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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시대 ‘쇼핑 뉴트렌드’ | 극장도 로봇이 안내 ‘언택트시네마’ 판매자와 실시간 소통 ‘라이브커머스’

  • 노승욱, 반진욱 기자
  • 입력 : 2020.05.08 09:21:40
  • 최종수정 : 2020.05.08 09:57:50
# 서울 여의도 IFC몰 지하 3층에 위치한 CGV 여의도점. 비대면 영화관 ‘언택트 시네마’를 표방한 이곳의 겉모습은 다른 영화관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 하지만 영화관 안에 들어서자 색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웬 로봇이 다가온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난생처음 보는 광경에 당황도 잠시, 화장실이 어디냐고 묻자 로봇은 능숙하게 화장실 방향을 안내해준다. 설명을 마친 로봇은 유유히 시야에서 사라졌다.

‘영화 관람의 꽃’ 팝콘 매점도 여타 극장과는 다르다. 직원 대신 커다란 ‘픽업박스’가 놓여 있다. 키오스크에서 주문하고 3분 경과. 모니터에 음식을 가져가라는 알림이 표시됐다. 픽업박스 앞에 가서 영수증의 QR코드를 인식시킨 후 문을 두들기자 상자가 열리며 팝콘이 나왔다.

상영관 입구에서는 ‘체크봇’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제5관 상영 영화는 ‘라라걸’입니다”라며 영화 시간표를 반복해서 알려준다. 체크봇 옆 스캐너에 QR코드를 스캔하니 좌석 번호와 위치를 화면에 띄우며 안내해준다. 직원이 없어도 무단 관람 걱정은 없다. 스캔하지 않고 입장하면 센서가 감지해 비상벨이 울린다고.

‘체크봇’ ‘픽업박스’ 등 새로운 서비스에 고객들은 “우와” “신기하다” 등 감탄사를 연발한다. 일부 고객은 상영시간이 다 됐는데도 로봇에 말을 걸며 자리를 쉬이 옮기지 못할 정도.

CGV 여의도점 직원은 “노크하면 열리는 픽업박스에서 눈을 못 떼는가 하면, 체크봇을 따라다니며 기념 사진을 찍는 등 처음 보는 서비스에 흥미로워하는 고객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우리는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고 돌아갈 수도 없다. 더 건강하고 더 안전하며 더 잘 준비된 ‘새로운 정상화’가 있어야 한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

“코로나19가 1년 또는 몇 년, 어느 정도 계속 유행이 지속될 가능성도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코로나19 사태가 수습 국면이지만 완전한 종식은 기대 난망이다. 코로나19가 독감처럼 바이러스 변이를 일으키며 유행성 질병으로 토착화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적잖다. 바야흐로 코로나19가 일상에 스며드는 ‘생활방역’의 도래.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유통업계는 장기전을 준비 중이다. 온라인 쇼핑은 실시간 쌍방향 소통을 강화하고, 오프라인에서는 소비자 간 동선을 조정하거나 로봇을 통해 무인화하는 식이다. 언택트 쇼핑이 고도화·다변화되는 포스트 코로나19 시대가 다가온다.



▶온라인 쇼핑은 실시간 쌍방향으로

▷아프리카TV+홈쇼핑=‘라이브커머스’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 쇼핑은 어떻게 달라질까.

먼저 온라인 쇼핑은 판매자와 소비자가 실시간 소통하는 ‘라이브커머스’가 확산될 전망이다.

그간 온라인 쇼핑은 편리하고 안전하기도 하지만, 제품이나 판매자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것이 단점이었다.

가령 오프라인 식당은 최근 ‘열린 주방(open kitchen)’이 일반화되며 식당의 위생 상태를 바로 확인 가능하지만, 배달 전문식당은 그렇지 못하다. 신선식품도 마트에 가면 신선도를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지만 온라인으로 구매하면 상품을 받아봐야 알 수 있다. 의류도 온라인상의 사진이나 모델 착장샷만 믿고 구입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적잖다.

라이브커머스는 이런 단점을 보완한다. 판매자가 방송하면서 옷은 입어보고, 음식은 요리 과정을 보여주며 상세하게 상품을 소개하는 식이다. 의류 착장샷의 조명발이 의심스러우면 “다른 조명 아래서 보여달라”거나, 주방의 청결 상태를 보여달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 소비자는 시청자가 되고, 판매자는 크리에이터가 되는 ‘유튜브(또는 아프리카TV)와 홈쇼핑’의 결합인 셈이다.

라이브커머스는 그간 왕홍, 인스타그래머 등 유명 인플루언서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이제는 달라졌다. 네이버는 “일반 소호몰이나 1인 자영업자도 라이브커머스를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라이브커머스 툴을 올 상반기 내에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소비자가 마치 매장에 있는 듯한 VR·AR 쇼핑도 활성화될 전망이다.

LG유플러스는 스마트폰으로 홈쇼핑 채널을 인식하면 상품 이미지가 360도 3D AR로 나타나는 ‘U+AR쇼핑’ 서비스를 제공한다.

코로나19가 본격화된 지난 3월 가입자가 전월 대비 두 배가량 증가했다. 한샘은 자사 가구 신제품으로 꾸민 방 안에 소비자가 마치 들어가서 둘러보는 듯한 ‘VR모델하우스’ ‘VR집들이’ 등을 선보였다.

▶오프라인은 직원 대신 로봇이

▷언택트 시네마·무인 결제 확산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극장업계는 언택트 시네마로 생존을 모색 중이다. 영화 관람 전부터 보고 나올 때까지 사람과 일절 접촉하지 않는 극장을 선보인다.

CJ CGV 여의도점은 매표소를 없애고 대신 무인발권기 성능을 고도화했다. 기존에는 발권만 가능했지만 취소·좌석 교체 등 매표소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기능을 넣었다. 상영관이나 매장 정보를 알려주는 안내직원은 ‘체크봇’이, 매점은 ‘픽업박스’가 대신한다. 투명한 LED 창으로 만들어진 픽업박스를 두드리면 문이 열려 준비된 메뉴를 찾아가는 방식이다.

CGV 여의도점 안에 위치한 ‘픽업박스’.

CGV 여의도점 안에 위치한 ‘픽업박스’.

상영관 입구에는 ‘스마트체크’ 시스템을 구축했다. 관람객은 입장할 때 예매 티켓을 입구에 있는 스캐너나 체크봇에 스캔하면 된다. 표 정보를 확인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초 남짓. 시간도 줄이고 정확도까지 높였다.

CGV 관계자는 “언택트 시네마는 고객에게 색다른 영화 관람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준비한 서비스다. 올해 1월부터 시작했는데 코로나19로 이후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여의도점에서 고객 반응·운영 경험 등 데이터를 지켜본 다음 전체 극장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라고 말했다.

롯데시네마도 ‘스마트 키오스크’를 극장 22곳에 설치해 ‘언택트 서비스’를 운영한다. AI 음성인식 기술이 들어가 있어 음성명령만으로 영화 예매와 매점 상품 구매가 가능하다. 또 영화관 곳곳에 스마트 자판기를 배치해 고객이 상품을 구매하도록 돕는다.

편의점 무인결제 방식도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CU·세븐일레븐 등 주요 편의점은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비대면 결제 트렌드 대응에 나섰다.

CU는 언택트 결제 트렌드에 맞춰 매장 1000여곳에 셀프계산대를 도입했다. 코로나19 이후 셀프결제 비중이 15% 급증해 45.2%에 육박하자 내린 조치다.

휴대폰을 POS기처럼 활용하는 ‘바이셀프’ 기술을 적용한 매장도 확대한다. 바이셀프는 구매하고자 하는 상품 바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스캔 후 바로 결제하는 시스템. 물건을 집고 바로 결제할 수 있어 사람 접촉 없이도 편의점 이용이 가능하다. 절도·안전사고가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던 만큼 안정성도 높다는 게 CU 측 설명이다. 현재 운영 중인 120개 매장을 올해 말까지 200개로 늘릴 계획이다.

언택트 시대에 맞춰 오프라인에서도 앞다퉈 비대면 결제 서비스를 도입하는 추세다. 사진은 세븐일레븐 셀프결제 AI 로봇 ‘브니’.

언택트 시대에 맞춰 오프라인에서도 앞다퉈 비대면 결제 서비스를 도입하는 추세다. 사진은 세븐일레븐 셀프결제 AI 로봇 ‘브니’.

세븐일레븐은 AI ‘브니’를 내세운다. 북극곰을 형상화한 외관에 AI를 탑재해 고객을 응대하고 결제를 돕는 로봇이다. 이미지·모션 센서를 통해 상황별로 알맞은 접객 서비스를 제공한다.

결제 수단도 다양하다. 바이오페이의 일종인 핸드페이를 중심으로 신용카드·교통카드·엘페이 등으로 셀프결제를 지원한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인 오피스·인 팩토리·호텔 등 차별화 상권에 ‘브니’를 사용하는 시그니처 매장을 지속적으로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AI 브니 외에도 간단한 셀프결제를 돕는 브니 키오스크(보급형 브니)를 일반 매장 중심으로 늘릴 것”이라고 전했다.

이외에도 GS25는 헬스장 안에 위치한 ‘피트니스형 매장’, 이마트24는 위워크 안에 입점한 ‘셀프미니’ 등 특수 상권 맞춤용 무인결제 매장을 공개했다.

▶서빙은 물론, 조리도 로봇이 척척

▷배달 이어 홀·주방도 언택트로 운영

그간 요식업계가 언택트 운영을 음식 배달·포장에 집중했다면 향후에는 홀에도 적용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일례로 스타벅스는 빼곡히 들어찼던 테이블의 30%를 빼서 테이블 간 1m 거리를 확보했다. 철저한 예약제로 고객별 방문시간을 구분하기도 한다.

한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는 식당의 인테리어가 많이 바뀔 것이다. 일자형 바 테이블을 늘려 고객이 서로 마주 보지 않고 앉도록 하거나 입구와 출구의 동선을 달리해 고객 간 접촉을 최소화하려 한다. 소수 정예 단골 고객이나 회원제로 영업하는 ‘스피크이지바(speakeasy-bar)’ 등 ‘고객 스크리닝(screening)’도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달의민족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에게 서빙 로봇 ‘딜리플레이트’를 무료로 지원하며 로봇 서비스 알리기에 나섰다. 처음에는 10대를 지원할 계획이었지만 신청이 164곳이나 몰리자 공급량을 50대로 늘렸다. 서빙 로봇을 사용하는 점주들 만족도도 높다는 후문이다. 인력과 달리 별다른 관리 비용이 들지 않고 일정한 수준의 업무 효율을 보여줘 대체로 만족한다고.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딜리플레이트를 써보고 나서 서빙 로봇에 의구심을 보내는 시선이 많이 사라졌다. 현재는 사용 점주·고객들로부터 피드백을 받아 개선점을 찾고 더 개선하는 과정에 있다. 시장 확대와 기술 발전을 위해 LG전자를 비롯한 다양한 회사와 협업을 진행 중이다. 서비스를 키워 연말에는 약 300대를 공급하는 게 목표다”라고 말했다.

커피 프랜차이즈 달콤커피는 로봇 카페 ‘비트’ 매장 확대에 적극 나섰다. 코로나19가 확산된 1월 이후 1만명 이상이 ‘비트 멤버십’에 가입했다. 누적 가입자 수가 10만명을 돌파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50%나 올랐다.

달콤커피 관계자는 “그동안 비트 매장은 기업체 내부에 들어간 B2B 형태 매장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언택트 소비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비트 커피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증가했다. 소비자와 직접 맞닿는 B2C·숍인숍 형태의 로드 매장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 언택트 쇼핑이 일상화될 것으로 내다본다. 주윤황 장안대 유통경영과 교수는 “온라인 쇼핑이 편리함은 물론, ‘안전하다’는 인식까지 추가되며 더욱 영역이 확장될 것이다. 이제는 오프라인 점포들도 언택트 쇼핑 노하우를 도입해야 생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터뷰 | 조영제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부 대표

마트서 직접 배송하고 넷플릭스처럼 초개인화

유통공룡 롯데가 자사 온라인 쇼핑 서비스를 통합한 ‘롯데온(ON)’ 서비스를 선보였다. 온오프라인 쇼핑 데이터를 통합해 넷플릭스처럼 개인 맞춤형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고, 물류센터가 아니라 도심 내 마트에서 직접 소비자에게 배송한다는 복안이다. 향후 국내 쇼핑 트렌드 변화를 가늠할 수 있어 업계 관심이 집중된다.

Q. 통합 롯데ON의 특징은 무엇인가.

A 온오프라인의 쇼핑 데이터를 통합, 유통업의 모든 데이터를 모았다. 어떤 이커머스도 아직 온오프라인 데이터를 통합한 곳은 없다. 데이터의 양은 물론, 질에 있어서도 다른 업체와 상당한 차이를 보이리라 생각한다. 가격정책은 최저가 대신, 다이내믹 프라이싱(dynamic pricing)을 통한 최적가를 추구한다. 1000원이 최저가더라도 1100원이 적정가면 1100원에 팔겠다는 것이다. 가령 롯데자이언츠 경기 관람권이 상대방 팀에 따라 가격이 바뀌는 것과 비슷한 식이다.

Q. 풀필먼트 센터를 활용한 매장 배송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A 풀필먼트 센터를 이용하면 효율성이 높아진다. 롯데마트를 예를 들면 기존 롯데마트 3000평 중 2000평은 신선식품 매장이었다. 나머지 1000평에서 공산품을 팔았다. 이제는 소비자 행동 패턴이 많이 바뀌었다. 2000평은 꼭 필요하지만 나머지 1000평은 그렇지 않은 만큼, 이를 (온라인 배송을 위한) 풀필먼트 센터로 활용할 예정이다. 온라인 재고와 오프라인 재고가 섞여서 헷갈리지 않게 한곳에서 모든 것을 처리하도록 만들었다. 각 매장에서는 반경 5㎞까지 배송할 수 있다. 이커머스 업체들이 가장 많이 쓰는 비용이 물류비다. 오프라인 유통망을 활용하면 물류비를 최소화해서 이익구조를 만들 수 있다. 적자를 내면서 운영하지는 않을 것이다.

Q. 어떤 해외 사례를 참고했나.

A 국내외 이커머스 업체를 다 연구했다. 각 회사가 특징도 뚜렷했고 배울 점도 많았다. 특히 우리가 배운 곳은 ‘넷플릭스’다. 고객 한 명 한 명의 취향을 파악해 검색창 없이 초개인화를 하는데, 이런 맞춤형 추천 시스템은 유통업계보다 넷플릭스가 더 강점이 있다. 롯데그룹의 강점은 ‘오프라인 점포’와 ‘소비 데이터’다. 우리 유통 계열사들은 1900만 ‘롯데멤버스’ 회원 정보를 모두 공유하고 있다. 이커머스가 보유한 온라인 데이터와 롯데멤버스가 가진 오프라인 데이터를 섞으면 우리가 활용하려는 데이터가 나온다. 마케팅에 활용하려면 동의한 고객만 가능하지만, 분석은 전 회원 다 가능하다. 올해 안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겠다.

[노승욱 기자 inyeon@mk.co.kr, 반진욱 기자 halfnuk@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57호 (2020.05.06~05.1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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