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강력한 치료 효과를 보이는 새로운 항바이러스제 후보물질이 확인됐다. 세포실험에서 현재 미국에서 긴급사용 승인을 받은 치료제 후보물질 ‘렘데시비르’보다 수백 배 우수한 항바이러스 효과를 보여, 치료제로 활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물질은 3월 독일 연구팀 및 4월 미국 연구팀이 발견해 임상시험 중인 또다른 치료제 후보물질(캐모스타트 메실산염)과 원리가 비슷한 물질로, 둘 다 임상시험에서 효과가 입증될 경우 코로나19 치료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파스퇴르연구소는 혈액 항응고제 및 급성 췌장염 치료제 성분인 ‘나파모스타트 메실산염’이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을 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사람의 폐 세포실험을 통해 확인했다고 14일 밝혔다.
나파모스타트 메실산염은 아미노산의 일종인 세린을 분해하는 인체 효소인 ‘세린 단백질가수분해효소(프로테아제)’의 기능을 막는 저해제다. 이 효소는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을 일으키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와 코로나19를 일으키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가 인체 세포에 감염될 때 핵심 역할을 한다. 이들 바이러스는 감염 초기에 바이러스 표면의 ‘스파이크 단백질’을 이용해 인체 세포 표면의 에이스투(ACE2) 단백질을 인식한다. 크리스티안 드로스텐 독일 샤리테의대 교수팀이 3월 7일 생명과학 학술지 ‘셀’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이 과정에 TMPRSS2라는 세린 프로테아제가 스파이크 단백질을 쪼개는 과정이 필요하다(아래 그림 맨 왼쪽). 나파모스타트 메실레이트는 이 효소의 작용을 억제해 항바이러스 효과를 낸다.

연구팀은 3000종 이상의 기존 화합물을 코로나19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는지 세포로 실험해 왔다. 이 가운데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약물 24종을 선정한 뒤, 인체 폐세포에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를 감염시키고 24시간 뒤 약물을 투여해 바이러스 활성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농도를 비교했다. 연구 책임자인 김승택 한국파스퇴르연구소 인수공통바이러스연구팀장은 “렘데시비르와 말라리아 치료제 클로로퀸, 에이즈 치료제인 ‘칼레트라’의 주성분 로피나비르를 대조군으로 비교한 결과, 나파모스타트 메실산염은 대조군 중 가장 효과가 좋은 렘데시비르보다 효과가 훨씬 뛰어났다"며 "렘데시비르 농도의 600분의 1로 동일한 항바이러스 효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이 약은 항응고제이자 항염증제로 한국과 일본 등에서 이미 쓰이고 있어, 코로나19에 사용될 경우 바이러스도 줄이고 염증도 없애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특히 코로나19의 주요 증상인 급성 폐렴 치료에 도움이 될 것으로 연구팀은 내다봤다. 연구팀은 이 약물의 용도에 대한 특허를 4월 20일 출원했으며, 현재 경상대병원 등 국내 10개 병원이 연구자임상시험을 진행중이다.
●독일, 일본도 주목하는 약...비슷한 효과의 '캐모스타트 메실산염'도 경쟁중
나파모스타트 메실산염이 코로나19 저해제로 유망하다는 사실을 밝힌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김 팀장은 “최근2~3주 사이에 우리 연구팀 외에 독일 연구팀과 일본 연구팀 역시 이 약물이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동시다발적으로 밝혔다”며 “세계 여러 나라 연구팀이 밝힌 만큼 코로나19 치료제로 유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편 나파모스타트 메실산염 외에도 TMPRSS2를 표적으로 하는 항바이러스제 후보물질은 또 있다. 캐모스타트 메실산염이라는 물질이 이미 3월부터 TMPRSS2 억제제로 연구되고 있다. 4월 초, 올래 쇠고르 덴마크 오르후스대 교수팀은 캐모스타트 메실산염을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는 임상시험에 착수했다. 이 약은 한국과 일본에서 췌장염 치료제로 승인을 받은 약으로, 역시 안정성이 확보돼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