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어쩌다...코로나 이어 과격시위 확산으로 사상자 속출

이용성 기자 2020. 6. 1.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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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역서 이번 시위로 최소 4명이 사망”LA, 비상사태 선언하고 주방위군 배치 요청경찰차가 시위 군중 사이로 ‘돌진’하기도

지난달 25일 발생한 플로이드 사건에 반발하는 시위가 지난 닷새째에 접어들면서 미국 전역에서 폭력과 방화, 약탈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고 CNN과 뉴욕타임스 등 미국 주요 매체가 지난 30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조지아주 애틀란타에서 플로이드 사건에 항의하는 성난 군중들의 방화로 차량이 불타고 있다.

CNN에 따르면 최소 30개 이상의 도시에서 시위가 벌어졌다. 캘리포니아주는 이날 밤 시위대가 구찌 등 명품 매장과 상점에 불을 지르고 약탈하자 로스앤젤레스(LA)에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최대 1000명의 주방위군 배치를 요청했다.

사망 사고도 속출했다. 31일 새벽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에서 괴한이 시위대에 총격을 가해 최소 1명이 죽고 3명이 다쳤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29일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서 시위를 지켜보던 국토안보부 보안요원 한 명이 총에 맞아 숨지자 이를 '국내 테러 행위'로 규정했다. NYT는 미국 전역에서 이번 시위로 최소 4명이 숨졌다고 했다. 미니애폴리스에선 시위 현장을 취재하던 흑인 CNN 기자가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30일 뉴욕에서는 경찰(NYPD) 차량 2대가 거리에서 흑인 사망 항의시위를 벌이는 군중들 한복판으로 직행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CNN에 따르면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SNS)에는 이날 뉴욕 브루클린에서 벌어진 시위에서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영상이 확산됐다.

약 25초 분량의 이 영상 속에는 시위를 벌이는 군중들이 'NYPD'가 적힌 경찰차 1대를 발견하고 앞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거리를 점거한 뒤 경찰차를 향해 쓰레기를 던지며 야유를 보내는 장면이 담겼다. 이어 두 번째 경찰차가 군중 앞으로 다가오더니 갑자기 한 순간 사람들 사이를 밀고 들어왔다. 거의 동시에 첫 번째 경찰차도 급발진하면서 바리케이드를 밀어내 앞에 섰던 사람들 여러 명이 밀려 쓰러졌다.

사람들의 비명 속에 분개한 일부 시위 참가자가 경찰차 위로 뛰어 오르기도 했다. 당시 부상자가 얼마나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한인 상점들도 피해를 보면서 1992년 로스앤젤레스(LA) 흑인 폭동 당시 한인들이 집중 타깃이 됐던 것처럼, 흑인들의 분노가 아시아계를 향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중국이 진원지로 알려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 탓에 아시아계에 대한 반감이 커진 것도 이 같은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플로이드가 숨진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의 한인 점포 5곳과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한인 점포 두 곳에서 약탈·방화 피해 신고가 접수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에서 최악의 인종 폭동으로 꼽히는 1992년 LA 폭동은 킹이 1991년 3월 3일 밤 술에 취해 자동차를 몰고 가던 중 경찰의 정지 명령을 무시하고 달아나면서 시작됐다. 킹은 결국 붙잡혀 현장에서 백인 경찰관들에게 무자비하게 얻어맞았고, 이 장면은 인근 주민의 캠코더에 담겨 방송국에 전달됐다. TV를 통해 방송된 경찰의 무차별 구타 장면은 흑인 사회의 공분을 일으켰다.

하지만 킹을 구타한 경찰관 4명은 이듬해인 1992년 4월 29일 재판에서 무죄평결을 받았다. 무죄를 평결한 배심원단은 전원 백인이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LA 지역 흑인들은 거리로 뛰쳐나와 상점을 습격해 약탈과 방화를 저질렀다. 일주일 동안 무정부 상태가 이어지면서 55명이 사망하고 7억달러(약 8700억원)가 넘는 피해가 발생했다.

앞서 지난 25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경찰은 플로이드를 체포하면서 무릎으로 목을 찍어눌렀고, 이때문에 플로이드는 사망했다. 이 사건은 당시 현장을 목격한 행인이 동영상을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리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시위대가 지난 30일(현지 시각) 미 펜실베이니아주(州) 필라델피아 센터 시티의 한 거리에서 시위를 하는 가운데 뒤집힌 경찰차에서 화염이 치솟고 있다

이에 항의하는 시위는 처음에는 미니애폴리스를 중심으로 한 평화 행진으로 시작됐지만 유혈충돌로 격화했다.

미국에서 경찰의 인종차별 논란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지난해 3월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선 백인 경찰이 17세 흑인 소년이 지시에 응하지 않고 달아났다는 이유로 얼굴에 총을 쏴 숨지게 했다. 또 지난해 10월 텍사스 포트워스에서는 자신의 집에서 조카와 게임을 하던 흑인 여성이 갑자기 집으로 들어온 백인 경찰관의 총에 맞아 죽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플로이드가 목이 졸려 숨지는 과정이 행인들에 의해 촬영돼 소셜미디어에 올라가면서 분노가 커졌다. 또 플로이드를 숨지게 한 경찰 데릭 쇼빈이 플로이드와 아는 사이였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분노를 증폭시켰다. 플로이드와 쇼빈은 한 나이트클럽에서 보안요원으로 함께 일한 적이 있다고 CNN은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29일 트위터에 "약탈이 시작될 때 총격이 시작된다"고 쓴 것도 시위대를 자극했다. '약탈이 시작될 때 총격이 시작된다'는 것은 1967년 흑인 시위에 폭력적 보복을 공언한 마이애미 경찰서장이 만든 문구로 차별적인 뜻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조지 플로이드 사망 당일 경찰이 플로이드의 목을 무릎으로 누르고 있는 모습.

미 일리노이대 역사학자인 바버라 랜스비는 워싱턴포스트(WP)에 "오랫동안 지속돼 온 인종적 불평등이 코로나 사태로 인해 극명하게 드러났는데, 여기에 (흑인에 대한) 경찰 폭력이 불평등을 더 부각시켰다"고 말했다. 실제 워싱턴DC의 한 고급 식당 앞엔 붉은 글씨로 "부자들은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낙서가 쓰이기도 했다.

시위가 격화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0일 "플로이드 추모가 폭도와 약탈자, 무정부주의자에 의해 먹칠을 당하고 있다"며 "연방정부가 개입해야 할 수 있다. 이는 우리 군대의 무한한 힘을 활용하는 것과 대규모 체포를 포함한다"고 했다. 연방군을 투입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AP통신은 국방부가 미니애폴리스에 헌병부대 800명을 투입할 준비를 하라고 육군에 지시했다고 전했다.

실제 미니애폴리스에서 체포된 과격 시위대의 80%가 외지인으로 밝혀지는 등 일부 세력이 폭력 시위를 부추기는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흑인인 케이샤 랜스 보텀스 애틀랜타 시장은 지난 29일 “이건 (흑인 민권운동가)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정신이 아니다. 킹 목사가 암살당했을 때도 우리는 이런 짓을 애틀랜타에서 하지 않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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