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V리그 여자부 FA 시장은 무려 18명이 FA자격을 얻으며 지난 2017년을 능가하는 'FA 대이동'이 예상됐다. 하지만 올해 FA시장에서는 18명 중 14명이 원소속팀에 잔류했고 2명(김해란,이효희)이 현역생활을 마감하면서 FA 계약을 통해 유니폼을 갈아입은 선수는 단 2명 밖에 되지 않았다. 자칫 '먹을 것 없는 잔칫집'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이적을 선택한 두 선수의 면면은 결코 가볍지 않다.

먼저 국가대표 세터 이다영은 6년 동안 활약했던 정든 현대건설 힐스테이트를 떠나 총액 4억 원(연봉3억+옵션1억)의 몸값을 받고 '쌍둥이 언니' 이재영이 있는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로 이적했다. 179cm의 좋은 신장에 뛰어난 운동능력과 공격본능, 그리고 팬들을 기쁘게 하는 쇼맨십까지 겸비한 이다영은 자타가 공인하는 V리그 최고의 스타인 언니 이재영과 함께 흥국생명을 이끌 예정이다. 

이다영의 합류로 오랜 기간 흥국생명의 주전 세터로 활약하던 조송화는 IBK기업은행 알토스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이다영과 조송화의 연쇄 이적으로 기업은행의 주전세터 자리를 잃게 된 이나연은 지난 6일 트레이드를 통해 이다영의 소속팀이었던 현대건설로 자리를 옮겼다. 이로써 기업은행의 창단 멤버였던 이나연은 프로 입단 후 3번째 트레이드를 경험하게 됐다.

파란만장했던 이나연의 선수생활
 
 이나연은 GS칼텍스 시절 한창 성장해야 할 시기에 팀에서 이탈하며 방황의 시간을 보냈다.

이나연은 GS칼텍스 시절 한창 성장해야 할 시기에 팀에서 이탈하며 방황의 시간을 보냈다. ⓒ 한국배구연맹

 
2011년에 공식 창단됐지만 창단 준비기간이었던 2010년부터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한 신생구단 기업은행은 세 학교의 졸업생들을 우선지명할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다. 이 때 기업은행이 선택한 학교가 바로 김희진의 서울중앙여고와 박정아(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의 부산 남성여고, 최은지(KGC인삼공사)의 진주 선명여고였다. 그리고 중앙여고의 주전세터였던 이나연은 김희진, 채선아(인삼공사) 같은 동기들과 함께 기업은행의 창단 멤버가 됐다.

하지만 기업은행의 이정철 감독은 이효희와 이소진을 영입해 세터진을 보강했고 이나연은 입단 1년 만에 트레이드를 통해 GS칼텍스 KIXX로 이적했다. 당시 이나연의 반대급부로 기업은행 유니폼을 입은 선수가 국가대표 리베로 남지연(기업은행 코치)이었으니 당시 이나연이 받았던 기대치는 결코 만만치 않았다. 이나연은 GS칼텍스에서 이숙자(KBS N SPORTS 해설위원)의 후계자로 주목 받으며 순조롭게 성장하는 듯 했다.

하지만 이나연은 2013년 코보컵에서 불안한 토스워크로 팬들의 질타를 받았고 코보컵 직후 개인사유를 이유로 돌연 임의탈퇴 공시되며 팀을 떠났다(공교롭게도 GS칼텍스는 이나연이 빠진 2013-2014 시즌 실업팀에서 정지윤 세터를 급하게 영입해 챔프전 우승을 차지했다). 1년 만에 코트에 복귀한 이나연은 2015-2016 시즌 주전세터로 기대를 모았지만 어깨부상으로 고전하면서 8경기에 결장, 다시 한 번 구단과 팬들을 실망시켰다.

이나연은 2016-2017 시즌에도 주전 세터로 낙점 받았지만 이번에도 시즌 초반 오른쪽 발목에 부상을 당하며 22경기 출전에 그쳤고 GS칼텍스도 6개 구단 중 5위에 머물렀다. 그럼에도 시즌 중 이선구 감독의 후임으로 부임한 차상현 감독은 이나연을 꾸준히 팀의 주전 세터로 기용했다. 2016-2017 시즌이 끝난 후 정지윤의 은퇴와 시은미의 트레이드로 인해 이나연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하지만 GS칼텍스는 이나연이 풀타임 주전으로 활약한 2017-2018 시즌에도 4위에 그치며 4시즌 연속 봄 배구 진출에 실패했다. GS칼텍스가 간발의 차이로 봄 배구 진출에 실패하자 차상현 감독은 운동능력이 좋고 대담한 플레이를 즐기는 안혜진의 파트너로 이나연보다 조금 더 영리하고 빠른 토스를 구사할 수 있는 세터를 원했다. 그렇게 이나연은 2018년 6월 이고은과의 맞트레이드를 통해 6년 만에 친정팀 기업은행으로 복귀했다.

기업은행 이적 후 성적 하락, 이다영 떠난 현대건설로 이적
 
 이나연은 6년 만에 돌아온 친정팀에서 두 시즌 동안 활약했지만 결과는 썩 좋지 않았다.

이나연은 6년 만에 돌아온 친정팀에서 두 시즌 동안 활약했지만 결과는 썩 좋지 않았다. ⓒ 한국배구연맹

 
이나연이 돌아왔을 때 기업은행에는 이미 현대건설 시절 두 번의 챔프전 우승과 네 시즌 연속 세터상(2010-2011~2013-2014 시즌)에 빛나는 베테랑 세터 염혜선(인삼공사)이 있었다. 하지만 염혜선은 기업은행 이적 첫 시즌 만족할 만한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고 이정철 감독은 6년 전 리베로 보강을 위해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했던 유망주 이나연을 다시 불러 들였다. 하지만 이나연 역시 기업은행의 새로운 '해답'이 되진 못했다.

이나연은 기업은행에서 두 시즌 동안 주전 세터로 활약했다. 특히 염혜선마저 팀을 떠난 2019-2020 시즌에는 팀 내 이렇다 할 경쟁자를 찾기 힘들 정도로 확실한 붙박이 주전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2012-2013시즌부터 2017-2018 시즌까지 6시즌 연속 챔프전에 진출했던 신흥명문 기업은행은 이나연이 주전으로 활약한 두 시즌 동안 봄 배구에 진출하지 못했다. 심지어 2019-2020 시즌에는 창단 첫 최하위의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결국 기업은행은 2019-2020 시즌이 끝난 후 FA시장에서 2018-2019 시즌 흥국생명의 통합우승을 이끌었던 조송화 세터를 총액 2억7000만 원(연봉2억5000만 원+옵션2000만원)에 영입했다. 조송화의 가세가 기업은행 전력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될 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조송화의 합류로 기존의 주전이었던 이나연이 주전 자리를 잃고 벤치로 물러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나연은 아마 다가 올 새 시즌에도 주전 세터로 활약할 확률이 매우 높다. 6일 이다영을 잃은 현대건설에서 이다영의 보상선수 신연경과 중앙공격수 심미옥을 묶어 이나연과 윙스파이커 전하리를 데려 오는 2:2 트레이드를 성사시켰기 때문이다. 

프로 지명시기를 기준으로 하면 이나연도 어느덧 프로에서 10년이 넘는 시간을 보낸 베테랑이 됐다. 하지만 이나연은 GS칼텍스 이적 첫 시즌이었던 2012-2013 시즌을 끝으로 지난 7시즌 동안 봄 배구를 경험하지 못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조기종료됐지만 2019-2020시즌 1위를 차지한 팀의 주전세터 자리를 떠안게 된 이나연이 이다영의 빈자리를 메워 새 시즌에도 현대건설을 강 팀으로 이끌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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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IBK기업은행 알토스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이나연 조송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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