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새 41%→33%..'사상 최악' 근접한 아베 지지율

이현승 기자 2020. 5. 18.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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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내각 지지율 33%…재임기간 최저 지지율(2018년)에 근접
코로나 부실 대응에 日 국민들 "정부 무능, 전세계에 체면 구겼다"
친(親)아베 검찰총장 내정 의혹, 코로나 이후 여론반발 커져

#검찰청법 개정안에 항의합니다
#주초(週初)의 강행 채결(採決·국회 통과)에 반대합니다

지난주 두 해시태그가 일본 트위터를 휩쓴데 이어 18일에는 '여론 반발(世論反発)'이 1위를 차지했다. 주어도 목적어도 없는 이 단어에 대해 일본 언론들은 국회가 이날 심의할 예정인 검찰청법 개정안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 대한 반발감을 드러낸다고 전했다. 정치에 큰 관심이 없는 일본 젊은 세대들이 주로 이용하는 트위터에서 이런 해시태그가 트렌드 상위권에 오르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코로나가 아베 내각을 벼랑 끝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이날 아사히신문이 보도한 전국 여론조사 결과 아베 내각 지지율은 33%를 기록했다. 전월 41%에서 크게 하락했을 뿐 아니라 2012년 출범 이후 역대 두번째로 낮았다. '가케(加計)학원 스캔들(아베 정권이 사학재단 가케학원에 수의대 신설 관련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이 쟁점화된 2018년 3~4월 지지율 31%를 겨우 조금 웃돈다.

'대체할 인물이 없다'는 이유로 아베 총리를 역대 최장수 총리로 신임해왔던 일본 국민들이 코로나를 계기로 냉담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아베 총리가 측근인 구로카와 히로무(黑川弘務) 도쿄고등검찰청 검사장을 검찰총장에 앉히려고 정년을 탈법으로 연장했다는 의혹이 2월 초에 불거졌을 때만 해도 여론은 이렇게까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코로나 대응이 늦고 적절치 못했다는 외신 보도가 쏟아지며 지지율은 최악을 향해 가고 있다. 미국, 영국 등의 주요 외신은 일본 정부가 감염자가 발생한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의 승객을 전원 격리시켜 바이러스 배양선을 만들었으며 실시간 유전자 검사(PCR) 실시 건수도 주요국 대비 낮아 감염 대응에 실패했다고 보도했다. 일본의 대외적인 이미지를 중시하는 국민들이 정부의 부실 대응으로 ‘체면이 깎였다’고 체감하기 시작했다.

아사히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7%는 아베 총리가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런 가운데 아베 총리와 집권 자민당이 검찰청법 개정안을 밀어붙이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여론은 더욱 악화됐다. 검찰청법 개정안에 대해선 서두르지 말자는 의견이 80%를 차지했다. 개정안에 찬성하는 사람조차 68%가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고 답했다.

이 개정안은 검사장과 국가공무원 정년을 각각 63세, 60세에서 65세로 연장하고 정부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특례조치로 3년을 더 연장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친(親)아베 성향인 구로카와 검사장의 임기가 최대 6년 더 연장될 수 있다.

이 개정안을 두고 아사히신문은 내각이 정권 스캔들을 수사하는 검찰을 임명하는 '입구' 뿐 아니라 정년이라는 '출구'까지 쥐고 흔들어 수사 독립성을 침해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아베 총리는 정치적 개입은 없을 것이며 자의적 인사를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여론조사 응답자의 68%가 이 응답을 믿을 수 없다고 했다.

정치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젊은세대들이 트위터 해시태그를 통해 반발심을 적극 표출하고 있는 현상은 외출 자제 조치로 집에서 인터넷을 하는 시간이 길어진 가운데, 인기 밴드인 이키모노가카리의 멤버나 배우인 고이즈미 교코 등 그동안 정권에 비판적이었던 유명인이 해시태그를 달기 시작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자민당은 이날 검찰청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기로 했으나, 미루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요미우리가 보도했다. 야당과 여론이 반발하는 가운데 표결을 강행하면 내각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지통신은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검찰청법 개정안의 이번 국회를 통과를 미루는 방향으로 조율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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