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00일] 초기 한 달간 30명 확진, 신천지 폭증.. 하루 10명 안팎 '소강'

박진우 기자 2020. 4. 28.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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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코로나 사태 100일
초기 30명 우한·해외입국자
31번 환자 이후 하루 수백명 확진 폭증
최근 들어 하루 10명 안팎

국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28일로 100일째를 맞았다. 국내 첫 확진자는 지난 1월 20일 중국 우한시에서 입국한 중국인 여성이었다.

코로나 발생 초기 우리 방역체계는 발원지로 알려진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 입국자들을 제대로 막아내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실제 30번 환자까지 우한에서 입국했거나, 이들과 접촉해 감염된 사람은 상당수다. 이어 중국 광둥성과 싱가포르, 태국, 일본 등지에서 입국한 사람들 가운데서도 확진자가 나왔다.

그러다 지난 2월 18일 국내 코로나 사태는 새 국면에 접어 들었다. 신천지 대구교회 신도인 31번 환자 발생 이후, 이 교회를 중심으로 대구·경북에서 하루 수백명의 확진자가 쏟아진 것이다. 하루 최대 974명의 환자가 나오기도 했다. 27일 현재 대구·경북 확진자는 8211명(해외유입 포함)으로, 국내 확진자의 76.5%를 차지하고 있다.

신천지 신도 전수조사 이후 대구·경북의 코로나 증가세는 다소 진정됐다. 이어 국민 전체가 적극적으로 참여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최근 들어 코로나 확진자는 10명 안팎으로 떨어졌고, 정부는 한달 넘게 이어진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두기’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다만 전 세계 코로나 유행과 맞물려 ‘해외유입’ 확진 사례는 늘어나는 추세다. 이날 기준으로 국내 확진자의 9.7%는 해외유입 사례다. 또 백신이나 치료제가 마땅하지 않은 상황에 거리두기 완화로 코로나가 다시 지역사회에서 유행할 것이라는 불안감도 여전하다.

◇ 발생 초기 중국發 감염자 막지 못해… 이동동선·접촉자 위주로 꼼꼼한 관리

국내 첫 확진자는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들어온 35세 중국인 여성이었다. 또 이후 확진자 상당수는 해외에서 들어오거나 해외 방문을 한 적이 있는 사람이었다. 이들과 접촉한 사람들에게서도 코로나 전파가 확인됐다. 중국 광둥성과 태국, 싱가포르, 일본 입국자 중에서도 확진자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해외 입국자를 제한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러나 정부는 전면적인 입국제한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다.

다만 방역 당국은 확진자를 중심으로 철저한 역학·추적조사를 펼쳐 감염 차단에 주력했다. 초기 환자 30명 가운데 해외 입국자를 제외한 대부분은 이 촘촘한 방역망 안에서 발견됐다.

1월 30일 국내 첫 2차 감염자가 발생했다. 또 이 환자의 가족들에게서 국내 첫 3차 감염이 확인됐다. 지역사회 전파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방역 당국은 확진자가 발생하면 휴대전화 GPS(위치정보시스템)과 신용카드 사용내역, CC(폐쇄회로)TV 등을 중심으로 역학조사를 벌였고, 이들이 지나간 곳과 만난 사람을 모두 관리해 지역사회 전파를 어떻게든 막아내려 했다.

덕분에 지역사회의 광범위한 전파는 일어나지 않았다. 가족 간 전염은 몇 건이 보고됐지만, 지금과 같은 산발적이고, 집단적인 감염은 없었다. 확진자의 직장이나 다니던 종교시설, 진료를 받았던 병원 등에서도 추가 확진자는 없었다.

30명의 초기 환자는 2370명과 접촉했다. 이 가운데 13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접촉자 200명 중 1명이 감염된 것으로, 비교적 방역 대응이 잘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2월 11일부터 15일까지 나흘간 코로나 확진자가 나오지 않자, 정부 일각에서는 ‘코로나 종식’을 언급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머지않아 코로나가 끌날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 하루 최대 974명 확진… 지역사회 전파 촉발한 ‘31번 환자’

국내 코로나 상황은 2월 18일 기점으로 모든 것이 바뀌었다. 신천지 대구교회 신도였던 전국 31번 환자가 발견된 이후, 이 교회를 중심을 대구·경북에서 코로나의 폭발적인 확산이 시작된 것이다.

방역 당국은 좁은 공간에 여러 명이 모여 예배를 드리는 이 교단 특성상 예배 등에서 다수의 신도가 공통적으로 코로나 바이러스에 노출됐고, 이들이 교차 감염을 일으켰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신천지 교인 전수 조사에 나섰다. 더욱이 당시 예배에는 신천지 대구 신도 뿐 아니라 타지역 신도도 섞여 있던 것으로 파악돼,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비상이 걸렸다. 이들이 지역사회 전파를 일으킬 것이라는 우려였다.

그때까지 하루에 5명이 최대였던 신규 확진자 규모는 수백명으로 늘었다. 지난달 3일에는 대구에서만 974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신천지 교회에서 누가 처음으로 코로나를 퍼뜨렸는지는 아직까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31번 환자’ 역시 최초 확인된 환자일뿐, 이 환자가 교단 내 코로나를 퍼뜨렸다는 증거는 찾지 못한 상태다. 27일 기준 신천지 관련 전국 코로나 확진자는 명으로, 전체의 절반쯤이다.

대구·경북 확진자는 신천지를 중심으로 8000명을 넘어 전체 확진자의 76.5%를 기록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는 신천지뿐 아니라 정신·요양병원에서도 집단감염이 보고됐다. 경북 청도 대남병원, 대구 제이미주병원, 한사랑요양병원 등에서 100명이 넘는 환자가 입원 중 코로나에 감염됐다. 입원 환자들 대부분은 고령에 장기간 입원으로 면역력이 약하고, 1개 이상의 지병(기저질환)을 갖고 있다. 최근까지도 국내 사망자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건 이 때문이다.

서울과 경기, 세종시 등에서도 집단감염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서울 구로구 위치한 한 콜센터에서는 98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이 콜센터는 교통이 편리한 곳에 위치해 있어 서울과 경기, 인천 각지에서 콜센터 직원들과 관련한 환자들이 나왔다. 확진자 중 1명이 다녔던 경기 부천시 생명수 교회에서도 48명의 확진자가 확인됐다.

경기도 성남시 은혜의강 교회에선 72명의 감염자가 나왔다. 이 교회에선 코로나 소독을 위해 소금물을 신도들의 손과 입에 뿌린 사실이 발견됐다. 방역 당국은 이를 두고 전형적인 ‘인포데믹’으로 봤다. 인포데믹은 정보(information)와 팬데믹(pandemic)의 합성어로, 잘못된 정보가 유행병만큼이나 빠른 속도로 퍼지는 것을 의미한다.

충남권에서는 줌바댄스를 중심으로 코로나가 퍼져 103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또 세종시 해양수산부에도 30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왔다.

◇ 하루 확진 10명대로… 치료제·백신 없어 언제든 유행 가능성↑

신천지 교회 사태가 마무리되면서 국내 확진 추세도 다소 진정세에 접어 들었다. 하루 수백명의 환자는 3월 중순 들어 100명 아래로 떨어졌다. 이달 6일부터는 50명 안팎으로 확진자가 줄었고, 30명대, 20명대를 지나 최근 9일간 10명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확진자 감소 추세에 대해 방역 당국은 지난달 22일부터 한 달 넘게 이어온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의 효과로 보고 있다. 비말(미세한 침·콧물방울)로 전염되는 코로나를 예방하려면 사람간 거리를 둬 접촉 빈도를 줄이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국내 지역발생은 지난 25일 1명을 기록하면서 최저치를 찍었다. 다만 코로나의 팬데믹(세계적 유행)으로 해외유입 확진 사례는 늘어나고 있다. 현재 전체 확진자의 10%쯤을 차지하고 있다.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폭증한 탓이다.

방역 당국은 코로나 신규 확진이 안정적인 국면으로 접어 들었다는 판단을 내리면서도 언제든 코로나가 대구·경북처럼 다시 유행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더욱이 코로나는 치료제나 백신이 없고, 전파력 등을 예측할 수 없는 신종 바이러스라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의 완전한 종료가 아닌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마스크 착용’ ‘손 씻기’ ‘밀집지역 피하기’ 등 코로나가 만들어낸 ‘뉴노멀(new normal)’을 철저하게 지켜야 한다고 방역 당국은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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