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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 기대했던 세계경제, 홍콩보안법 다툼에 '경고등'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5.28 18:22

수정 2020.05.28 23:50

- 美中 의존도 높은 세계경제 ‘타격’
- 다 죽는 ‘전면전’ 대신 ‘단계적’ 압박
【베이징·서울=정지우 특파원 박종원 기자】미중 양국이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과 제재 절차에 각각 돌입하면서 세계경제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미국이 예고대로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하고 중국이 맞대응한다면 지난해 1차 무역분쟁을 넘어서는 후폭풍을 겪을 수 있어서다. 다만 양국 역시 코로나19의 충격을 극복하지 못한 만큼 상호 공격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홍콩은 미중 양국 모두에게 버릴 수 없는 금융 시장이기 때문이다.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美中 난타전에 세계경제 빨간불
미국이 홍콩의 특별지위 박탈을 실행에 옮길 경우 홍콩은 금융허브의 매력을 상실하게 된다. 현재 홍콩은 미국과 달러 페그제를 통해 홍콩달러를 달러당 7.75~7.8홍콩달러로 고정하고 있다.
이런 환율 안정성 덕분에 홍콩은 아시아 금융허브 역할을 하며 풍부한 외환자본을 유지해왔다. 페그제는 달러의 풍부한 유동성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중국의 통제가 강해지면 홍콩 금융시장의 개방성은 축소되고 미국이나 중국의 자산가들이 굳이 홍콩에 자본을 두고 있을 이유가 사라진다. 이는 대규모 자본 유출로 이어져 외환 보유고 감소와 페그제까지 흔들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이 홍콩보안법 제정 의지를 공표했던 지난 22일 홍콩증권거래소의 항생지수가 전일 대비 5.57% 폭락한 것도 이러한 우려 때문이다. 홍콩 신용등급 하락도 피해가기 어렵다. 실제 미국 신용평가회사 피치 레이팅스는 지난달 홍콩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내렸다. 신용등급 하락역시 자본 유출을 가속화시킨다.

중국 경제 파장도 있다. 홍콩은 중국의 역외 금융센터 역할을 맡아 중국의 외자 유치를 지원했다. 중국제품의 주요 수출 관문이기도 하다. 홍콩보안법은 '중국=홍콩' 등식을 의미해 홍콩은 미중갈등 리스크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 밖에 없다.

미중의 난타전이 언제까지 이어지느냐도 관건이다. 양국은 서로 보복조치를 공언해왔다. 관세, 무역, 투자 등 다방면으로 추가 제재가 지속되면 충격은 피할 수 없다. 문제는 미중 양국의 타격전이 장기화될 경우다. 한국을 비롯해 일본, 호주, 싱가포르 등 대부분의 국가들은 미중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다. 양국 경제 성장이 추락하고 실업률이 치솟으면 그 충격은 고스란히 주변 거래국에게 옮겨갈 것이라는 게 경제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베이징=AP/뉴시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22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 참석해 정부공작 보고를 하고 있다.
[베이징=AP/뉴시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22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 참석해 정부공작 보고를 하고 있다.

■'전면전' 대신 '단계적 압박' 전망
예상되는 또 다른 미국의 제재는 홍콩보안법 제정 관료와 기업에 대한 무역 제한, 미국 내 중국 자산 동결, 비자 제한 등이다. 보안법 제정에 일조한 책임을 묻겠다는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미국이 홍콩보안법 제정을 계기로 그동안 거론해왔던 대중국 압박을 재차 꺼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화웨이를 넘어 중국 5G에 대한 추가 견제 등도 언급된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는 사실상 세계 5G 통신장비 시장에서 중국의 지배력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그 배경이다. 1차 무협합의 파기, 추가 관세 부과 등도 미국이 꺼내들 수 있는 카드다. 중국 경제 소식통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을 감안하면 한꺼번에 제재한 뒤에 하나씩 합의해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중뿐만 아니라 모두가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 극한 선택은 서로 피할 것이라는 해석이 더 많다. 어느 지점에서 합의점을 찾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예컨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지지세력 상당수는 금융재벌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홍콩에 제재를 주면 이 같은 지지세력의 손해도 불가피하므로 다른 수단을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경제 소식통은 “금융보다 관세 등 다른 분야로 압박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관세도 홍콩에겐 실질적 타격을 주긴 쉽지 않다. 홍콩의 제조업은 전체 산업 중 1% 수준이다.
결국 겉으로 보기엔 강력 대응조치지만 실제 충격은 이처럼 미미한 수단을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 대신 반중감정이 고조된 미국 내에서 지지도 상승은 기대 가능하다.


이 소식통은 "전면전은 미국의 역성장을 감당해야하는데 대선을 앞두고 그런 선택은 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발언은 강하게 하면서도 제재는 여론을 지켜보며 단계적으로 꺼내드는 외강내유 전략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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