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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절반이 사는 ‘아파트 시대’의 그늘…주민 갑질·폭행에 경비원은 운다

입력 : 2020-05-11 14:27:34 수정 : 2020-05-11 21:3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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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 문제, 주차차량 문제, 인터폰 받지 않아서… / 잊을만하면 벌어지는 경비원 상대로 한 주민의 폭행 사건
서울 강북구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하던 A씨가 지난 10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지난달 21일과 27일, 아파트 주차장에서 발생한 주차 문제로 인해 입주민에게 폭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층간소음 민원을 해결해주지 않아서, 주차된 차량을 옮겨달라고 했다는 이유로, 그리고 인터폰을 받지 않아서…. 통계청 조사 결과, 2018년 우리나라 일반가구 중 아파트 비율이 50%를 넘기면서 사실상 ‘아파트 시대’가 도래한 가운데, 앞서 언급한 이유들로 인해 입주민에게 폭행당하는 경비원의 일부 피해 사례도 끊이지 않고 있다.

 

11일 서울 강북경찰서에 따르면 전날(10일) 오전 2시쯤 50대 경비원 A씨가 자신이 살던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강북구 우이동의 한 아파트 경비원인 A씨는 A4용지에 ‘억울하다’는 취지의 유언장을 남겼으며, 지난달 21일 자신이 근무하는 아파트 입주민 B씨의 이중주차 된 차량을 옮기면서 갈등을 빚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차량을 밀던 A씨를 B씨가 폭행했으며, 같은 달 27일에는 코뼈가 부러질 정도의 폭행이 있었던 것으로도 전해졌다. 아파트 폐쇄회로(CC)TV를 확보한 경찰은 영상 분석 등을 토대로 B씨를 조사할 방침이다.

 

지난 2월에는 층간소음 민원을 해결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70대 아파트 경비원을 마구 때려 숨지게 만든 40대 남성에게 중형이 확정됐다. 대법원은 살인 혐의로 기소된 C(47)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8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아파트 주민인 C씨는 2018년 12월 새벽 경비실을 찾아가 71세 경비원을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앞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자신이 제기한 층간 소음 문제에 대해 경비원의 조치가 충분하지 않다며 평소 앙심을 품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살해할 의도가 없었다는 C씨의 주장에 대해, “사회적 약자인 고령의 경비원을 대상으로 한 범행이라 비난 가능성이 크다. 술에 다소 취한 것을 넘어 인사불성의 정도에 이르렀다고도 보기 어렵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1일, 서울 강북구의 한 아파트 경비실에 모자와 근무복이 걸려 있다. 이 아파트 경비원 A씨는 지난달 21일과 27일, 아파트 주차장에서 발생한 주차 문제로 인해 입주민에게 폭행을 당했으며, 전날(10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뉴시스

 

이보다 앞선 올 1월에는 휴가를 나온 군인이 술에 취해 자신이 사는 아파트 경비원에게 행패를 부리다가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지난해 6월에는 인천 부평구의 한 빌라에서 주차 문제로 인한 주민의 경비원 폭행 사건이 벌어졌으며, 2018년 5월에는 경기도 오산의 한 아파트 경비원이 ‘걸려온 인터폰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주민에게 폭행당해 전치 2주의 상해를 입은 사건도 있었다. 폭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주민은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이러한 사정을 반영하듯 매년 입주민에게 폭행당하는 경비원 사례도 점점 느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9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전신) 민경욱 의원이 주택관리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과 2016년 각각 2건에 불과했던 경비 근무자 대상 폭언·폭행 사례는 2017년 11건으로 늘어났다. 2018년에는 31건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도 7월까지 집계된 사례만 27건이었다. 이에 민 의원은 “경비원에 대한 입주민의 갑질 횡포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라며 “경비원도 아파트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제도적인 처우 개선과 함께 주민들의 인식 전환이 필하다”고 지적했다.

 

한 아파트 입주민이 11일 서울 강북구의 한 아파트 경비실 앞에 마련된 추모 공간을 살펴보고 있다. 지난달 21일과 27일, 아파트 주차장에서 발생한 주차 문제로 인해 입주민에게 폭행을 당한 경비원 A씨는 지난 10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뉴시스

 

결국 일부 지자체는 직접 ‘경비원 구하기’에 나섰다.

 

경기 용인시는 2015년부터 전국에서 처음으로 아파트 경비원들의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경비실 특화계획’을 시행 중이며, 후속조치로 ‘공동주택 관리 종사자 피해구제 자문단’ 운영 계획을 지난해 11월 발표했다. 조언과 치유로 좋은 아파트를 만든다는 취지로 ‘조치조아자문단’이란 전문가 팀을 꾸려 경비원이나 관리사무소 직원, 청소원 등 공동주택 관리업무 종사자들이 근무 중 피해를 입었을 때 구제를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즉, 입주민에 의한 부당간섭이나 지시, 부당해고 등의 피해와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변호사와 노무사, 갈등관리전문가, 정신건강전문가 등의 상담·자문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거였다.

 

인천의 한 아파트 경비원은 “대다수 주민분들은 우리에게 잘해주시고, 경비원들도 주민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가끔 터지는 폭행 사건을 보면 그저 안타깝기만 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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