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는 주고 누구는 안주고..재난지원금 카드 마케팅 대혼란

김범준 2020. 5. 1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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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고객에 이벤트 공지한 이후
금융당국 '마케팅 자제' 지침 내려
공지 고객만 혜택 땐 형평성 문제
모두 취소 땐 '줬다 뺏느냐' 비판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11일 카드사를 통한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신청이 시작됐지만, 카드사의 마케팅을 둘러싸고 큰 혼란이 벌어졌다. 카드사들이 긴급재난지원금 신청을 유치하기 위해 음료 쿠폰 또는 상품권 증정 등 고객 이벤트를 문자로 안내하던 도중에 갑자기 취소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마케팅 금지’ 지침에 따른 것이지만, 문제는 이미 상당수 소비자에게는 안내 문자 공지가 이뤄졌다는 점이다.

카드사들은 이미 공지가 이뤄진 일부의 소비자만 대상으로 쿠폰이나 상품권 지급을 하려는 분위기지만, 나머지 같은 카드를 사용하는 소비자들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모두 없던 일로 취소하려고 해도 ‘줬다 뺐느냐’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카드사들은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소비자들 ‘취소냐 아니냐’ 문의 쏟아져

11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삼성카드는 자사 홈페이지 또는 모바일 앱(App)을 통해 긴급재난지원금을 신청하는 회원들에게 쿠폰을 제공하기로 한 이벤트를 이날 긴급 취소했다. 해당 이벤트를 안내하던 홈페이지 공지도 이날 삭제됐다.

삼성카드는 정부 긴급재난지원금 신청 시작일 직전 날인 지난 10일까지만 해도 회원들에게 신청 방법을 안내하면서 신청자 전원에게 스타벅스 커피 1잔 또는 5000원 상당의 편의점 모바일 쿠폰을 제공한다는 문자 메시지를 발송했다. 이달 11~17일 사이 삼성카드에서 긴급재난지원금을 신청하면 오는 22일 쿠폰 종류 선택 등 동의 절차를 거쳐 이달 29일 개별 휴대전화로 모바일 쿠폰을 일괄 제공할 예정이었다. 이번 삼성카드의 이벤트는 지난 8일 금융당국이 신용카드사들의 긴급재난지원금 마케팅 활동에 제동을 걸고 나선 상황에서도 감행한 것이라서 주목을 받았다.

삼성카드의 긴급재난지원금 신청 고객 이벤트 안내 문자 메시지. 한 회원은 쿠폰 제공 관련 내용을 안내(왼쪽 빨간색 표시 부분) 받았지만, 다른 회원(오른쪽)은 받지 못했다. 두 소비자 모두 삼성카드 주거래 회원이자 마케팅 수신에 동의한 활성 회원이다.(자료=독자 제공)
그런데 삼성카드가 이날 갑자기 해당 이벤트를 취소했다. 소비자들은 혼란에 빠졌다. 홈페이지 또는 모바일 앱에서 관련 공지만 삭제하고 별도의 문자 메시지 등을 통한 개별 안내가 이뤄지지 않아 혼란은 가중됐다. 소비자들은 “취소된 게 맞느냐, 쿠폰 준다고 해서 이미 신청했는데 문자 받은 사람은 그대로 주는 것이냐”는 등의 궁금증이 쏟아냈다. 일부 삼성카드 소비자들은 아예 이벤트 안내조차 받지 못하면서 혼란은 더욱 가중됐다.

삼성카드 측은 “임의로 쿠폰 지급 대상 고객을 선정했거나 별도의 우선순위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고, 시스템상 안내 문자 메시지가 시차를 두고 순차적으로 발송되던 중 해당 이벤트가 잠정 취소된 것”이라면서 “이미 일부 고객 안내도 이뤄졌던 만큼 적절한 수습책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삼성카드는 여전히 이미 마케팅 진행 여부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삼성카드가 오락가락 행보를 보인 것은 금융당국의 ‘카드사 마케팅 금지’ 압박 때문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8일 ‘정부·지자체·카드사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위한 업무협약’에서 “11일부터 카드사들이 시행하는 긴급재난지원금은 제때 지급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며 “마케팅 과열 양상을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긴급재난지원금에 대한 ‘카드사 마케팅 금지’ 가이드라인을 공개적으로 못 박은 셈이다. 금융감독원 역시 금융위 입장과 같다며 개별 카드사 현업부서에 마케팅 자제를 권고했다.

“민간 자율 지나치게 침해해 발생한 혼란”

금융당국 때문에 결정을 바꾼 것은 삼성카드 뿐만이 아니다. 우리카드 역시 지난 8일 일정 기간 결제 실적이 없는 소비자들을 상대로 긴급재난지원금을 신청하면 스타벅스커피 교환 쿠폰 4장을 지급한다는 이벤트를 안내했다가 당일 갑자기 취소했다. 같은 날 이뤄진 은 위원장의 발언을 고려한 조치로 알려졌다.

(그래픽=이미나 기자)
우리카드는 이미 안내된 소비자에게만 이벤트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불만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오히려 우리카드를 착실하게 써온 우량 회원은 혜택을 받지 못하고, 실적 기여가 없는 소비자에게만 혜택을 제공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한 우리카드 소비자는 “우량 회원은 (쿠폰을) 안 주고, 실적이 없는 소비자에게만 혜택을 주는 건 역차별”이라며 “마케팅이라고는 하지만 기분이 나쁜 것은 사실”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비씨카드 역시 긴급재난지원금을 신청한 고객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사용 금액 100%(최대 100만원)까지 돌려주는 캐시백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돌연 보류했다. 관련 내용도 지난 8일 보도자료로 배포됐다가 당일 부랴부랴 회수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NH농협카드도 자사 카드로 긴급재난지원금을 받으면 추첨을 통해 SPC 상품권 1만원권을 제공할 예정이었지만 지난 8일 전면 취소하고 홈페이지에 사전 안내했던 공지도 삭제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민간의 자율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것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다”면서 “결국 소비자만 혼란스럽게 됐다”고 지적했다.

김범준 (yol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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