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재난지원금 기부, 또 한번 세계를 놀라게 해보자

2020. 4. 30. 21:0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이 30일 국회를 통과했다. 지급 대상을 소득하위 70%에서 전 국민으로 확대하면서 예산 규모는 7조6000억원에서 12조2000억원으로 늘었다. 국내에서 코로나19 첫번째 확진자가 발생한 지 이미 100일이 넘었다. 이번 대책은 코로나19 위기에 맞선 ‘민생 심폐 소생술’과 다름없다. 늦게나마 5월 내 재난지원금 지급이 가능해진 것은 다행이다. 어렵게 재원이 마련됐으니 신속하고 빈틈없이 집행될 수 있도록 관계당국은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지원금 신청과 지급을 위한 절차도 최대한 간소화해야 한다.

정부가 재난을 맞아 지원금을 지급한 것은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처음이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재난지원금의 자발적 기부를 유도하기 위한 장치다. 재난지원금 신청 마감일까지 신청하지 않으면 자발적 기부 의사가 있는 것으로 간주하기로 했다. 기부금에 대해서는 연말정산이나 종합소득세 신고 때 15%의 세액공제를 해주기로 했다. 기부로 마련된 재원은 고용보험기금으로 사용할 방침이다.

이미 재난지원금을 기부하겠다는 움직임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서울 서초구는 5급 이상 공무원 전원이 기부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메리츠금융그룹 전체 계열사 임직원 2700여명도 재난지원금을 자발적으로 기부하기로 했다고 한다. 조금이라도 여유 있는 사람들이 주변의 어려운 이웃에 손길을 내미는 건 바람직한 일이다. 그런 점에서 자발적 기부 물결이 널리 퍼지기를 바란다. 모범적 코로나19 방역에 이어 한국 사회의 연대와 상생, 위기 극복의 지혜를 또 한번 세계에 보여줄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재난지원금 기부에 대해 우려하는 시선도 있는 게 사실이다. 기부를 강요하는 ‘관제 금모으기 운동’ 같은 캠페인은 편가르기를 부추길 수 있고, 책임행정과도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일리 있는 얘기다. 재난지원금 지급은 골목상권 같은 민생 현장에 돈이 돌게 해서 경제가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한 정책 수단이다. 어려운 이들에 대한 시혜나 예산 낭비가 아니다. 기부금을 정부가 다시 걷어가면 오히려 정책 효과가 약화될 수 있다. 재난지원금 기부는 더 필요한 곳에 쓰라는 사회 구성원들의 자발적 배려로 이뤄져야지, 절대 강요할 일이 아니다. 대통령과 장차관이 기부했으니 공무원, 기업들도 따라 나서라는 식은 곤란하다. 기부하라는 압박으로 받아들인다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 어떤 형태로든 관 주도 캠페인으로 비쳐선 안된다. 재난지원금 기부는 코로나19로 전례없는 경제위기에 직면한 우리 사회의 해체를 막기 위한 자발적 연대의 손길이어야 한다.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