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첫 등교 "코로나19 감염보다 학업·대입 걱정 크다"

CBS노컷뉴스 김태헌·차민지 기자 2020. 5. 20.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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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일 만에 등교한 고3 학생들, 설레는 표정
"그간 답답하고 힘들어..오랜만에 친구들 봐 좋아"
"모의고사 중간고사 줄이어" 꼬인 학사 일정 우려
등교 연기 "학교·학원만 잡고 클럽은 방치..억울" 반응도
코로나19 여파로 80일 만에 등교수업이 시작된 20일 서울 경복고등학교에서 고3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감염보다 학업, 대학 입시 걱정이 더 크죠."

고3 학생들의 등교 개학이 시작된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학교에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다소 상기된 표정의 학생들은 학교에 들어서자마자 '코로나19를 이겨낸 여러분이 자랑스럽습니다'라는 문구의 현수막을 마주했다.

이날 고3 학년의 등교는 3월 2일 개학일로부터는 무려 80일 만이고, 지난달 9일 시작된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으로부터는 42일 만이다. 코로나19 사태로 5차례나 연기됐던 등교 수업이 많은 우려와 걱정 속에 비로소 시작된 것이다.

교사들은 오랜만에 만나는 학생들에게 반가운 인사를 건네면서도 "마스크 똑바로 써야지", "거리두기, 거리두기 떨어져서 들어가" 등 방역 지침을 끊임없이 강조했다.

이날 등교 시간보다 한참 이른 오전 7시쯤부터 교장과 교사, 교직원 등 10여명은 교문 앞에서 학생들을 맞이할 준비로 분주한 모습이었다. 등굣길 한 켠에는 열화상 카메라와 보건 마스크, 일회용 장갑 등이 배치됐다.

7년 동안 학교 지킴이로 일한 최형수(78)씨도 이른 새벽부터 교통 정리를 하며 아이들을 맞았다. 최씨는 "코로나 때문에 못보던 아이들을 보니 감격스럽고 안쓰럽기도 하다. 마음이 이상하다"고 했다.

코로나19 여파로 80일 만에 등교수업이 시작된 20일 서울 경복고등학교에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등교하는 고3 학생의 발열을 검사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비슷한 시각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에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나와 학생 발열을 직접 체크하는 등 고3 등굣길을 챙겼다.

교문 앞에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예방 수칙과 외부인 출입을 통제한다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었다. 종종 오토바이 방역차가 학교 건물을 방역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몇 달 만에 학교를 찾은 학생들은 설레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거리두기를 유지하면서도 농담을 건네거나 서로 장난을 걸며 웃기도 했다.

서울고 이규원(18)군은 "집에만 박혀 있으니까 답답하고 힘들었다"며 "친구들 오랜 만에 보니까 좋다. 보고 있으면 스트레스도 풀릴 것 같다"고 웃어보였다.

경복고 오창화(18)군은 "친구들이랑 선생님 얼굴을 볼 수 있어 기분이 좋고 설렌다"고 말했다. 서울고 현동화(18)군은 "온라인 강의가 엄청 원활하게 되지 않았고 진도도 이상하게 나가는 경우가 있어 개인적으로 안 맞았다"며 "빨리 학교에 오고 싶었고 친구들도 보고 싶었다"고 했다.

고등학교 3학년 등교 개학 첫날인 20일 오전 부산 동래구 중앙여자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개학으로 인한 코로나19 감염이 걱정된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정석현(18·경복고)군은 "다시 친구들을 만나는 점이 되게 설레지만, 코로나19 때문에 걱정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며 "마스크를 계속 쓰고 손소독제도 수시로 바르려고 준비했다"고 말했다.

한 학생은 "기대보다는 불안함이 좀 더 많다. 아침에 부모님도 수시로 손 씻으라고 여러번 하시더라"면서도 "사실 우리 학교가 아니더라도 어디에서든 감염 문제가 한 번쯤 터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든다"고 말했다.

서울고 김정호(18)군은 "당장 내일 모의고사를 보고 다음달에 중간고사, 또 바로 6월 모의평가가 있다. 제대로 공부도 못한 채 평가원 모의고사를 본다"며 "초등학교 저학년이나 중학생이 아니라 고3이라 건강보다 학업, 학사일정 꼬인 것에 대한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정부의 등교 개학 연기와 방역 정책에 대한 솔직한 속내도 들을 수 있었다. 김군은 "학원하고 학교만 코로나 전파의 온상지처럼 취급하면서 클럽이나 술집은 제대로 잡지 않은 것이 계속 불만이었다"며 "(이태원) 클럽에서 집단 감염이 터지니까 약간 억울한 감정이 들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80일 만에 등교수업이 시작된 20일 서울 경복고등학교에서 고3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고3은 이날부터 매일 등교 수업을 받는다. 나머지 학년도 순차적으로 등교 개학을 시작한다.

고2와 중3, 초등학교 1·2학년은 일주일 뒤인 27일 개학을 한다. 고1과 중2, 초 3·4학년은 다음달 3일, 나머지가 다음달 8일 학교를 갈 계획이다. 고3을 제외한 학년 학생들은 등교수업과 원격수업을 병행하며 격주나 주 1회 이상 등교하는 방식이다.

조희연 교육감은 "서울 내 2200개 학교에서 단 한명의 확진자도 나오지 않도록 기도하는 심정으로 오늘 등교 개학을 준비했다"며 "방역과 배움, 학업, 건강을 조화하는 새로운 'K에듀'의 길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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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태헌·차민지 기자] siam@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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