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카페] 알약 하나로 술 끊고 살도 뺀다
미 NIH 노화연구소 생쥐 실험에서 확인
고지방 사료 먹인 생쥐가 4주만에 40% 감량
알약 하나로 술을 끊으면서 살까지 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아직 동물실험 단계지만 이미 다른 질병 치료제로 시판 중인 약으로 얻은 결과여서 개발이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노화연구소의 라파엘 드 카보 박사 연구진은 14일(현지 시각) 국제학술지 ‘셀 메타볼리즘’에 “알코올 중독 치료제인 디설피람이 동물실험에서 고지방 식사로 인해 불어난 체중을 정상으로 되돌릴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결과는 다른 질병 치료제로 허가를 받은 약이 다른 질병에도 효과가 있는지 알아보는 이른바 ‘신약 재창출’ 연구의 성과이다. 최근 에볼라 치료제인 렘데시비르가 코로나 치료제로 허가받은 일과 같은 맥락이다.
◇고지방 식사해도 4주 만에 체중 40% 줄어
디설피람은 덴마크 제약사가 개발해 1951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았다. 이 약은 알코올 분해효소를 억제해 술을 조금만 먹어도 지독한 두통과 메스꺼움을 유발한다. 숙취가 겁이 나서 도저히 술에 손을 대지 못하게 하는 극약 처방인 셈이다.
연구진은 디설피람이 동물실험에서 성인 당뇨병 치료에 효과가 있었다는 논문을 보고 당뇨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비만에도 효과가 있을지 연구했다.
일단 사람으로 치면 중년인 생후 9개월의 생쥐에게 12주 동안 고지방 사료를 먹였다. 예상대로 생쥐는 체중이 불어나 비만 상태가 됐다. 인슐린이 듣지 않고 공복 혈당이 높아지는 등 당뇨병 전 단계의 대사 장애를 보였다. 다음에는 생쥐를 네 집단으로 나눠 12주 동안 사료를 다르게 주며 관찰했다. 일반 사료나 고지방 사료만 주거나, 고지방 사료와 디설피람 저용량 또는 고용량을 함께 주는 식이었다.
예상대로 고지방 사료를 계속 먹인 생쥐는 체중이 더 불어나 대사 장애가 나타났다. 반대로 일반 사료로 바뀐 생쥐는 점점 체중이 줄고 혈당 수치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놀랍게도 고지방 사료를 계속 먹으면서도 디설피람을 복용한 생쥐는 일반 사료로 바뀐 생쥐만큼 체중이 줄고 대사 장애도 사라졌다. 이 생쥐들은 4주 만에 체중이 40%나 줄었다. 공동 교신 저자인 미셸 버니어 박사는 “생쥐 체중이 극적으로 줄고 날씬해진 것을 보고 내 눈을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고 말했다.
디설피람 복용 생쥐는 용량에 상관없이 같은 효과를 보였다.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았다. 암수 모두 같은 효과가 같았다.
◇과도 비만 환자 대상 임상시험 계획 중
연구진은 생쥐의 체중 감소는 디설피람의 항염증 효과로 공복 혈당의 불균형이 사라지고 대사 효율이 개선됐기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고지방 사료와 체중 증가로 인한 손상도 마찬가지로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디설피람을 투여한 생쥐가 운동하거나 행동에 변화가 없었다는 점에서 체중 감소를 순전히 약물의 효과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어디까지나 동물실험일 뿐이지 바로 사람에게 적용할 단계는 아니라고 연구진은 밝혔다. 연구진은 디설피람으로 고도 비만 환자를 치료하는 임상시험을 계획하고 있다. 동시에 약물이 어떻게 체중 감소 효과를 내는지 분자 단위에서 원리를 알아내는 연구도 진행하기로 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재직 당시 NIH에 파견돼 이번 연구를 같이한 김은영 박사는 “이 논문은 다른 질병의 치료제로 이미 사용되고 있는 디설피람이 비만 치료제로 사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며 “디설피람이 안전한 비만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다면 새로운 치료제 개발에 요구되는 거대한 연구비와 시간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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