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멈추자..별이 다시 쏟아졌다 [포토다큐]
권호욱 기자 2020. 5. 15. 17:08
[경향신문]
밤하늘에 흐르는 은하수를 본적 있는가. 여간해선 볼 수 없는 게 은하수다. 띠 모양으로 펼쳐진 별들의 무리가 은하수다. 그 모양이 은빛 강처럼 보여 은하수라 부른다. 제대로 보려면 어둠을 찾아 가야 한다. 별빛을 삼키는 건 인공 불빛만은 아니다. 달이 밝아도 안 된다. 초승달이 뜨는 월초, 달이 저무는 월말이 적기다. 하나 더 있다. 하늘이다. 이 중 가장 맞추기 힘든 건 맑은 하늘이다. 일 년 중 미세먼지 없이 맑고 푸른 하늘을 볼 수 있는 날이 많지 않으니 말이다.
미세먼지로 뿌옇던 하늘이 언제부턴가 달라졌다. 바이러스가 인간을 집안에 가두고, 공장과 자동차가 숨을 고른 시기다. 인류는 위험에 빠졌는데 생태계는 살아나는 ‘코로나19 역설’ 현상이 나타났다. 실제로 ‘물리적(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이던 지난 3월 한국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지난해보다 46%나 줄었다. 지난달에는 인도 북부 펀자브 지역 주민들이 트위터에 올린 히말라야 산맥 사진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곳 주민들이 히말라야 설산을 맨눈으로 볼 수 있게 된 것은 30년 만이라고 한다. 국가 봉쇄령으로 공기가 맑아진 탓이다. 세계 최악의 대기오염에 시달리는 뉴델리 밤하늘에도 최근 오리온 등 별자리가 선명하게 관측됐다.
코로나19 확산이 주춤하면서 세상은 ‘일시 멈춤’에서 풀려나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한동안 푸르던 하늘이 변하기 전 별을 보고 왔다. 당초 은하수를 보러 가려던 곳은 설악산 울산바위가 보이는 장소였다. 하지만 당시 산불때문에 강릉 안반데기로 행선지를 바꿨다. 안반데기는 사방이 탁 트여 은하수 관측의 명당으로 꼽힌다.
지난 5월 첫날, 은하수를 보기에 모든 것이 좋았다. ‘이화(梨花)에 월백하고 은한(銀漢)이 삼경인제’로 시작하는 고려 후기 이조년의 시조 한 구절처럼 삼경쯤(밤 11시∼새벽 1시)되니 까만 밤하늘에 비로소 별만 남았다. 별과 그 사이를 시퍼런 강물처럼 흐르는 은하수가 맨눈으로 봐도 선명했다. 덕분에 특별한 포토샵 도움 없이 무수히 쏟아지는 별을 실컷 사진에 담았다. 인간이 멈추자 지구가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별이 빛나는 밤’만 근사한 구경거리가 아니다. 인간의 멈춤으로 달도, 해도 생생하게 보인다. 그동안 잊고 살았던 아침 햇살과 석양도 눈요기가 된다. 월몰까지 봤다면 운수 좋은 날이다. 일출, 일몰, 월몰 시간은 한국천문연구원(www.kasi.re.kr) 홈페이지에서 검색할 수 있다.
권호욱 기자 bigg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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