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문턱 못 넘은 '자치분권'.. 지방자치법 32년째 제자리

파이낸셜뉴스 2020. 5. 21.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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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합의실패로 관련법 자동폐기
지방자치 권한 확대 취지도 무산
법안 심사소위 안건에도 못 올라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한국 사회 지방자치 다시 후퇴"
"지방자치와 지방분권을 짓밟는 행위다."

32년만의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20대 국회의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했다. 야당의 석연치 않은 태도로 여야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서 관련법안이 지동페기됐다. 이로써 주민참여권을 보장해 실질절인 지방자치의 권한을 대폭 확대하려던 취지가 무산됐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에서 지방정부의 주도적인 방역대책, 재난소득 정책 추진 등을 고려할때 지방자치의 발전을 또 다시후퇴시켰다는 비판이 따갑다.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는 지난 20일 성명을 통해 "한국 지방자치가 후퇴됐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염태영 경기 수원시장도 "20대 국회의 마지막 오점"이라며 "정치권은 지방분권을 염원하는 기초지방정부와 시민사회의 바람과 열정을 끝내 외면했다"고 밝히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무엇이기에 이같은 격한 반응이 쏟아지는 걸까.

■32년 지난 낡은 법 '어린이 옷, 성인이 입은 꼴'

1949년 제정된 지방자치법은 '민선제 시행'을 골자로 1988년 전면 개정됐다. 이전까진 국가 공무원이 각 지방으로 파견돼 시장·군수·구청장을 맡았다. 지방 공동체는 '관선' 지방행정 조직에 불과했다. 주민들이 직접 대표를 뽑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씨앗이 그때야 뿌려진 것이다. 지금은 누구나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자치제도의 시작점이다. 다만 당시에는 지방 행정조직의 역량이 다소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중앙집권적 문화가 하루아침에 바뀔리도 만무했다. 지자체가 자체 사업을 진행할 때 일일이 중앙정부의 허락을 구하도록 된 구조였다.

하지만 지난 30년간 한국 사회가 복잡해지고, 행정수요도 다양화되면서 지방으로의 권한 이양이 대폭 이뤄졌다. 중앙정부가 모든 걸 판단하기에는 사회 변화속도가 너무 빠른 탓이다. 지자체가 주민들 요구에 맞춰 신속한 행정을 추진할때 중앙정부의 판단과 결정을 기다리는 것은 버스 떠난후 손흔드는 격이다. 서울시의회 서윤기 운영위원장은 현행 지방자치법을 "30년 전 어린아이 옷을 서른살이 된 사람에게 입으라는 격"이라고 비유한 바 있다.

이번 전부개정안은 중앙집권적 정치체제에서 설계된 낡은 법을 대대적으로 개선해 대폭적인 권한 이양과 실질적인 지방정부의 권한을 살려 지방자치제의 새 장을 열자는 역사적 차원이라는 평가다.

■지자체 권한↑주민참여↑

정부개정안중 대표적인 법 조항 중 하나가 '특례시'다. 수원·고양·용인·창원시 등 인구 100만 이상 대도시에 '특례시' 명칭이 부여하는 것이다. 이들 도시는 인구가 밀집한 도시인 탓에 각종 행정수요가 폭발하고 있지만 권한이 적은 '기초'지자체인 탓에 즉각적인 대처가 어려운 실정이다. 법안이 통과돼도 당장은 명칭 부여에 그치지만 인구수에 걸맞은 행정권한을 넘겨받기 위한 밑바탕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자치단체가 행정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기존 법정 부단체장 외에 특정 업무를 수행하는 시·도 부단체장 1명도 조례를 통해 자율적으로 둘 수 있도록 했다.

개정안은 주민참여도 대폭 확대했다. 주민이 의회에 직접 조례를 발의할 수 있는 '주민조례발안제'를 도입하고 주민감사, 주민소송 기준연령도 19세에서 18세로 내려 폭넓은 주민참여 기반을 마련토록 했다. 주민들이 자치단체 기관구성을 선택 가능하도록 설계한 것도 눈에띄는 대목이다 현재는 모든 지자체들이 '행정부-의회' 모델을 적용하지만, 내각제, 전문행정가 영입 등 다양한 모델을 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인구규모, 재정여건 등 지자체마다 처한 현실이 다른 상황에서 동일한 구성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文 대통령 나섰지만 문턱 못넘어

그러나 이런 역사적 취지에도 불구하고 행정안전부가 법안을 마련해 작년 3월 국회에 발의됐지만 논의는 지지부진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법통과를 촉구하면서 꺼졌던 불씨를 다시 살리나 싶었지만 결국 20대 국회의 문턱을 넘지못했다. 미래통합당의 뜨뜻미지근한 태도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난 19일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안건으로 오르지도 못했다.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로 가는 첫 관문부터 막혀버렸다. 더불어민주당이 비쟁점 조항을 제외하고 통과시키자고 제안했지만 통합당은 별다른 의견을 내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대한민국 시·도지사협의회 등 지방협의체들이 한목소리로 국회를 성토한 이유다.

익명을 원한 한 지방자치 전문가는 "지방자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중요 법안인데도, 국민적인 관심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국회의원들의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다"며 "코로나19 사태에서 지자체 방역 성과가 빛나지 않았나. 지방자치가 발전해야 한국 사회가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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