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안이 아빠 손준호의 '밀당' 육아

서울문화사 2020. 5. 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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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경력 9년 차, 뮤지컬 배우 손준호가 스스로, 자연스럽게 터득한 게 있다.
아이의 뜻대로 은근히 밀어주고, 조심스럽게 당기는 이른바 '밀당'의 기술이다.
서로를 ‘들었다, 놨다’ 하는 부자 사이

손준호, 손주안 부자가 오랜만에 카메라 앞에 섰다. “주세요~ 해봐”라는 주안이의 유행어가 벌써 5년 전 일이라니, 세월이 빠르다. SBS 육아 예능 프로그램 <토요일이 좋다-오! 마이 베이비> 출연 당시, 손준호는 젤리를 두고 주안이에게 “주세요~해봐”라며 여러 버전의 ‘주세요’를 주문하며 장난쳤고 주안이는 그에 응하며 재롱을 부렸다. 잠시 후 손준호가 반대로 주안이에게 젤리를 달라고 하자 주안이는 손준호가 했던 것처럼 아빠에게 “주세요”를 귀엽게, 사랑스럽게 등 다양한 버전으로 요청했던 것!

아빠를 ‘들었다, 놨다’ 하는 주안이의 장난을 즐겁게 받아주던, 초보 아빠 손준호도 이젠 어엿한 학부형이다. 주안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지난해부터 손준호는 뮤지컬 <엘리자벳>, <엑스칼리버>, <마리 앙투아네트>, <빅 피쉬>에 이어 올해 <드라큘라>까지, 쉼 없이 무대에 오르며 왕성하게 활동했다. 함께하는 일상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요즘, 뮤지컬 배우 아빠는 아이를 어떻게 대하고 있을까? 열정 넘치는 예술가이자 주안이의 친구가 되고 싶다는 손준호의 진심은 이렇다.


주안이가 벌써 이렇게 많이 컸네요! 이제 소파에 앉은 아빠 옆에 서면 어깨가 나란한데요?
벌써 아홉 살 초등학생이 됐어요.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게 늘 그렇더라고요. ‘어! 이 녀석이 언제 이렇게 많이 컸지?’ 이러다가도 ‘아~ 아직 애기구나…’ 이런 감정이 반복돼요. 아이는 늘 그 자리에 있지만, 제 마음은 계속 들썩들썩해요.


아이가 생겼을 때 ‘이런 아빠가 되고 싶다’는 다짐을 많이 하잖아요. 어떤 게 있었을까요?
친구 같은 아빠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많이 했어요. 진짜 편안한!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죠?
친구니까, 아이가 좋아하는 걸 같이해야겠다는 생각에 주안이가 하는 게임이나 놀이도 부지런히 배웠어요. 솔직히 ‘이런 게 재밌나?’ 하는 의구심이 들어도 일단은 해봤죠. 주안이가 최근까지 ‘브롤스타즈’라는 게임을 좋아하기에 저도 한창 레벨도 올리고 재미도 붙여서 “같이하자!” 하면서 제가 적극적으로 먼저 대시를 했죠.


꽤 적극적으로 친구 신청을 했네요?
그랬죠…. 그런데 글쎄 주안이가 “나 이제 이거 안 하는데?” 하더군요. 벌써 다른 게임으로 돌아선 거예요. 아차! 이렇게 종종 밀당에 실패하곤 합니다. 아이들이 워낙 빠르잖아요, 세대 차이도 있고. 아빠와 아들 사이에 진짜 친구가 되기 어려운, 그런 미묘한 부분이 있다는 걸 이젠 알 것 같아요. 얼마 전부터 주안이가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어요. 스마트기기와 너무 가깝게 지내는 건 아닌지 걱정도 들었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반갑던지! 주안이의 자전거 데이트 요청에는 언제든 ‘오케이!’ 해주고 있습니다.


아홉살 주안이의 즐거운 생활
카페에서 맛있는 쿠키를 먹으며 써 내려간 주안이의 메모와 소소한 일상의 모습들!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들을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부부의 사랑 속에서, 주안이는 표현력이 뛰어나고 명랑한 어린이로 자라는 중이다.


좌_주안이는 최근 3D펜을 장만했다. 안경과 엄마를 위한 반지를 만드는데 이어, 무려 다섯 시간 만에 남산타워를 완성하기까지! / 우_휴지로 직접 만든 주안이표 KF94 마스크.


좌_사회적 거리두기를 실현 중인 가족을 위해 아빠 손준호가 장장 두시간에 걸쳐 주안이의 커트를 마무리했다. / 우_오리지널 달고나 만들기에 도전한 주안이.



주안이가 그린 뮤지컬 <드라큘라>속 아빠의 모습.

아홉 살 주안이는 무엇을 좋아하나요?
주안이는 아주 어릴 때부터 만드는 걸 좋아했어요. 그림 그리기, 요리하는 것까지도. 그래서 아내와 주안이는 미술관을 자주 다녔고요. 저는 주안이를 데리고 밖으로 나와 움직이는 역할이에요. 캠핑을 다니고 수영, 축구, 농구를 같이하면서 몸으로 놀아줘요. 주안이는 최근까지 수영을 배웠고, 학교에서 하는 방과 후 피아노 교실도 다녔어요. 주안이가 그때그때 좋아하는 것을 배우게 한 거예요. 잠깐 스치더라도 어렸을 때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게 중요하니까요.


미술, 체육… 주로 예체능 쪽이네요? 클래식을 전공한 뮤지컬 배우 부부만의 특별한 음악 교육법이 있을 것 같은데.
따로 집에서 음악에 대해 가르치진 않았지만, 주안이는 클래식에 익숙해요. 일단 저희가 집에서 성악곡을 많이 부르거든요. 주안이가 뱃속에 있을 땐 소현 씨가 모차르트 음악을 정말 끊임없이 들었어요. 주안이가 자라면서도 저희 집엔 꾸준히 모차르트 작품이 흐르고 있었죠. 재작년 가족끼리 유럽으로 여행을 갔었어요. 뮤지컬 <엘리자벳>을 준비하며 겸사겸사 떠났던 여행인데, 그때 일곱 살이던 주안이가 비엔나에서 모차르트가 그려진 초콜릿을 발견하곤 한참을 이야기했던 기억이 나요. 유치원에서 배웠다면서 저희에게 모차르트를 소개해주더라고요. 그리고 올해 저와 소현 씨가 함께 뮤지컬 <모차르트>에 출연하게 된 만큼, 또 모차르트에 대한 새로운 에피소드가 생겨나겠죠? 음악이든, 무엇이든 다양하게 접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게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클래식을 듣는 게 지루하게 느껴진다면, 가족이 함께 유튜브 공연 영상을 보며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고, 뮤지컬 공연을 보면 저희 입장에서 더 좋고요!


노골적으로 알려주는 주입식 교육보다는 오랜 시간, 은근히 쌓아가는 방식이군요!
제가 성악을 하고, 뮤지컬 배우가 되었던 순간들을 돌이켜봐도 그랬어요. 부모님이 시켜서 한 일이 아니었거든요. 제가 원해서, 조금은 늦었다 싶기도 했던 고등학교 2학년 때 성악을 배우기 시작하고, 삼수 끝에 대학에 입학하고, 군대 전역 후 스물여덟 살이 돼서야 뮤지컬 배우로 방향을 잡았어요. 노래를 잘 부르시던 어머니, 오르간을 전공했던 누나를 곁에서 지켜보고, 피아노 학원에서 ‘체르니 40번’까지 즐겁게 쳤던 것, 친구들과 노래방을 다니던 추억까지! 긍정적인 경험과 자극들이 쌓여서 어느 날 예술을 해야겠다는 열정이 발동한 것 같아요.


부모가 방향을 제시하면 더 수월하게 예술가로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요?
시작은 부모가 열어줄 수 있지만 끝을 보게 하는 건 자신의 열정이에요. 예술을 직업으로 삼고 오래 활동하면서 행복하려면요. 너무 많은 관심보다는, 자기의 열정을 주체할 수 없을 때까지 기다려주는 게 어떨까요? 주안이가 그런 신호를 보내면 전 그때 확실히 밀어줄 생각이에요. 무엇이든!


교육적인 측면에서 아이들에게 어떤 뮤지컬을 보여주는 게 좋을까요?
주변의 배우분들은 <마틸다>, <빌리 엘리어트>를 추천해요. 이 작품들을 보고 뮤지컬 배우를 꿈꾸게 됐다는 아이들도 많고, 열 번 넘게 공연을 봤다는 친구들도 있어요.


주안이도 뮤지컬을 자주 보나요?
주안이는 뮤지컬을 딱 두 번 봤어요. 뮤지컬에는 보통 나이 제한이 있어서요. 작품마다 다르지만 러브신도 있고 죽는 장면도 많은 데다 격정적으로 묘사하니까요. 여덟 살이 지나 제가 출연했던 <엑스칼리버>랑 <빅 피쉬>를 봤어요. 뮤지컬 <빅 피쉬>는 아빠와 아이, 가족에 관한 내용인데, 주안이도 그런 애틋한 감정들은 곧잘 공감하는 것 같았어요. 부모이자 관객의 입장이 되어보니, 가족이 같은 작품을 보면 추억으로 남아서 좋더라고요. 아내와 함께 출연했던 <마리 앙투아네트>는, 주안이가 엄마가 죽는 장면이 나오니까 보기 싫다고 하더군요. 현실이 아니라는 걸 알지만, 아직은 마음이 좋지 않나 봐요.


이제는 ‘육아’가 아닌 ‘교육’이죠. 요즘은 주안이에 대해 어떤 고민을 하고 계신가요?
저는 제 직업에 너무나 만족하고, 뮤지컬 배우라서 행복해요. 제가 행복한 건, 예술을 해서가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찾았기 때문이거든요. 주안이도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너무 교육에 열을 올리지 말고 자유롭게 두어야지’ 하고 생각하다가도, ‘나 편하자고 방치하는 건 아닐까?’ 하면서 마음을 바꾸었다가 ‘내 욕심 같은데?’ 하면서 제가 제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해요. 다 정답을 찾는 과정이겠죠? 요즘은 그저 건강하게 지내는 것, 야외 활동을 마음껏 하게 되는 게 소원이라 빨리 주안이랑 다시 수영장에도 가고 신나게 놀아주고 싶어요!



기획 : 김의미 기자 | 사진 : 정택 | 장소협조 : 3f lobby(02-586-1102) | 헤어·메이크업 : 비비안, 엄지(순수 청담본점, 02-542-5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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