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번 확진자 이후 지역감염 동선 그릴 땐, 빨리 안 끝나겠다 싶었죠"[코로나 100일]

2020. 4. 28.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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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국내 확진자 발생 100일..'코로나맵·마스크맵' 개발 이동훈 대표 인터뷰
코로나19 확진자 동선 지도 '코로나맵' 만들어
"확진자 폭증 당시에는 하루 4시간도 채 못 자"
"초반과 달리 국민의식 달라지며 동선이 줄어"
"정보 격차·디지털 소외 현상 등이 남은 과제"
"현장에서 묵묵히 애쓰시는 의료진 분들 존경"
이동훈 스타트업 모닥 대표. [이동훈 대표 제공]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100일 동안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31번 확진자를 기준으로 (대구·경북 등에서)지역 감염이 시작됐을 때였어요. ‘빨리 안 끝나겠구나, 준비를 해야겠구나’라고 생각했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초기, 한 대학생이 개발한 코로나19 확진자 동선 지도 ‘코로나맵’에 대한 입소문이 사람들 사이에 퍼져나갔다. 이어 지난 2월 17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19 관련 맵을 만든 이동훈 군을 특별히 칭찬해야겠다. 정부가 좀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29일은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지 100일이 되는 날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한 지 50일이 되는 날이기도 하다. ‘코로나맵·마스크맵’ 개발자인 이동훈(27) 스타트업 모닥 대표(경희대 산업경영공학과 4학년 휴학)는 28일 헤럴드경제와 전화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하며 ‘코로나 100일’의 소회를 털어놨다.

28일 현재 코로나맵 홈페이지에 그려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동선 상황. [코로나19 홈페이지 캡처]

이 대표는 “현재는 확진자 수가 한 자릿수까지 줄어들어 여유롭게 개발하고 있지만, 확진자가 많았을 때엔 하루에 4시간도 채 못 잤던 것 같다”며 “지역·집단 감염 등 확진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당시엔 하루에 제보 메일이 500통씩 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혼자서 메일로 제보받은 확진자 동선도 업데이트해야 하고, 애플리케이션 자체도 계속 수정해야 해서 누적된 피로에 몸이 버티지 못해 그때부터는 같은 동아리 친구 스무 명이 일을 도와주며 함께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이번주부터 1인당 3장으로 늘어난 공적마스크 구매 개수에 대해서도 ‘업데이트를 마쳤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주)월요일 정오부터 구매 가능 마스크 수, 판매 약국 등을 반영하도록 마스크맵의 업데이트도 마쳤다”고 했다. 이어 “마스크맵도 결국 일상 속 불편함을 잡아내고 혼선을 해결하기 위해 개발했다”며 “예전에 ‘마스크 하나 사는 데 몇 시간씩 걸리고, 30분씩 줄섰다가 돌아갔다’, ‘어르신들은 생년월일에 따른 5부제 요일을 외우는 것도 힘들다’는 이야기들을 듣고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100일간 확진자 동선 지도를 그려온 이 대표는 지도를 통해 알 수 있는 확진 초기와 현재의 차이점은 ‘국민들의 의식’이라고 진단했다. 이 대표는 “초기엔 한 확진자가 많은 곳을 돌아다녔다면 현재는 확진자들이 자신이 확진자임을 알게 되면 자가격리를 하는 등 동선이 크지 않다”며 “예전엔 확진자 1명의 동선을 업데이트하는 데 10분 정도 걸렸다면 지금은 1분 이내로 업데이트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확진자 수가 많이 준 것도 있지만, 2월 하순에도 확진자 수가 줄다가 폭증했듯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코로나맵 개발 이후 이메일로 제보와 피드백도 많이 온다는 이 대표는 “코로나맵 덕분에 사춘기 아들과 오랜만에 대화를 나눴다”는 한 어머니의 사연이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메일을 주셨던 한 어머니께서 ‘대화가 없던 사춘기 아들이 코로나맵을 본 뒤 ‘나도 이렇게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해 오랜만에 대화를 했다’고 하셨다”며 “이후 ‘코로나19 데이터를 수집하는 아들 모습을 보며 좋았다, 고맙다’고 말씀하셨다. 코로나맵이 이런 식으로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뿌듯하고 제가 더 감사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100일이 지나면서 이 대표는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정보 격차’, ‘디지털 소외 현상’에 대해서도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어느 날 자신이 적록색맹이라고 밝힌 분께 피드백이 왔다”며 “코로나맵 자체가 방문지에 따라 시간에 차등을 둬 색을 입히는 방식인데, 적색과 녹색이 들어가 파악이 힘들다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노인분들 역시 코로나맵을 다루기 어려워하셔서 그런 부분에 대해 정보 격차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을 확실히 통감하고 있다”며 “사용자로 하여금 정보에 접근하기 쉽게 해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하려 만든 코로나맵이지만 이러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도 이번 경험을 통해 배웠다. 이러한 부분에 대한 해결이 개발자로서 앞으로의 과제”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저보다는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고 계신 의료진 분들이 더 애쓰시고 힘드신 상황”이라며 “확진자 수 감소에 코로나맵이 기여했다기보단 의료진과 국민 분들이 노력을 해주신 덕택”이라며 의료진 등 숨은 방역 전사들에 감사를 전했다.

po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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