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추진..직접 통제 강화
[경향신문]
중국이 홍콩 의회 대신 ‘홍콩 국가보안법’을 직접 제정하는 초강수를 두기로 결론을 내렸다고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1일 보도했다.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에 따라 일정한 자치권을 누리는 홍콩에 대해 중국이 직접 법률을 만들어 시행하겠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홍콩 야권과 민주화 운동 진영이 거세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SCMP는 베이징 소식통을 인용해 22일 개막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 홍콩의 국가보안법 제정을 위한 결의안 초안이 제출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소식통은 “베이징은 홍콩의 입법회가 국가보안법을 통과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전인대가 그 책임을 대신 질 것”이라고 밝혔다.
결의안 초안은 전인대 개막일인 22일 오후에 공식 제출돼 이번 회기 중 전체 표결로 통과될 예정이라고 SCMP는 전했다. 이어 두 달 뒤 전인대 상무위원회의 최종 입법 절차를 거치면 홍콩 국가보안법이 효력을 갖게 된다.
샤바오룽(夏寶龍) 국무원 홍콩·마카오 판공실 주임은 이날 밤 홍콩 정협 대표단에 이런 계획을 통보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국양제 원칙에 따라 홍콩의 법률은 기본적으로 홍콩 의회인 입법회를 통해 제정되지만 중국 의회인 전인대는 홍콩의 법률을 만들 수 있는 권한이 있다.
국가보안법 제정은 최근 홍콩 정가에서 최대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홍콩의 헌법에 해당하는 기본법 23조는 국가전복과 반란을 선동하거나 국가안전을 저해하는 위험인물 등에 대해 최장 30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이와 관련한 법률을 제정하도록 규정했다.
홍콩 정부는 2003년에도 국가보안법 제정을 추진했으나 홍콩 시민 50만명이 “국가보안법 반대” 시위를 여는 등 강하게 반발하자 철회한 바 있다. 그러나 중국 중앙정부는 지난해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와 같은 상황을 통제하기 위해 국가보안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베이징 소식통은 SCMP에 “우리는 더는 국기를 모독하거나 국가 휘장을 파손하는 행위를 허락할 수 없다”고 말했다.
스탠리 응(吳秋北)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홍콩 대표는 “지난해 송환법 반대 시위 때 홍콩의 폭력분자들이 외국 세력과 결탁해 국가 전복을 꾀하고 있다”며 국가 안보의 ‘구멍’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콩 범민주 진영은 강력한 투쟁을 예고했다. 우선 다음 달 4일 홍콩 빅토리아공원에서 개최하는 ‘6·4 톈안먼(天安門) 시위’ 기념집회를 통해 홍콩 시민의 결의를 보여주기로 했다. 그러나 홍콩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8명 이상 집회나 모임을 금지하고 있어 성사될 가능성은 없다. 집회를 주최하는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지련회)는 홍콩 곳곳에서 ‘유수(流水)식 집회’를 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일종의 게릴라 집회를 열자는 것으로, 지련회는 거리에 있는 시민들에게 촛불을 나눠준 후 오후 8시에 일제히 촛불을 켜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지련회 리척얀(李卓人) 주석은 “홍콩 정부가 6월 4일까지 8인 초과 집회를 금지한 것은 명백히 집회의 자유를 탄압하려는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이라며 “6·4 촛불집회는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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