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유전자가 코로나 감염 부른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2020. 5. 2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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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50만명 유전자 데이터베이스 분석
알츠하이머 유발하는 APOE4 돌연변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두 배나 높여
치매를 유발하는 유전자 돌연변이가 코로나 감염 위험을 두 배나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Medicalnewstoday

치매를 유발하는 유전자가 코로나 감염도 두 배나 더 잘 일으킨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앞서 치매 환자들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더 잘 감염된다고 알려졌지만, 원인이 되는 유전자를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국 엑시터대 의대와 미국 코네티컷대 의대 공동 연구진은 26일 국제학술지 ‘노인학 저널: 내과학’에 “대규모 인원을 대상으로 한 유전자 분석에서 알츠하이머 치매를 유발하는 아포지단백E(APOE) 유전자 돌연변이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을 두 배나 더 심하게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지정 노인성치매임상연구센터에 따르면 알츠하이머 치매는 19번 염색체에 있는 APOE 유전자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APOE 유전자는 혈중 콜레스테롤을 조절하는 단백질을 만든다.

APOE 유전자는 e2, e3, e4 등 세 가지 대립유전자를 갖는데, e4를 두 개 가진 사람이 하나도 가지지 않은 사람에 비해 치매 발병 가능성이 20배나 높아진다. 이런 APOE4 돌연변이는 유해 단백질인 베타아밀로이드가 뇌에 쌓이게 해서 신경세포를 파괴한다고 알려졌다.

◇치매 환자가 코로나에 취약한 이유 밝혀

아포지단백E(APOE) 유전자가 APOE3 형이면 지질을 신경세포에 제대로 전달해 신경세포가 건강하지만 APOE4 돌연변이거나 노화로 지질 수송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신경세포가 파괴돼 치매를 유발한다고 알려졌다./Nature

앞서 연구진은 치매 환자는 코로나에 3배나 더 잘 걸린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번에 그 원인을 찾기 위해 영국인 50만명의 유전자 정보를 가진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 데이터베이스와 코로나 양성 확진을 받은 환자 721명의 유전자를 비교했다. 그 결과 APOE 유전자가 e4e4 돌연변이 형태인 APOE4이면 e3e3인 APOE3보다 코로나 발병 위험이 두 배나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유럽계 38만2188명 중 APOE4인 사람은 2.36%(9022명)인데, 코로나 확진자는 5.13%(37명)가 같은 돌연변이를 갖고 있었다. 연구진은 이를 근거로 APOE4 돌연변이를 가진 사람은 10만명당 410명꼴로 코로나에 걸릴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APO3 돌연변이는 10만 명당 179명이 코로나에 걸리게 한다고 추산된 것에 비하면 두 배 이상 위험도가 높은 수치다. 코네티컷대 의대의 치아-링 쿠오 박사는 “코로나 감염을 유발하는 유전자 돌연변이를 찾아냈으므로 새로운 코로나 치료법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교신저자인 엑시터대 의대의 데이비드 멜저 교수는 “앞서 여러 연구에서 치매 환자가 코로나를 심하게 앓을 위험이 크다고 확인했다”며 “이번 연구는 코로나 위험도가 단순히 치매 환자가 있는 환경에 바이러스가 많다거나 환자가 고령이고 체력이 약해서가 아니라 유전자가 원인임을 밝혀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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