란’, ‘비몽’ 등의 히트곡을 냈다. 이들은 데뷔한 지 20년이 넘은 현재까지도 활발하게 활동 중인 국내 최장수 혼성그룹이다.
거북이
한편, 2000년대 들어서는 ‘빙고’, ‘왜 이래’, ‘비행기’ 등 리더 터틀맨이 만든 ‘뽕끼’를 가미한 댄스곡들로 사랑받은 거북이를 제외하곤 뚜렷한 성과를 낸 새로운 혼성그룹이 나타나지 않았다. 타이푼, 남녀공학 등 혼성그룹이 이따금 데뷔하긴 했으나 히트곡을 내지 못하고 조용히 사라졌다. 현재 가요계에서 혼성그룹의 계보를 잇고 있는 팀은 남자 멤버 비엠과 제이셉, 여자 멤버 전지우, 전소민 등으로 구성된 4인조 그룹 카드 정도뿐이다.

김현식 (ssi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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