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브랜드서 육류, 편의점은 와인·양주..재난지원금, 고가제품 많이 샀다

강은영 2020. 5. 18. 18:0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 재난지원금 사용처 ‘노브랜드’ ‘하나로마트’ 사람들 몰려

편의점에서 와인, 양주 등 고가 제품 매출 상승

‘샤넬’ ‘에르메스’ 등 플래그십 매장, ‘이케아’ 재난지원금 사용 논란

“외국계 기업인 코스트코도 제한되는데 이케아만 수혜”

17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임대매장에 정부 긴급재난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지난 17일 오전 11시 서울의 한 ‘노브랜드’ 매장 안 계산대 앞에는 고객들이 긴 줄을 섰다. 이들의 장바구니에는 정육 제품과 우유, 두부 등 식료품부터 헤어드라이어, 에어프라이어 등 가전제품등이 담겨 있었다. 직장맘 한모(41)씨는 “평소 가격이 높아 부담됐던 소고기 등 육류 위주로 구입했다”며 “저녁에 스테이크를 직접 구워서 먹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씨는 이날 평소보다 10만원 가량을 더 썼다고 했다.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한 지난 첫 주말에 노브랜드와 농협 하나로마트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에서는 재난지원금 사용이 제한됐기 때문이다. 특히 이날은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를 받는 노브랜드(서울 기준)가 휴무일이 아니어서 소비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노브랜드는 이마트가 운영하고 있지만 재난지원금 사용처로 분류됐다.

노브랜드 한 관계자는 “노브랜드의 지난 주말 매출이 2주전보다 상승했다”며 “재난지원금 사용처로 분류되면서 고객들이 찾아주신 듯하다”고 말했다.

편의점에도 소비자들이 몰렸다. 세븐일레븐은 지난 13~17일까지 매출이 전주와 비교한 결과 생필품과 식료품 위주로 판매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고가 제품들의 판매가 증가했다. 남성 화장품과 면도기 매출은 같은 기간 각각 48.1%, 45.2%로 크게 늘었다. ‘나뚜루’ ‘하겐다즈’ 등 고급 아이스크림 매출도 21.6% 증가했다. 고가 상품인 와인과 양주가 각각 17.2%, 12.8% 올랐다.

샴푸, 비누, 칫솔 같은 생활용품들도 같은 기간 매출 호조를 보이면서 13.6% 늘었고, 섬유유연제 및 세제 같은 가정용품도 24.0% 증가했다. 유아 기저귀 판매도 17.2% 상승했다. 식료품에선 봉지면 17.3%, 건강식품 15.9%, 간편과일 34.9%, 반찬 9.0% 매출 증가세를 보였고, 냉장식품과 냉동식품도 각각 10.3%, 13.8% 올랐다.

한 고객이 세븐일레븐에서 와인을 구매하고 있다. 세븐일레븐 제공

세븐일레븐 측은 “재난지원금 사용으로 심리적 경제 부담이 줄어든 탓에 소비가 몰린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주부터 긴급재난지원금 사용이 전국에서 본격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일상 생활소비의 최접점에 있는 편의점이 더욱 각광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마트24는 같은 기간 아이들을 위한 제품들이 많이 팔렸다. 어린이 음료와 기저귀 매출이 각각 71.5%, 54.1%로 큰 폭 상승했다. 완구제품도 24.7%, 토이캔디 19.6%, 아기물티슈 18.3%로 매출이 늘었다. 봉지면과 김류 등 생필품 매출도 각각 16.8%, 10.3% 증가했으며, 조미료도 16.4% 올랐다.

고가에 속하는 양주는 29.4% 증가해 주류 중 가장 높은 매출을 보였고, 이어폰 등 디지털 관련 상품 역시 27.3% 증가했다. 이마트24 관계자는 “편의점이 어린이 상품부터 생필품, 기호상품까지 다양한 상품군을 구비하고 있어 재난지원금 사용을 위해 편의점을 방문하는 고객이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패션업계도 모처럼 매출 회복세를 보였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백화점과 면세점, 온라인몰 등에서 재난지원금 사용이 제한되면서 가두점 매장 중심의 의류 브랜드들이 활기를 띠었다.

패션기업 세정은 가두점 중심의 여성브랜드 ‘올리비아로렌’ 여름 상품 판매량이 급증했다고 밝혔다. 세정에 따르면 지난 11~17일 올리비아로렌의 여름 점퍼 아우터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0%나 신장했다.

세정 측은 “5월초 연휴 기간에 이어 재난지원금 사용으로 가두 매장이 매출이 눈에 띠게 성장했다”며 “재난지원금에 따른 지역경제 회복과 함께 예년보다 이른 더위로 여름옷 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재난지원금 사용처를 놓고 논란은 여전하다. ‘샤넬’이나 ‘에르메스’ ‘루이뷔통’ 등 고가의 명품 브랜드의 백화점을 제외한 플래그십 매장에서 사용할 수 있고, 가구업체 ‘이케아’에서도 사용이 가능해서다. 직장인 윤모(44)씨는 “샤넬 등 청담동 매장에서 재난지원금으로 제품을 구매한 뒤 되팔아 현금화하려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주부 양모(38)씨는 “외국계 기업인 코스트코 매장도 재난지원금 사용 제한되는데, 이케아만 수혜를 보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