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내고 달려왔어요" 샤넬 가격 인상 소식에 명품관 북적

김은영 기자 2020. 5. 12.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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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가격 인상설에 샤넬 매장 장사진... 100명 이상 대기 행렬
"오늘이 제일 싸다"... 매장 문 열자마자 구매하는 '오픈런'도

"아침 8시 30분에 와서 대기번호 54번을 받았어요."

프랑스 명품 샤넬의 가격 인상 소식에 주요 백화점 명품관이 이른 아침부터 연일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12일 오전 9시 반,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샤넬 매장에서 만난 20대 여성 김모 씨는 "어제와 오늘 회사에 연차를 쓰고 '오픈런'을 하고 있다"고 했다. 오픈런(Open run)이란 백화점 앞에서 개장을 기다렸다가, 문이 열리기 무섭게 매장으로 달려가는 것을 말한다. 김 씨는 "갖고 싶었던 코코핸들 가방 스몰 사이즈가 이번에 많이 오른다는 말이 있어 눈 뜨자마자 택시를 타고 달려왔다"고 했다.

샤넬코리아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지만, 고객들 사이에선 14일을 기점으로 제품 가격이 인상된다는 게 기정사실처럼 퍼지고 있다. 앞서 11일(현지시간) 유럽에서 가격을 7~17% 인상한 데다, 10일부터 샤넬 한국 홈페이지에서 상품 가격 정보가 삭제됐기 때문이다.

이에 명품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어느 매장의 대기줄이 얼마인지', '어떤 가방의 재고가 남았는지' 등의 정보를 교환하며 샤넬백 구매를 위한 눈치게임이 한창이다. 일부 지방 거주자들은 샤넬 가방을 사기 위해 재고가 많은 서울 매장으로 상경하기도 한다.

롯데 본점 샤넬 매장 관계자는 "아직 본사로부터 가격 인상 계획을 듣지 못했다"면서도 "지난주부터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가격 인상 소문이 번지면서 매장을 찾는 고객이 더 많아졌다. 백화점 개장 2시간 전부터 줄이 세워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날 롯데 잠실 애비뉴엘 샤넬 매장에선 오후 1시 30분을 기해 대기자가 140명을 넘어섰다.

정확한 인상 폭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스웨덴의 인상률을 반영하면 715만원짜리 클래식 미디엄 플랩 백은 14.6% 오른 819만원, 372만원짜리 미니 플랩 백은 27.4% 인상된 473만원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명품 브랜드는 매년 1~3회가량 가격을 인상해 왔다. 특히 결혼식이 몰린 봄철에 가격 인상이 관행적으로 이뤄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불거진 올해도 고야드, 불가리, 롤렉스, 루이비통, 셀린, 티파니, 로로피아나 등이 가격을 올렸다. 루이비통의 경우 지난해 11월, 올해 3월 가격을 올린 데 이어, 이달에도 가격을 6~10% 인상했다. 모노그램 스피디 반둘리에 30은 194만원에서 204만원으로, 미니 도핀은 421만원에서 443만원으로 올랐다.

명품 업체들은 환율 변동과 원자재 상승 등을 인상 이유라고 밝히지만, 환율이 떨어졌다고 가격이 떨어진 적은 거의 없다. 2015년 샤넬이 전세계 가격 평준화를 이유로 일부 가방값을 20%가량 내린 적이 있지만, 8개월 만에 다시 가격을 인상했다. 이런 탓에 명품을 구매하는 이들 사이에선 "오늘이 제일 싸다"라는 말이 나온다. 샤넬 가방으로 재테크하는 '샤테크'라는 말이 생긴지도 오래다.

명품은 특정 고객들이 과시적인 목적으로 하는 소비이기 때문에, 경기와 소비 침체 등에 영향받지 않는다. 오히려 가격이 오를수록 잘 팔리는 베블런 효과가 통한다. 실제 에르메스, 샤넬의 인기 제품의 경우 1년을 기다려야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코로나 여파에도 국내 명품 소비는 증가세를 보인다. 지난달 롯데·현대·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의 명품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0% 이상 증가했다. 황금연휴가 있던 이달 초에도 백화점 명품 매출은 20% 안팎의 증가세를 보였고, 교외형 명품 아울렛의 매출도 20%대가 뛰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해외여행과 출장 등이 줄면서 면세점에서 구매했던 명품 수요가 백화점으로 쏠린 것이라고 해석한다. 억눌렸던 소비 욕구를 해소하려는 보상소비(보복소비)가 명품 구매를 촉진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 한 샤넬 매장 관계자는 "코로나19 기간에 역대급 매출이 나왔다"고 전했다.

하지만 전 세계 명품 시장의 전망은 암울하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 베인앤드컴퍼니는 지난 7일(현재시간) 발표한 보고서에서 올해 전세계 럭셔리 매출이 최대 35% 감소하리라 전망했다. 이 보고서는 줄어든 매출이 2019년 수준으로 회복되기까지 2~3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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