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집'에서 그들만 배가 불렀다

김동인 기자 입력 2020. 5. 25.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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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계가 설립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거주 시설인 나눔의집이 비리 의혹에 휩싸였다. 〈시사IN〉이 나눔의집 법인 자료를 분석한 결과 후원금 운용과 시설 운영에서 커다란 문제점을 확인했다. 사무국장의 개인 비위 의혹 등도 불거졌다.
ⓒ시사IN 이명익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집에 돌아가신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흉상이 세워져 있다.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에 위치한 ‘나눔의집’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상징하는 중요한 물리적 거점이다. 나눔의집 공간은 크게 할머니들이 거주하는 생활관과 이들이 경험한 전쟁 성범죄 역사를 아카이빙한 역사관(박물관)으로 나뉘어 있다. 생활관 정면에는 이곳에 머물다가 고인이 된 할머니들의 흉상이, 생활관 뒤쪽에는 고인의 넋을 기리는 추모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2020년 5월 기준 ‘위안부’ 피해 생존자는 18명, 이 가운데 6명이 나눔의집에 머물고 있다. 정치인들을 비롯해 피해 할머니들이 겪었을 폭력에 함께 마음 아파하는 평범한 시민들도 줄지어 방문한다. 방문객 중에는 자국의 역사를 반성하는 일본인도 적지 않다. 반성 없는 역사를 대신해 적지 않은 사람들이 지난 25년간 나눔의집에 십시일반 지갑을 열었다.

그러나 나눔의집의 ‘진짜 주인’은 할머니들이 아니었다. 후원금은 피해 할머니들에게 온전히 돌아가지 않았다. 〈시사IN〉은 2001년부터 2020년까지 나눔의집 법인 이사회 자료 등 약 60GB에 달하는 자료를 확보해 분석했다. 윤미향 비례대표 당선자(전 정의기억연대 이사장)를 둘러싼 ‘잡음’과 나눔의집 문제가 비슷한 시기에 수면 위로 떠올랐지만, 정의기억연대와 나눔의집은 운영 주체 및 운영 방식이 완전히 다른 별개 조직이다.

나눔의집 직원 7명은 2019년 3월부터 내부에서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왔다(나눔의집 문제 공론화한 내부 고발자들의 ‘헌신’ 기사 참조). 후원금 문제 외에도 내부 비위가 상당했기 때문이다. 법인 내부감사도 받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문제없음’이었다. 시설 감사를 담당하는 광주시, 법인 감사를 담당하는 경기도청이 최근 특별감사 속도를 높이고 있지만 나눔의집 직원들은 지자체의 관리감독을 신뢰할 수 없어서 언론을 찾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자체가 나눔의집 운영에 대해 문제를 지적할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음에도 사실상 방관해왔다고 판단한다.

나눔의집은 1992년 불교계가 설립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공동 거주·요양 시설이다. 겉보기에는 단일 시설 같지만 법적으로 이곳은 세 부분으로 나뉜다. ‘사회복지법인 대한불교조계종 나눔의집(이하 법인)’과 피해 할머니들이 실제로 생활하는 ‘거주·요양 시설(이하 시설)’, 그리고 부속 ‘박물관’이다. 사람들은 나눔의집이라고 하면 ‘시설’을 가장 먼저 떠올리지만, 가장 상위 조직은 ‘법인’이다. 시설과 박물관 운영을 법인이 총괄하는 형태다. 이 법인 이사진 3분의 2 이상은 조계종 승려이고, 대한불교조계종사회복지재단 홈페이지에서도 불교사회복지사업의 일종으로 소개하고 있다.

후원금이나 후원물품 등은 할머니들이 거주하는 시설이 아닌 법인으로 들어갔다. 회계상으로도 법인의 세입(수익)으로 잡힌다. 이 돈을 할머니들이 직접 쓸 수 있도록 하려면 법인이 시설에 전출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후원금 대부분은 법인 계좌에 묶여 있다. 피해 할머니들이 실제 생활하는 공간인 시설 예산으로는 일부 금액만 전출되었을 뿐이다. 이를테면 2019년 한 해 동안 법인이 거둬들인 후원금은 총 26억152만6539원이었다. 이 가운데 피해 할머니들이 거주하는 시설로 넘어간 돈은 겨우 6400만원이었다.

법인에 쌓인 후원금 가운데 ‘얼마를 시설로 보낼지’는 조계종 관계자들로 구성된 법인 이사회가 결정한다. 운영진이 예산안을 짜면 매년 2월에 열리는 이사회에서 이를 승인하는 방식이다. 시설로 넘기지 않고 남은 후원금은 재산적립금(부동산 등)으로 쓰이거나 다음 해 예산으로 이월된다. 이렇게 남긴 돈은 2019년까지 약 60억원(이월금, 2020년 예산안 기준) 규모다. 이미 구입해둔 토지, 건물 등을 제외한 액수다.

후원금은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나는 반면 시설로 보내는 전출금은 제자리걸음을 반복했다. 회계 기록이 남아 있는 2004~ 2019년 16년간 후원금과 시설 전출금 규모를 따져보았다(〈그림〉 참조). 나눔의집에 들어오는 후원금은 2011년까지 1억~2억원대를 유지했다. 2004~2011년엔 적게는 4100만여 원(2007년)에서 많게는 8500만여 원(2010년)이 시설로 향했다.

박근혜 정부가 한·일 위안부 문제 협상을 추진한 2015년에는 한 해 후원금이 9억6300억원대로 늘었고, 이듬해인 2016년에는 17억원대로 급증했다. 이 같은 추세로 2019년 한 해 후원금이 26억원대까지 증가했다. 사과나 반성도 없이 시간이 가기만 기다리는 ‘가해자’를 대신해 시민사회가 보낸 응원이었다. 그러나 막상 피해 할머니들이 거주하는 시설로 들어간 돈은 2020년이 될 때까지 한 해 1억원을 넘기기 어려웠다.

2018년 2월28일 나눔의집 이사회에서 요양원 설립 계획이 논의되었다.

“할머니들에게 돈 안 쓴 것, 참 잘했다”

이사회 회의록을 보면 ‘후원금 운용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이사진과 운영진 모두 인지하고 있었던 것 같다. 2017년 2월23일 법인 이사회 기록을 살펴보면 최광식 이사(화평 스님)가 안신권 나눔의집 소장에게 이렇게 묻는다. “할머니들한테 드리기로 한 돈을 안 썼다는 건 참 잘한 것 같다. 대외적으로 봤을 때 지원하기로 한 돈을 (할머니들에게) 안 주는 것에 대한 문제점을 생각해보았나?” 안 소장은 이렇게 답한다. “시설 평가자들이 ‘대부분 후원자들은 솔직히 할머니 보고 하는데 왜 법인으로 (후원금을) 다 주느냐’고 물어서 ‘지금 관례상 이렇게 하고 있고 시청과도 얘기가 됐다’고 답했다.” 이사가 후원금을 안 썼다고 칭찬하는 것도, 소장이 시설 평가에서 나온 지적에 문제없다고 답한 것도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이렇게 쌓인 적립금을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자는 주장이 이사회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이사회가 그리는 ‘큰 그림’은 2018년 2월28일 이사회 영상기록에 남아 있다. 이사회 사회를 맡은 이규정 상임이사(원행 스님, 현 조계종 총무원장)는 “이사님들께 보고드렸습니다만, 좀 더 후원금을 받아서 2~3년 계획을 세워 1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요양원을 지었으면 한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 뜻을 기려서 미군 기지촌 여성이나 현대 미혼모까지 모시도록 생각하고 있다. (2017년까지 쌓인) 37억원 정도로는 부족하고 100억원 정도는 잡아야 100여 명을 수용할 만한 요양원을 지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시사IN 이명익나눔의집 전경. 테두리 표시된 토지를 매입하기 위해 후원금을 사용했지만, 소유자는 안신권 소장으로 돼 있다.

현재 나눔의집에 남아 있는 위안부 할머니들이 모두 떠날 경우, 현 시설과 법인을 어떻게 운용할지 계획을 밝힌 대목이다. 그해 8월, 이규정 상임이사는 조계종 총무원장으로 선출되었다. 조계종에서 가장 높은 지위를 가진 인물의 ‘마스터플랜’이 나눔의집 운영 방향이 된 셈이다.

피해 할머니들의 ‘사후’를 의식한 흔적은 법인 정관에도 나타난다. 1997년 설립 초기, 나눔의집 법인 정관에는 이 법인의 ‘사업 종류(제4조)’를 ‘정신대 할머니들을 위한 요양시설 설치’라고 명시했다. 그러나 이후 23년 동안 법인 정관은 점차 초심에서 멀어진다. 2016년 11월 개정 정관에는 ‘사업 종류’에 ‘무의탁 독거노인들을 위한 무료 양로시설 설치 운영’ ‘무료 요양시설 설치 운영’ ‘미혼모 생활시설 설치 운영’ 등이 명시된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 대한 사업은 ‘역사관 운영’이라는 기념 및 추모사업뿐이다. 이마저 올해 개정된 정관에서는 ‘무료’라는 글자를 삭제해 향후 수익형 요양시설을 운영할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할머니들을 위한 후원금 집행에는 인색했지만, 운영진과 이사진들을 위한 일에는 ‘예외’가 허용되곤 했다. 2016년 7월에는 송현섭 대표이사(월주 스님)의 책을 대량 구입하기 위해 법인 후원금 계좌에서 100만원을 납입했다. 안 소장은 나눔의집 건설 자재인 보도블록을 트럭에 실어 자신의 집으로 가져가기도 했다. 이때 동원된 인력은 나눔의집 시설에 파견 중이던 사회복무요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이었다.

나눔의집 운영진은 2019년 7월 내부공사를 이유로 피해 할머니의 기록물 등을 야외에 방치했다가 폭우에 훼손됐다.

시설 운영비 대부분 국고보조금으로 충당

이사회가 후원금을 적립하는 동안 정작 피해 할머니들이 생활하는 ‘시설’은 어떻게 운영되었을까? 한 해 약 6500만원으로 충분했을까? 나눔의집 시설 운영 기반은 사실 후원금이 아니다. 대부분 국고지원금이 충당하고 있다. 다시 2019년 결산 자료를 살펴보자. 피해 할머니들 실생활 시설 운영에 쓰인 돈은 한 해 약 4억2600만원 선이다. 시설 직원들의 급여, 유지·보수 비용, 운영비 등을 포함한 금액이다. 나눔의집 시설은 경기도 광주시에 ‘노인주거복지 시설’로 등록되어 보조금을 받고 있다. 2019년에도 보조금 3억743만원이 지급되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생활에 쓰이는 돈 대부분은 국고보조금으로 집행됐다.

법인 이사진과 운영진이 ‘100억원대 요양원’을 꿈꾸는 동안 피해 할머니들은 자신을 돌보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자부담해왔다. 나눔의집 직원들의 문제 제기도 여기서 출발했다. 이들이 보기에 법인의 왜곡된 후원금 집행 구조 때문에 할머니들이 피해를 당하고 있었다. 김대월 나눔의집 학예실장은 운영진이 ‘예산 절감’을 이유로 의료, 식비, 유지·보수 등에 인색하게 굴었다고 주장했다. “요양 중인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의복비, 생활용품은 물론이고 병원비조차 직접 부담해야 했다. 안타깝게 세상을 먼저 떠난 분들에 대한 장례비용마저 예외는 없었다. 조의금보다 장례비용이 더 많이 들 경우, 운영진이 유족들에게 부담을 요구했다. 한 할머니가 침대에서 낙상 사고를 당했을 때에도, 당장 병원 진료가 필요하며 오래된 침대를 교체해야 한다고 직원들이 요구했지만 운영진은 이를 거절했다.”

운영진은 피해 할머니 6명을 위한 간병비도 ‘나랏돈’ 외에는 집행을 거부했다. 현재 할머니들을 돌보는 간병인은 총 4명이다. 이들의 급여는 후원금에서 나가지 않는다. 할머니 6명 각자에게 지급되는 정부 요양비를 한데 모아 간병인 4명을 고용했다. 2명씩 조를 나누어 한 명당 피해 할머니 3명을 동시에 돌보는 식이다.

20억원이 넘는 후원금을 받고도 일대일 돌봄조차 제대로 집행하지 않자 직원들은 간병인 증원에 후원금을 더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지난해 한 할머니의 치매 증세가 심해져 다른 할머니를 폭행하는 일이 일어났는데, 직원들이 이 문제의 대책을 요구하며 간병 인력 증원을 요청했다. 그러나 운영진은 예산 부족을 이유로 거부했다. 할머니들을 20년 동안 돌본 원종선 간호사는 “할머니들 건강이 점차 나빠져 운동치료가 필요하다고 수차례 건의했지만 묵살되기 일쑤였다. 나라에서 주는 것 외에는 할머니들이 직접 돈을 내야 했다”라고 말했다.

나눔의집은 단순 요양시설이 아니다. 그동안 나눔의집을 거쳐간 피해 할머니들의 기록과 흔적이 남아 있는 장소다. 피해 할머니들이 지냈던 방과 사용했던 물건은 모두 일종의 ‘기록물’로서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 때문에 나눔의집은 단순 거주시설이 아니라 유품 등을 보관하고 전시하는 적극적인 연구·보호 기관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대외적으로는 알려져 있다.

그러나 나눔의집 시설 운영진은 이 기록물로서의 가치를 무시했다. 이는 직원들이 공익 제보를 결심하게 된 결정적 계기이기도 했다. 지난해 7월, 나눔의집 운영진은 내부공사를 이유로 할머니들 방에 있는 짐을 야외로 옮겼다. 직원들과 할머니들이 반발했지만 소용없었다. 장마철 야외에 내놓은 짐은 폭우에 젖어버렸다. 공사업체 관계자들이 씌운 비닐로는 거센 장맛비를 막기에 역부족이었다. 피해 할머니들이 소중히 여기는 물건과 후원·방문객들이 남긴 물품 등이 복구가 어려울 정도로 훼손되었다. 김대월 학예실장은 “할머니들의 방은 그 자체로 역사적 가치가 있는 흔적이지만, 운영진은 컨테이너 하나 준비하지 않은 채 폭우 속에 방치했다”라고 말했다.

할머니들을 대상화하는 일도 벌어지곤 했다. 2015년 8월 안신권 소장은 당시 여성가족부 장관과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조윤선 전 장관의 딸 박 아무개씨(당시 18세)를 직접 응대했다. 〈시사IN〉이 확보한 영상에서 박씨는 와병 병상에 누워 있는 할머니들을 찾아와 자신이 쓴 그림책을 선물하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안 소장이 직접 스마트폰 카메라로 사진을 촬영했다. 그러나 조 전 장관의 딸이 찾은 병상은 외부 방문객이 출입해서는 안 되는 곳이었고, 사진이 찍힌 할머니 역시 외부에 신원을 노출하지 않아 얼굴 등이 알려지면 안 되는 분이었다. 내부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박근혜 정부 고위 인사의 자녀를 챙기는 모습에 직원들은 고개를 내저었다.

법인의 자산 취득 과정도 석연찮다. 나눔의집이 경기도 광주시에 터전을 잡게 된 건 1995년 한 자산가가 대지를 기부한 덕분이었다. 1992년 개소 이래 서울 곳곳에서 전셋집을 옮겨 다녔던 나눔의집은 이때 처음으로 제대로 된 터전을 마련할 수 있었고, 이후 주변 터를 매입해 규모를 넓혀갔다. 하지만 정착한 곳은 제약이 많았다. 팔당호 인근이라 상수도보호구역으로 묶여서 제반 시설 확장이 쉽지 않았다. 확장을 하려면 주변 농지를 매입해야 했는데, 사회복지법인 명의로 농지를 매입하는 것도 어려웠다. 이때 등장한 방안이 ‘개인이 취득하고 나중에 법인에 증여한다’는 비정상적인 차명 매입이다.

현재 나눔의집이 소유한 대지와 임야, 도로, 전답 등은 총 1만2170㎡ 규모다. 이 중에는 증여자 이름이 송현섭 대표이사(월주 스님)로 되어 있는 땅이 있다. 2000년대 초반 대표이사 명의로 땅을 구입해서 나중에 법인에 증여하는 방식으로 법인 자산을 늘려온 흔적이다. 승려인 대표이사 개인 명의를 사용하되 매입 금액은 금융기관에서 대출하고, 이자와 원금은 추후 후원금 계좌에서 납부하는 방식으로 주변 땅을 사들였다.

이 같은 확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2015년 이사회 회의록을 보면 광주시 퇴촌면 68번지 농지를 매입하기 위해 ‘안신권 소장의 명의를 이용하자’는 대목이 나온다. 관련법상 농지는 6개월 이상 해당 지역에 거주한 사람만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광주시에 주소지가 등록되어 있는 안 소장이 차명 거래에 적합한 인물이었다. 토지 매매에 쓰인 돈은 후원금 계좌에서 나갔지만, 막상 해당 토지의 등기는 아직도 안 소장 개인 소유로 남아 있다. 이 과정에서 적잖은 후원금이 쓰였지만, 정작 후원자들은 안 소장 명의로 땅을 사는 데 자신들의 돈이 동원됐다는 사실을 모른다.

나눔의집 직원들은 지난 2월, 2019년까지 살림살이를 책임지고 회계를 집행한 김정숙 사무국장을 수원지검에 고발했다. 주요 혐의는 횡령 및 배임이다. 나눔의집은 2019년 여성가족부에서 지원하는 기획 전시 사업에 선정되었다. 피해 할머니들의 역사적인 기록물을 전국 주요 전시 공간에서 순회 전시하는 사업이다. 그런데 김 사무국장은 전시를 총괄하는 학예팀과 상의도 없이 관련 용역 업무를 ㄱ업체에 몰아주었고, 비용을 과다 청구·집행했다.

2015년 8월 조윤선 전 장관의 딸이 할머니들을 찾아와 기념사진을 찍었다.

사무국장 개인 계좌로 후원금 받기도

당시 직원들은 이를 문제 삼았고, 전시 사업을 지원하는 여성가족부에서도 업체 선정에 의문을 제기했다. 직원들은 김 사무국장이 그동안 나눔의집 주요 용역업무를 ㄱ업체에 몰아준 데에 의문을 품고 관련 내용을 조사하던 중 또 다른 사실을 발견했다. 김 사무국장이 자신의 개인 계좌로 후원금 일부를 받아왔던 것이다.

과거 한 직원이 자신의 급여 중 일부를 나눔의집에 기부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는데, 이 돈을 김 사무국장이 자신의 개인 계좌로 송금하라고 지시했다. 김 사무국장은 해당 금액을 그대로 나눔의집 계좌로 입금했다고 주장했지만, 직원들은 “그만한 금액이 입금된 기록이 없다”라고 반박했다. 개인 비위 의혹이 제기되자 김 사무국장은 사무실에 나타나지 않았고, 2019년 9월5일 서면으로 “조만간 제가 받은 금액을 다시 확인해보고 혹시 차이가 있으면 정리를 하도록 하겠다”는 메시지만 남긴 채 사직 의사를 밝혔다.

이사회가 지자체와 ‘가까운’ 사이임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도 있다. 2017년 2월 이사회 기록에서 송현섭 당시 대표이사는 “오래전에 시에서 감사를 하고 난 다음에 후원금을 산만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어서 존폐 위기까지 있었다. 내가 시장님도 만나고 해서 수습을 했다”라고 말한다. 이사회 기록만으로는 ‘오래전’의 시점이 언제인지 확실치 않으나, 적어도 지자체가 나눔의집 파행 운영을 묵인했을 가능성도 있음을 시사한다.

대한불교조계종은 5월21일 종단 입장문을 통해 “나눔의집은 독립된 사회복지법인으로 조계종이 직접 관리감독하는 기관이 아니다. 종단은 해당 법인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이 없다”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나눔의집 법인 역시 같은 날 “할머니들에 대한 인권침해와 관련한 의혹 제기에 대해서는 시민사회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진위를 확인하겠다”라고 밝혔다. 나눔의집 운영 파행의 핵심 인물인 안신권 소장과 김정숙 사무국장에게 〈시사IN〉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김동인 기자 astori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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