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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제주만 백번 방문…발품없는 부동산 투자는 필패"

이한나 기자
입력 : 
2020-05-10 18:44:16
수정 : 
2020-05-10 20:3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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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부동산…` 책 낸 박합수 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

은행서 18년간 부동산 컨설팅
내비게이션 없이 지도만 들고
서울부터 제주까지 전국 돌며
신축·감정평가·경매까지 경험
부동산 석·박사 학위 딴 학구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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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로지점에서 은행 대출을 담당하면서 수도권에 흩어져 있던 상인들 물건을 감정평가했습니다. 내비게이션도 없던 시절 약도만 들고 곳곳에 발품을 판 경험이 부동산 투자 개념을 잡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부동산 투자를 하려면 현장 감각이 필수죠." 은행 근무 31년 중 부동산 전문 상담 프라이빗뱅커(PB)만 18년을 맡아온 베테랑 1세대 부동산전문가인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이 자신 있게 말했다. 금융자산이 5억원 이상인 KB국민은행 고객을 집중 컨설팅하는 그는 누적 상담자만 5000명이 넘는다. 그런 경험을 토대로 부동산 투자 관련 책 '대한민국 부동산 10년 후 미래가치에 주목하라(매경출판)'를 최근 내놓았다. 매일경제 명예기자 1기 출신인 박 전문위원은 2009년 '부동산 용어사전'과 은행원들의 교과서로 통하는 금융연수원 교재 '비금융자산(부동산) 투자설계'를 낸 적이 있다.

박 전문위원은 평범한 은행원으로 출발했지만 업무 중 건물 신축을 맡아 설계도를 익힌 것을 계기로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면서 부동산전문가로 전환하게 됐다. 2003년 사내 PB사업부 공모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부동산스페셜리스트로 뽑혔다. 그는 "남대문 상인들의 대출건 감정평가 때문에 수도권 곳곳 아파트 상가 등을 찾아 발품을 팔며 물건을 확인하고, 경매 신청과 물건 낙찰까지 두루 맡았다"며 "고생하면서 실전은 쌓았지만 '가방끈'이 아쉬워 대학원까지 진학했다"고 말했다. 회계학과 출신으로 숫자에 밝았던 그는 주경야독하며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건설개발 석사에 이어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 박사까지 받았다.

박 전문위원은 수도권은 물론 부산 대전 제주 등을 두루 커버해 '전국구'로도 통한다. 그는 "제주도는 2005년 전후로 잠재력을 발견해 아마 100바퀴쯤 돌아본 것 같다"며 "남해 통영 여수 등 다도해 지역이 천혜의 관광자원을 비롯한 연륙도·남부내륙고속철도 등 교통 덕분에 제주 뒤를 이을 미래 유망 지역으로 본다"고 소개했다.

새로 내놓은 책에는 코로나19 영향 분석도 담았다. 박 전문위원은 "완치자와 치료자 비율 등을 토대로 코로나19가 안정화되는 시점을 조사한 뒤 부동산시장을 분석했더니 조심스럽지만 6월쯤 경제활동 정상화로 돌입해 부정적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판단됐다"며 "단기 경기 침체가 마무리되면 반등이 가능하지만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최악의 경기 침체가 발생해야 부동산시장도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로나19 이후 주거 패턴 변화에도 보수적 입장이다. 박 전문위원은 "칩거 생활이 1년은 넘고 2년쯤 돼야 삶의 방향을 바꾸므로 기존 생활 패턴으로 회귀할 확률이 높다고 본다"며 "재택근무 확산에도 1~2인 가구 확대에 도심 직주근접 역세권 새 아파트 선호는 여전히 강할 것"고 설명했다.

그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와 3기 신도시 등 미래 지형 변화를 평소에도 강조해 왔다. 최근 수도권 일부 지역 집값이 뛴 것은 규제 여파인 풍선 효과도 있지만 공급 부족 요인이 더 크다는 것이다. 그는 "GTX 호재 지역 중에서도 10분대에 서울 진입이 가능하도록 3~4정거장 떨어진 고양 대곡역 인근이나 부천종합운동장, 과천, 금정, 의정부 등을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전문위원은 집값 안정을 위해서는 수요 억제보다 재건축 규제 완화가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공급 확대 신호를 주면 시장 참여자들이 새 아파트를 급히 살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시장이 안정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기억에 남는 상담 사례로는 허름한 상가 건물 한 채를 74억원에 사서 개발해 350억원대 빌딩 주인이 된 고객을 꼽았다.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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