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어부2' 트로트에 묻히긴 아까운 이경규의 분노의 질주

김교석 칼럼니스트 입력 2020. 5. 29. 13:20 수정 2020. 5. 2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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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웃음 만선으로 돌아온 '도시어부2'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얼마 전부터 SBS <골목식당>에서 백종원이 김성주를 타박하기 시작했다. 농어민들을 위한 백종원의 프로젝트 SBS <맛남의 광장>과 동시간대에 편성된 프로그램이 김성주가 진행을 맡은 무려 TV조선의 <미스터트롯>이었기 때문이다. 쇼는 화려하게 끝났지만 고통은 계속되고 있다. 수요일 <골목식당> 시간에는 시청률 10%를 깔고 가는 <뽕숭아학당>이, 목요일 <맛남의 광장> 시간에는 시청률 20%부터 시작하는 <사랑의 콜센타>와 같은 <미스터트롯>의 연계 프로그램이 자가 증식해 시청률을 독식하고 있다.

물론, '트로트 진행자'라는 타박과 양세형을 향한 편애는 백종원 특유의 농이었지만 이웃을 잘못 만난 고통은 끝나지 않았다. 심지어 tvN의 인기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 생활>도 일정 시간 겹친다. 그런데 잘난 이웃들 사이에서 <맛남의 광장>보다 더 꽝을 치는 프로가 있다. 코로나 시대로 접어들면서 유일하게 강제 반등에 성공한 <도시어부2>가 그 불운의 주인공이다. 24시간 낚시는 기본, 3~4일째 전국으로 낚시를 다니는 엄청난 열정에도 불구하고 이번 방송 중반까지 지난 한 달간 보여준 처참한 조황처럼, 폭발하는 에너지와 다시금 불어난 재미에도 불구하고 시청률과 화제성이 좀처럼 올라오지 못하고 있다.

<도시어부2>는 지난 3월부터 완전히 탈바꿈했다. 김준현, 지상렬, 박진철 등 낚시를 정말 좋아하는 멤버들이 고정화되면서 현존하는 예능 중 가장 에너지가 넘치고, 버라이어티하고 생생한 캐릭터쇼가 전개되는 중이다. 불타오른 낚시 열정은 초창기 이상이다. 이제 고정멤버인 이덕화는 사전 로케작업에 제작진과 함께 일주일을 할애하면서, 본 촬영에서는 거의 말없이 낚시에만 몰두할 정도다. 이런 변화는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의 영향으로 비롯됐다. 대물에 초점을 맞춘 해외 출조가 불가능해지면서 암흑기를 초래한 시즌2의 콘셉트는 자연 종식됐다. A급 예능인 섭외가 수월해지면서 매회 다른 게스트를 모시고 이경규 혼자 악을 쓰며 웃음을 만들어가던 단조로운 웃음 패턴에서도 벗어날 수 있었다.

그간 받아주는 이 없이 홀로 터트리는 오버스러운 감정 업다운과 역정이 간혹 불편하기까지 했던 이경규는 이태곤과 티격태격하는 기존의 라이벌 관계에다가 샌드백 롤을 도맡고 있는 지상렬, 옆자리 앉았다가 새로운 파트너로 급부상한 이수근, 막판 스퍼트를 내기 전까지 어느덧 연속 꽝 기록으로 샌드백 역할로 전락한 박진철 프로라는 새로운 파트너가 가세한 풍부한 웃음 밑밥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익숙하고 뻔한 볼거리를 넘어서면서 이경규의 분노의 질주는 시청자들에게 다시금 웃음과 호감을 갖게 만들었다.

누구와도 호흡을 맞추는 세련된 화법과 빈틈을 메우는 호쾌한 노래와 리액션의 김준현의 가세로 든든해졌고, 메인스트림 예능씬에 가장 가까운 이수근이 등장해 새로운 흐름을 가져왔다. 특히 이수근은 허세와 막무가내가 판을 치고, 장시간 녹화 중 감정변화와 멤버간의 투닥거리가 많은 사이에서 유려한 진행솜씨를 뽐냈다. '제5회 천하제일 붕어낚시 대회'에서는 붕어를 '우주최강 잉어킹 대전'에선 잉어를 잡는 걸 보지 못한 탓에 마찬가지 빈약한 조황이 계속된 '긴급출조 민물소생전'의 중반부까지 이수근은 박진철 프로를 시작으로 프로그램 자체에 대해 깐족이며 분위기를 이끌었고, 이경규의 좋은 파트너가 되어 새로운 '톰과 제리' 의 볼거리를 만들어냈다.

이처럼 최근 <도시어부2>는 고정체제로 전환하고 개성과 능력이 있는 멤버를 늘리면서 캐릭터쇼의 재미를 낚아 올렸다. 멤버들의 역할과 관계가 새롭고 변화가 있어 흥미롭다. 고정을 꿈꾸는 지상렬은 김준현과 이수근을 견제하고, 이런 견제를 무시하는 이수근은 이 팀 전체와 자꾸 한 발 떨어져 있으려 한다. 이경규는 이런 이수근을 못마땅해 하면서도 후배라고 챙기다가 이태곤, 박진철과는 여전한 분란으로 웃음을 책임진다. 모두에게 사랑을 받던 막내 김준현도 이태곤에게 '뜰채' 룰로 인해 불만을 토로하고, 라이벌 이경규는 이를 흐뭇하게 바라보며 깐족인다. 다른 예능에서 본 적 없는 조합이, 기존의 스토리라인을 자연스럽게 풍성하게 만들어 개성 넘치는 캐릭터 군상이 점점 더 조화를 이루는 와중이다.

'도시어부2'는 <도시어부2>는 익숙하지 않는 조합이 주는 신선함, 되살아난 낚시 열정, 매번 바뀌는 게스트, 인턴 체제를 없애면서 <도시어부> 유니버스를 형성하는 스토리, 동일한 목표 하에서 다른 꿈을 꾸는 멤버들의 집합으로 오늘날 가장 웃음 터지는 '리얼'하고 복작복작하는 버라이어티가 됐다. 그리고 이 모든 캐릭터쇼를 아우르는 기반은 다시금 조명 받고 집중되는 낚시를 즐기는 분위기, 낚시터의 즐거움이 그대로 전해지는 열정에 있다.

김교석 칼럼니스트 mcwivern@naver.com

[사진=채널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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