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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공인인증서 화면 갈무리 |
소수의 얘기로 치부될 수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시중은행 모바일뱅킹 이용률은 57.1%였다. 10명 중 4명은 아직 모바일 앱을 이용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공인인증서 도입 21년. 여전히 종이 통장을 들고 은행 지점을 방문하는 고령층이나 김 부장 같은 이들에게 공인인증서의 '공인' 지위 폐지는 뭔가 큰 변화처럼 다가올 수 있다.
20일 주요 시중은행들에 따르면 6개월 뒤 공인인증서가 사라져도 PC에서만큼은 어떤 형태로든 인증서를 통해 접속하는 방식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 앱처럼 홍채, 지문 같은 생체 인증, 패턴 인증이 PC에서 구현될 여지가 현재로선 거의 없어서다.
은행들은 그저 공인인증서가 아닌 사설인증으로 대체될 가능성은 높다고 입을 모은다. 지금도 4400원 발급수수료가 붙는 공인인증서가 아닌, 무료 범용인증서 하나로 모든 은행 사이트에서 거래가 가능하다.
다만 키보드에서 타자를 치는 행위는 같지만 장황하게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하는 식의 불편은 개선될 여지가 크다는 게 은행권의 공통된 반응이다.
실제 금융결제원은 모든 은행들에 통하는 별도 인증서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년마다 한 번 갱신해야 하거나 A은행을 이용하려면 기존에 갖고 있던 B은행 공인인증서를 A은행에 별도로 등록해야 하는 불편이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입력해야 할 비밀번호가 짧아지는 식의 개선은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그러나 PC 환경에서 획기적으로 개선된 인증 방법을 제공하는 건 한계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기업고객에는 큰 변화가 예상된다. 기업고객은 모바일뱅킹이 허용되지 않고 있다. 만약 기업 내 다수 관계자들에게 모바일 거래을 허용하면 어디선가 횡령 등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공인인증서의 경우 제한된 인력이 제한된 공간에서만 은행 거래를 할 수 있어 이런 위험이 적다.
은행 입장에서만 보면 지금까지 공인인증서 하나로 기업 하나를 통째로 통제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공인인증서 폐지 이후에는 기업고객에게 얼마나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느냐가 기업금융 경쟁력의 척도가 된다.
익명의 은행 관계자는 "기업 내 은행거래가 허용된 이들, 예를 들어 대표부터 경리 직원 사이 소수의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모바일 앱을 개발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공인인증서는 기업금융 사고의 책임을 기업에 떠넘길 수 있는 수단이었던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기업고객 편의를 고려한 인터넷, 모바일 서비스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상황은 완전히 뒤바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