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 뱉으면 신고하라" 경고문까지..오늘 코로나 등교 초긴장
19일 광주광역시 빛고을고등학교 선생님들 등교준비 한창
1층부터 4층까지 동선 나누고 단 2대 있던 자판기도 사라져
'학교 수업도 거리두기' 원칙에 책상 간격은 1m 이상 벌려
'환기가 최우선' 수업 중 교실 문 열고 창문열고 에어컨 사용
수업 중에도 교실 문을 열어두고 담임 선생님 인솔 하에 급식실로 이동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의 첫 등교가 시작되는 20일부터 달라지는 학교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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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교 하루 앞두고 '거리두기' 분주한 교실
19일 오전 광주광역시 북구 빛고을고등학교. 3학년 3반 담임인 장동술 선생님은 이날 출근하자마자 학생들 책상 사이에 서서 두 팔을 벌려 1m 이상 떨어져 있는지 거리부터 쟀다. '학교수업도 생활 속 거리 두기'라는 원칙 때문이다.
이 학교 3학년 선생님들은 복도에 '1m 이상 거리 두기' '우측통행' 등의 문구를 붙여나갔다. 1층 정문부터 4층 3학년 교실까지 학생들끼리 동선을 나누기 위한 초록색 테이프와 '우측통행' '무리 지어 다니지 않기' '잡담하지 않기' '생활 속 거리 지키기' 등 문구가 담긴 입간판이 줄지어 이어졌다.
20일 이 학교 9개반 250명의 고3 학생들이 등교한다. 정광희 행정실장은 "학생들의 작은 움직임까지 거리를 둬야 하기 때문에 학교생활이 많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학생들이 모이는 것을 최소화하려고 학교에 2개 있던 자판기도 없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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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 전 등교 금지·수업 중에도 교실 문 개방
빛고을고등학교 고3 학생들은 오전 8시 이전에 등교할 수 없다. 모든 학생이 빠짐없이 건물 출입구에 마련된 열화상 카메라로 발열 증상을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8시부터 8시 30분 사이로 등교 시간이 제한된다. 교실에서도 담임선생님이 체온계를 들고 학생들을 기다린다.
3학년 교실에는 문마다 '출입문은 항상 열어놓기'라는 문구가 붙어있다. 많은 학생이 밀집된 공간에서 오랜 시간 머물기 때문에 감염예방을 위해 무엇보다 환기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수업 중이더라도 교실 문을 열 수밖에 없다.
부지런히 교실 책상 간격을 벌리던 선생님들은 더웠는지 "에어컨도 맘껏 틀 수 없다는데 학생들이 걱정"이라고 했다. "창문을 1/3 이상 열면 에어컨을 틀어도 된다"라는 말도 나왔다. 코로나19 확산 예방이 최우선되기 때문에 비가 오는 등 조건이 아니라면 창문을 수시로 열어 환기를 생활화하는 원칙이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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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 선생님과 급식실 가고 지정석 앉아 식사
점심시간이 되면 학생들은 담임·부담임 선생님 2명과 함께 급식실로 간다. 급식실 출입구도 짝수반과 홀수반으로 나뉜다. 장동술 선생님은 "학생들끼리 움직이면 한데 뭉쳐서 이동할 수 있고 뛰어다니며 다른 반과 접촉할 수도 있기 때문에 무조건 선생님과 함께 이동한다"며 "식사를 끝낸 뒤에도 모두 함께 교실로 돌아와야 한다"고 했다.
식사 도중에도 거리두기는 계속된다. 급식실에는 1반부터 9반까지 반별로 지정석이 나뉘어 있다. 500여 개의 좌석에는 모두 번호표가 붙어졌고 좌석마다 개인 독서실처럼 투명 아크릴로 칸막이 시설이 설치됐다.
정수기에는 '입 헹굼 NO' '침 뱉은 사람 신고하기'라는 경고문까지 붙었다. 물도 학생 1인당 개별로 지급되는 개인 컵을 사용해 마셔야 한다. 모두 학생 여럿이 이용하는 급식실에서 코로나19 감염 사태를 막기 위한 행동요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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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교 기다리는 선생님들은 '긴장 반 설렘 반'
장동술 선생님은 이날 칠판에 "3-3 만나서 반가워요 2020 수능 대박"이란 글을 힘주어 썼다. 등교 이튿날인 21일, 빛고을고등학교 고3 학생들은 등교 뒤 첫 모의고사를 치른다. 코로나19 사태로 미뤄졌던 학사일정이 등교와 함께 숨 가쁘게 흘러가기 시작한다.
장 선생님은 "제자들도 등교가 기다려지는지 단체 대화방에서 내일 정말 학교 나가는 것 맞냐고 물어온다"며 "어서 보고 싶으면서도 혹시나 아이들이 아플까 걱정된다"고 했다.
광주광역시=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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