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중석에 등장한 마네킹..'리얼돌 관중' 논란

이윤희 2020. 5. 19.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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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개막한 프로축구 K리그,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현재 무관중 경기로 치르고 있죠,

해마다 관중석을 꽉 채웠던 축구 팬을 올해는 한 명도 볼 수 없게 됐습니다.

사라진 함성은 녹음된 소리로 대체해 자칫 맥이 빠질 수 있는 경기장에서 나름의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지난 17일 열린 FC서울과 광주FC의 경기도 무관중으로 진행됐습니다만, 서울 응원단 측엔 일부 관중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사람의 모습과 매우 유사한 마네킹이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며 응원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FC서울이 응원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실제 사람의 모습과 비슷한 서른 개의 마네킹을 설치한 것입니다.

[중계 방송 : "무관중 대신 오늘은 마네킹들이 경기장에 함께하고 있는데요."]

바로 여기서 뜻밖의 잡음이 터져나왔습니다.

무관중 경기의 빈 좌석을 대신 메운 이 대체 관중이, '성인용품'을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입니다.

보시면 알겠지만 이 마네킹들, 의류 매장에서 보는 일반 마네킹과는 느낌이 많이 다르죠?

긴 머리와 짙은 화장 어딘가 좀 생경하긴 합니다.

중계 방송을 지켜보던 사람들이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거, '리얼돌' 아니냐는 것입니다.

'리얼돌', 풀어 보면 진짜같은 인형. 겉모습이 사람과 매우 흡사한 인형이라는 의미입니다.

일반적으로 리얼돌은 사람의 피부 질감, 체모까지 재현한 인형을 말하는데, 사람의 체온과 비슷하게 맞춰 제작된 것도 있을 정도입니다.

인형이지만 이렇게 여러모로 사람을 빼닮았다 해서 진짜, 즉 '리얼'이란 표현이 붙여졌습니다.

리얼돌에는 또다른 의미도 있는데, 바로 성기가 있어서 성인용품으로 분류되기도 한다는 겁니다.

설마 초등학생도 보는 축구 경기에 성인용품을 갖다 놨겠어? 싶지만 네티즌들 여러가지 정황을 제시하며 리얼돌일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우선, 앞서 말씀드린대로 마네킹 생김새가 너무나 정교하게 제작됐다는 점, 그리고 마네킹이 들고 있는 응원 팻말에 성인용품 업체 로고가 적혀있는 점도 의심을 갖게 한 요인이 됐습니다.

여기에, 실제 리얼돌의 모델이 된 개인 방송 진행자의 이름이 버젓이 노출된 점 역시 논란을 키웠습니다.

논란은 경기가 진행되는 도중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확산됐습니다.

이미 경기 전 촬영된 '마네킹 관중' 사진이 인터넷 뉴스로 퍼지고, 또 생중계 화면에 '마네킹 관중'이 잡히자 축구팬들은 크게 술렁였습니다.

[송형선/실시간 중계를 보던 축구 팬 : "눈을 의심했죠. 설마 대기업 구단이 생각없이 저런 걸 저기에 앉혀놓나 싶기도 하고 근데 경기 끝나고 인터넷 보니까 제가 생각하던 게 맞더라고요."]

비난이 일자 FC서울 측은 해명에 나섰습니다.

이 마네킹은 관중석을 채우기 위해 세운 것이지, 성인용품과는 전혀 관련이 없고 개인 방송 bj 이름이 언급된 피켓은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또 사전 논의 과정에서 해당 업체가 리얼돌 사업엔 관심이 없고 패션회사나 백화점 등에 마네킹을 납품하는 회사임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축구팬들의 의구심은 사그러들지 않았습니다.

마네킹을 후원한 업체의 홈페이지만 봐도 리얼돌을 비롯한 성인용품을 개발, 제조한다는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어쨌거나 이번 일은 해외에서까지 토픽감이 돼 버렸습니다.

코로나 19 방역 모범 사례라며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생중계됐던 이번 경기를 놓고 외신들은 리얼돌 논란을 함께 소개했습니다.

영국 일간지 더선은 FC서울이 리얼돌로 관중석을 채워 논란이라고 보도했고, 해외 SNS에서도 '오싹하다'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그간 스포츠계에서는 무관중을 채우기 위한 참신한 아이디어가 많이 나왔기에, 이번 논란은 유독 아쉬움을 남깁니다.

프로야구는 무관중이라는 말에 착안해 외야 관중석을 아예 무 모양 캐릭터로 채워놓기도 했고요.

프로축구 안산은 지역 어린이들이 직접 그린 자화상을 관중석에 붙여놓았습니다.

FC서울이 팀, K리그의 격을 일부러 떨어뜨리기 위해 그랬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마 없겠죠.

코로나 시대에 조금이라도 재미있는 요소를 만들고자 했다는 게 구단 측 입장이지만, 이 마네킹이 남긴 건 재미가 아닌 논란인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친절한 뉴스였습니다.

이윤희 기자 (heeya@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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