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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비대면 콘서트-언택트 시대의 새로운 콘택트

입력 : 
2020-05-15 12:4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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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동세대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팬데믹 시대를 열었다. 그리고 그것은 ‘비대면(Untact)’이라는 또 다른 라이프스타일을 창조했다. 많은 아티스트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자신의 무대를 통해 팬들과 만나는 기회를 박탈당했고, 이에 대한 아쉬움을 해소하고자 온라인이라는 새로운 창구를 통해 또 다른 콘택트를 만들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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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을 위로하는 새로운 ‘만남’

굉장히 기대하던 내한 공연이 있었다. 지난 3월 열리기로 했던 록 밴드 그린데이Green Day의 라이브 콘서트가 바로 그것. 이토록 고대했던 이유는 약 10년 전 한 차례 펼쳐졌던 그들의 공연이 그간 한국에서 수없이 보아 온 콘서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린데이 공연은 물론 현재까지도 많은 내한 공연(뿐만 아니라 대다수 여러 형태의 공연들)이 취소되었다. ‘코로나19’라는 저항할 수 없는 팬데믹(pandemic, 전염병 대유행) 시대의 도래가 그 이유다. 인류는 그간 수많은 질병에 맞서 어떤 방식으로든 대처했고, 또 그것을 통제해 왔다. 하지만 현재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지금껏 마주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바이러스는 인류의 보편적 라이프스타일을 변화시키고 있다.

그중 중요한 요소가 바로 ‘언택트(untact) 문화’다. 역사를 통틀어 인류의 발전은 사실 ‘콘택트(contact)’라는 실질적 접촉을 통해 이루어져 왔다. 인간과 인간이 마주했을 때 발생하는 시너지야말로 경제, 문화적 발전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재편되어 확장되는 라이프 스타일은 ‘비접촉 라이프’임을 부정할 수 없다. 현시점에서 우리네 인간은 누군가와 접촉하지 않은 상태에서 각각의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해야만 하는 막다른 길에 들어섰다는 말이다. 교육, 경제, 문화 등 인류 모든 삶의 행위 속에서 언택트라는 용어는 필수적인 어떤 것이 되었다.

흔히들 뮤지션의 공연을 ‘라이브 콘서트’라고 부른다. 이 행위의 여러 요소 중 가장 핵심은 ‘동일 공간에서 그와 함께, 그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호흡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생동감 있는=live’라는 수식어가 존재할 수 있었다. 하지만 팬데믹 시대가 도래하며 그것은 감염이라는 위험성을 내포한 위협적인 용어가 되었다. 필자가 고대하던 그린데이뿐만 아니라 음악이라는 이름 아래 여럿이 함께 즐기기를 원했던 모든 무대가 취소되었다. 그러니까 현재 모든 삶의 트렌드 중 최고는 또 다른 유행이라는 이름을 호명받은 팬데믹이 되어 버린 셈이다. 전 세계 뮤지션들은 ‘라이브’라는 수사를 붙이는 모든 행위를 금지 당했다. 이제 뮤지션들도 방구석에 고립되었고, 팬들도 방구석에 도사리고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많은 아티스트들은 자신의 무대를 통해 팬들과 만나는 기회를 박탈당했고, 이에 대한 아쉬움을 해소하고자 온라인이라는 새로운 창구를 통해 또 다른 콘택트를 만들기로 했다.

처음 시작은 일종의 위로였다. 답답함을 탈피하고자 하는 위로였고, 전염병 대유행과 맞선 인류를 위한 위로였으며, 자칫 팬들로부터 망각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대한 위로였다. 그 위로의 가장 큰 이벤트는 아마도 지난 4월18일 개최된 ‘원 월드: 투게더 앳 홈One World: Together at Home’이 아닐까 싶다. 이는 마치 1985년 아프리카 기아 대책을 위해 영국과 미국의 17만 관객 앞에서 펼쳐졌던 ‘라이브 에이드Live Aid’의 온라인 버전에 비견할 만 했다. 레이디 가가가 세계보건기구(WHO)와 손잡고 기획한 ‘원 월드: 투게더 앳 홈’ 콘서트에는 셀린 디온, 폴 매카트니, 엘튼 존을 비롯한 전 세계 유수의 뮤지션 60여 팀이 참여했다. 그들은 자신의 공간에서 장장 8시간에 걸쳐 릴레이 온라인 콘서트를 펼쳤다. 화려한 무대도 아닌 소박한 공간에서 그들은 전 세계 팬들을 위해 자신의 목소리를 랜선으로 전파했다. 꼭 이렇게 기획된 공연이 아니더라도 아티스트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팬들에게 위로의 목소리를 들려주었다. 그리고 그 목소리들은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여전히 전파되고 있다. 대부분은 자선, 구호 등의 위로를 곁들인 무료 행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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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여 주기’를 넘어선 쌍방향 소통

코로나19는 모든 경제, 산업을 마비시킨 것처럼 공연 비즈니스에도 막대한 손실을 입혔다. 뮤지션들은 앨범을 발표하고 콘서트를 개최해야 수익이 발생한다. 특히 월드 투어 같은 콘서트는 뮤직 비즈니스를 산업으로 확장시키는 거대한 통로다. 하지만 이 모든 행위가 감염 리스크 관리의 일환으로 취소되면서 음악계가 받은 타격은 굉장하다. K-POP이라는 장르로 완전히 자리를 굳힌 국내 아이돌 그룹들 역시 타격을 비껴가지 못했다. 사실 오늘날의 K-POP은 음반 판매와 월드 투어를 통해 대단히 많은 수익을 창출한다. 하지만 이 팬데믹이 도래하기 전부터 이들은 온라인을 통해 수많은 글로벌 팬들과 소통해 왔다. 예를 들어 방탄소년단(BTS)은 일찌감치 유튜브를 포함한 다양한 SNS 플랫폼을 통해 영향력을 증폭시키지 않았던가. 그들을 두고 ‘유튜브 시대의 비틀스’라고 부른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언택트 시대에서 공연 산업의 새로운 활로를 찾은 것 역시 K-POP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단순히 위로와 소통의 창구로서 온라인 공연을 개최하지 않고, 또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창조해낸 것이 K-POP의 저력이라는 판단이다. 그 대표적 사례가 지난 4월26일 개최된 ‘슈퍼엠SuperM’의 온라인 전용 콘서트 ‘SuperM: Beyond the Future’가 되겠다. 슈퍼엠은 국내 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 소속의 샤이니, 엑소, NCT 멤버들의 프로젝트 아이돌 그룹이다. SM엔터테인먼트는 이번 온라인 공연에 대해 “AR 기술과 인터랙티브 소통이 어우러진 공연으로 120분의 러닝 타임 동안 1억2000여 개의 하트를 기록하며 글로벌 음악 팬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고 전했다. 이 공연을 조금 더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단순히 관객 없는 무대에서 퍼포먼스를 펼치고 이를 송출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꽤나 획기적이라는 호평을 들었던 김태호 PD 연출의 ‘놀면 뭐하니?’가 기획했던 ‘방구석 콘서트’와는 또 다른 기획력이 돋보였기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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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월드 라인업(사진 위키피디아)
일단 무료가 아닌 유료 공연이었다는 점이 첫 번째다. 최소 3만3000원부터 판매되던 티켓은 약 7만5000장가량 팔렸다. 그렇다면 팬들이 온라인 티켓을 구매한 만큼의 별도의 차별 요소가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기획사는 콘서트 생중계뿐만 아니라 뮤직 비디오, 온라인으로 시청 중인 관객이 퍼포먼스를 하는 아티스트와 (비대면이긴 하지만) ‘직접적 접촉’이라 느낄 수 있게 하는 카메라 연출, 실제 공간이 연동되는 AR 합성 기술(Live Sync Camera Walking), 실시간 3D 그래픽으로 구현된 다양한 공간 배경의 무대 등을 더했다. 여기에 덧붙여 기획사는 이번 공연을 필두로 ‘비욘드 라이브Beyond LIVE’라는 이름의 일련의 시리즈를 만들어 내기로 했다. 비욘드 라이브 시리즈가 흥미로운 건 방구석에서 홀로 보는 관객의 단조로움을 시각뿐만 아니라 청각적으로도 보충했다는 점이다. 이 공연의 특징은 공연 현장을 보여 주는 것 이외에도 각기 홀로 관람 중인 시청자들의 음성, 환호 등도 실시간으로 송출하는 기술을 기반으로 쌍방향 소통을 만들어 냈다는 점이다. 그래서 보는 이의 쓸쓸함, 외로움 또는 동떨어짐을 기술적으로 보완했다. SM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그동안 그들이 지향해 온 새로운 컬처 테크놀로지를 콘서트 분야에도 실현한 것이 바로 비욘드 라이브라는 것이다. 이를 통해 슈퍼엠은 월드 투어가 취소된 상황에서도 약 7회분 공연에 동원될 관객 수인 7만 명 이상을 단박에 모니터 앞으로 끌어 모았다. 그리고 이 기술 집약적 온라인 콘서트는 5월에도 NCT 드림, NCT 127 등의 자사 아이돌 그룹 공연에 이용될 거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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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콘 홍보 포스터(사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비단 슈퍼엠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팬을 가진 BTS 역시 온라인 공연을 통해 여전한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방에서 즐기는 방탄소년단 콘서트(이하 ‘방방콘’)’이라 명명된 온라인 송출 콘텐츠가 바로 그것. 이는 무료 관람이 가능한 콘텐츠이긴 했지만 팬들과의 소통 상실에 대한 우려를 말끔히 불식시킬 수 있는 그들만의 또 다른 콘텐츠이기에 주목할 만하다. 슈퍼엠 공연이 기존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했다면, BTS의 방방콘은 기존 플랫폼인 유튜브와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자체 플랫폼인 ‘위버스’를 통해 진행되었다. 여기에 그들은 또 다른 테크놀로지를 접목한다. 국가에 따라 다른 컬러를 지닌 그들의 응원봉 ‘아미밤’을 블루투스 모드로 연결해 영상 오디오 신호에 따라 그 컬러가 달라지는 기술을 적용한 것이다. 이를 통해 BTS 팬들은 마치 한곳에 모여 함께 응원하는 가상 체험을 할 수 있었다. 지난 4월18일과 19일 각 12시간씩 진행된 이번 방방콘의 동시 최대 접속자 수는 224만 명이었다. 그리고 위버스를 통해서는 50만여 개의 아미밤이 연동되었다고 한다. 비대면 시대의 실로 놀라운 성과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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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택트 시대의 문화 향유법

SM엔터테인먼트가 새로운 공연 비즈니스 장치로 선보인 비욘드 라이브는 언택트 시대의 새로운 산업적 탈출구가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이는 대안일 뿐이다. 역사적으로 공연이라는 건 언택트가 아닌 콘택트를 우선시하는 문화다. 콘서트에 참여한다는 것은 기존 앨범의 오디오를 감상하기보다는 아티스트들의 숨소리조차 하나의 음원으로 함께 즐길 수 있음을 의미한다. 동시에 공연장에 설치된 거대한 앰프와 스피커를 통해 방구석에서는 경험 불가능한 증폭된 사운드를 즐기는 행위 역시 아주 중요한 요소다. 그런데 온라인 콘서트는 이를 충족시키지 못한다. 관객이 방구석에서 어떤 장비를 통해 그것을 관람하는지에 따라 시청각적으로 느끼는 만족감이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최고급 오디오 시스템을 통해 즐길 것이고, 또 어떤 누군가는 조악한 스피커 또는 이어폰으로 볼 것이다. 언택트 라이브 콘서트는 분명 대단히 좋은 시도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현장에서 느끼는 동일한 체험을 충분히 제공하지는 못한다. 실제 라이브를 본 것과 라이브 실황 앨범을 청취하는 것은 사뭇 다른 경험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온라인 콘서트의 전개는 미래 공연의 대안으로서 가치가 충분하다. 분명 전 세계는 현재의 팬데믹 시대를 슬기롭게 헤쳐 나갈 것이다. 하지만 여러 맥락과 영향력을 살펴 볼 때 코로나19 이후에도 완전히 다른 양상의 팬데믹은 언제든 도래할 것이다. 아니 그럴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분명 ‘언택트 문화’는 다양한 시대에 다양하게 지속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러나 현재의 몇몇 시도들은 참신함을 넘어서 수익 창출을 위한 대체제로서 기능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그리고 기술력의 발전을 기반 삼아 언택트 문화는 다채롭게 펼쳐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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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핑크 플로이드의 앨범 ‘The Wall’이 영화 감독 앨런 파커를 통해 영화 ‘핑크 플로이드의 더 월’(1982)로 선보인 적이 있었다. 앨범 자체가 한 편의 영화 속에 고스란히 녹아 든 획기적 시도였고, 이는 여전히 수작으로 손꼽힌다. 이 역시 문화 콘텐츠의 새로운 진화였다. 분명 문화 콘텐츠는 시대에 적응하며 자신들의 창구를 개척해 나가는 저력을 지녔다. 현재 음악뿐만 아니라 다양한 공연 문화가 언택트 시대에 접어듦으로써 침체된 분위기다. 상황은 다시 호전될 것이고 얼마 전까지의 화려한 명성을 되찾을 것임은 의심치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또 다른 팬데믹에 따른 언택트 시대에 대비해야만 한다. 언택트 문화는 이제 시작이다. 그리고 그것은 분명히 문화 산업의 새로운 수익 창출 창구로 존재할 것이다.

[글 이주영(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사진 픽사베이, 에스엠엔터테인먼트,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위키피디아]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729호 (20.05.19)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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