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복 김선생] "김희애가 병나발 분 와인 도대체 뭐야?" 드라마 '부부의 세계' PPL 최고 대박 상품은 '와인'
해당 와인 수입사 "PPL 하지 않았다"
드라마 소품팀이 만든 라벨 붙인 '가상의 와인'
논란과 화제의 드라마 ‘부부의 세계’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PPL(상품 간접 광고)로 등장한 제품들도 완판 행렬을 기록하고 있다. 핸드백, 코트, 재킷, 드레스, 가구, 보석 등 다양한 제품 중에서 투자 대비 가장 높은 PPL 효과를 얻은 제품을 꼽으라면 단연 와인이 아닐까. 단 한 푼도 내지 않고도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으니 말이다. 주인공 지선우를 연기하는 김희애는 “마시기만 하면 해당 와인이 팔린다”고 해서 ‘희믈리에’(김희애+소믈리에)로 불리기도 한다.
부부의 세계에는 거의 매 화 와인이 등장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파티장, 식사, 모임에서 와인을 마시거나 선물로 들고 간다. 백미(白眉)는 8화에서 주인공 지선우(김희애 분)의 ‘와인 병나발’ 장면이 꼽힌다. 남편의 외도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던 지선우는 마트 와인코너에서 진열대에 놓인 와인 4병을 쇼핑카트에 쓸어 담는다. 그리고는 집에 돌아와 이 와인을 병째 들고 벌컥벌컥 마신다. 드라마를 시청하는 와인 애호가들과 인터넷 맘카페 등 여성들이 주로 모이는 커뮤니티에서 “김희애가 병나발 분 와인이 뭐냐”며 난리가 났다.
누군가 와인병에 붙은 라벨을 어렵게 읽어냈다. 라벨 위쪽에 적힌 이름은 ‘샤토 메종 블랑쉬(Chateau Maison Blanche)’. 프랑스 보르도에서 생산되는 2~3만원대 중저가 와인이다. 카베르네 소비뇽, 카베르네 프랑 등이 블렌딩된 전형적인 보르도 스타일 와인. 부드럽고 과일, 향신료 향이 상당히 풍성한 가성비 와인이다. 메종 블랑쉬는 현재 품절 상태다. 이 와인을 수입하는 ‘비노 파라다이스’ 관계자는 “부부의 세계가 시작하고 한 달 사이 2000여 병이 솔드아웃(sold-out)돼 깜짝 놀랐다”며 “1년 동안 팔 물량이었는데 이전 쌓여 있던 것들까지 탈탈 털렸다”고 했다.
재미있는 건 김희애가 병나발 분 와인이 실제로는 메종 블랑쉬가 아니란 거다. 비노 파라다이스 관계자는 “우리는 드라마 PPL로 돈을 내거나 제품을 협찬하지 않았다”고 했다. 방송 화면을 캡처해 드라마에 나온 와인 라벨과 실제 메종 블랑쉬 와인 라벨을 비교해봤다.
두 와인은 라벨 윗부분은 동일하지만 아랫부분이 다르다. ‘진짜’ 메종 블랑쉬는 라벨 하단에 ‘Medoc(메독)’이라고 보르도 내 지역명이 인쇄된 반면, 부부의 세계에 등장한 ‘메종 블랑쉬’는 라벨 아래쪽에 ‘Chateau Leoville Poyferre(샤토 레오빌 푸아페레)’라는 또 다른 와인 이름이 인쇄돼 있다. 레오빌 푸아페레는 보르도 생줄리앙 지역에서 생산되는 2등급, 그러니까 등급도 가격도 꽤 높은 와인이다.
비노 파라다이스 관계자는 “드라마 소품팀에서 와인 라벨을 따로 제작해 다른 와인병에 붙여서 드라마에서 사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두 와인 라벨을 합쳐서 그럴 듯한 ‘가상의 와인’을 만들어낸 것. 드라마에 등장하는 모든 와인은 실제 존재하지 않는 와인으로 알려졌다.
비노 파라다이스측은 “(돈 내고 PPL 하지 않고도 효과를 보고 있어서) 드라마의 인기에 조용히 편승하고 있다”며 “메종 블랑쉬를 1500병 추가 주문했지만 코로나 사태 때문에 배편이 줄어 (부부의 세계가 종영하고 끝나고 한참 뒤인) 8월에나 들어올 예정”이라고 했다.
와인 판매가 최근 크게 신장했다고 알려졌다. ‘부부의 세계’ 효과일까. 한 대형 와인 유통업체 관계자는 “와인 매출이 늘긴 늘었지만 드라마보다는 코로나 사태의 영향이 더 크다”며 “레스토랑, 와인바 등 외식업장 판매는 줄었지만 가정 판매가 급등했다”고 했다.
직접적인 매출 증대를 가져오지 않았다 하더라도, 드라마가 와인 소비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와인 전문 웹사이트 ‘와인21’ 변용진 이사는 “드라마 방영 이후 우리 사이트 방문자가 늘었고, ‘아내가 드라마에 나온 와인을 마셔보고 싶어해 찾는다’는 문의 전화가 많이 온다”고 “확실히 와인을 안 마시던 여성들이 관심 갖기 시작한 것 같다”고 했다. 한 와인 전문가는 “‘여자가 분노를 표출할 때 깡 소주 대신 와인을 마시면 병나발을 불어도 저렇게 우아할 수 있구나’라는 이미지를 심어주었다는 점이 고무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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