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00일] 사람들 돈쓰기 시작하자, 원인불명 감염 증가..아직 코로나 안 끝났다

박진우 기자 2020. 4. 28.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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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심리 한꺼번에 분출, ‘보복소비’ 시작
정은경 본부장 "코로나19 현재진행형"...폭증 가능성 여전
신천지발 폭증 시작도 원인불명 감염자 "경계 늦출 수 없어"

‘김포-제주간 국내선 항공 예약률 90%‘, ‘전국 철도 매진’ ‘홍대 클럽 운영 재개’, ‘자전거 판매량 증가’, ‘속초 호텔 예약 마감’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세가 꺾이면서 지난달 22일부터 시행돼 온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부 완화되자 일어난 현상이다. 사람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백화점 수입고가품 매장에는 줄이 길게 이어졌다.

극장에도 관객들이 돌아오고 있다. 그동안 억눌려 온 소비심리가 한꺼번에 분출되는 ‘보복소비’가 시작됐다는 말도 들려온다.

방역 당국은 비상이 걸렸다. 하루 확진자가 열흘 가까이 10명 안팎으로 줄어들었지만, 코로나 사태가 종식됐다고 할 수 없어서다. 더욱이 코로나는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어 1명의 감염자로도 충분히 지역사회 감염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방역 당국은 이럴 때일 수록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력하게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코로나 사태 100일 맞아 "코로나19는 현재진행형"이라는 한마디를 남겼다.

◇ 신천지 폭증 잊었나… 감염경로 알 수 없는 사례 여전히 높아

하루 최대 974명 확진, 누적 8000명 이상의 감염자, 2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대구·경북의 코로나 폭증은 신천지 신도인 전국 31번 환자 확진 이후 벌어졌다.

지난 2월 18일 31번 환자가 보고된 이후, 대구·경북에서는 이 환자가 다녔던 신천지 교단을 중심으로 하루 수백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방역 당국은 신천지 예배 과정에서 좁은 공간에 다수의 사람이 모인 탓에 폭발적인 감염이 있었다고 추정하고 있다.

신천지 관련 확진자만 전국 5212명이다. 전체 확진자의 48.5%다. 그런데도 최초 환자인 31번 환자의 감염 경로에 대해선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31번 환자도 본인이 어디서 코로나에 감염됐는지를 인식하지 못한 채 지역사회를 활보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대구에서의 코로나 사태는 원인불명의 감염이 어떻게 지역사회의 감염 폭증으로 이어지는지를 단편적으로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1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온 구로 콜센터 집단감염 사례 역시 최초 감염경로가 파악되지 않았다.

방역 당국은 원인불명의 감염 비율을 지속적으로 낮추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감소세에 있던 원인불명 감염자가 다시 증가 추세로 돌아섰다. 최근 일주일간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환자의 비중은 10%에 육박하고 있다. 방역 당국이 ‘생활 속 거리두기’ 전환 기준 중 하나로 삼고 있는 ‘원인불명 감염 5% 미만’을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환자는 지난주 확진환자 175명 가운데 3명에 불과했으나, 이번 주에는 65명의 확진환자 가운데 6명(9.2%)으로 증가했다"며 "여전히 방역관리 체계 밖에서 발생하는 경로를 알 수 없는 감염에 대한 경계를 늦출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방대본 통계에 따르면 지난 5일부터 18일까지 2주간 발생한 신규 확진자 424명 가운데,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감염자는 14명으로, 3.3% 수준이었다. 그러나 12일부터 25일까지 나온 216명 확진자 중 감염경로를 조사 중인 감염자는 12명, 5.6%로 늘었다.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면, 지역사회 전파 가능성은 높아진다. 자신이 코로나에 걸렸다는 사실을 모르는 상태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타인과의 접촉 빈도가 높아지면 그만큼 감염 전파도 확산되는 것이다.

방역관리 체계 밖에서의 전파는 결국 방역당국의 부담을 늘려 의료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미 대구·경북에서 일어났던 현상들이다.

◇ "20代 가장 위험… 제발 사회적 거리두기 지켜달라"

방역 당국은 20대 연령층에 주목하고 있다. 이 연령층은 상대적으로 활동력이 높은데다 건강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 최근 부산 클럽을 다녀간 대구 확진자나, 경북 예천의 집단감염의 초발 환자도 모두 젊은 연령층이었다. 유흥업소에 종사하면서 홍대 등을 다닌 30대 확진자도 있었다.

방역 당국은 전파력이 높은 코로나 특성상 젊은 연령층 본인은 경증으로 지나가더라도 지역이나 가족, 직장 등 소속 집단에 코로나를 퍼뜨릴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게다가 그 집단에 고령자가 속해 있다면 단순 감염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망에까지 이르는 치명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해석한다.

20대 코로나 확진자는 27일 기준 2943명으로 전체 확진자의 27.4%다. 1152명의 30대 확진자를 더하면 국내 확진자 10명 가운데 4명쯤이 20~30대 환자다. 이들의 사망률은 0.05%에 불과하다. 게다가 20대는 1명의 사망자도 보고되지 않았다.

정 본부장은 "20대의 경우 활동범위가 넓어서 확진될 경우에는 굉장히 많은 접촉자를 유발하고, 자칫 밀폐된 공간에서 접촉이 이어질 경우 슈퍼 전파 사건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또 방역 당국은 이번주 석가탄신일과 근로자의 날, 어린이날로 이어지는 이른바 ‘황금연휴’에 사회적 거리가 느슨해질 경우 집단감염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정 본부장은 "5월 5일 어린이날까지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계속 이어가고, 그동안에 내가 무증상 감염자, 경증 감염자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나의 방심이 자칫 사랑하는 부모와 자녀, 이웃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주시기를 바란다"며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며 자차로 가족 단위의 최소규모로 이동하고, 기저질환이 있는 고령자는 사람 간의 접촉을 자제해 주실 것을 다시 한번 당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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