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00일]치료제·백신 주권 전쟁…신약 언제 나올까?

길리어드 '렘데시비르' 5월 안에 임상3상 결과, 성공시 올해 출시 기대
셀트리온, 유력 항체물질 38개 확보…미국 이노비오도 6월 임상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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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영성 음상준 김태환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국내 유입된 지 100일째. 치료제와 백신 개발 성공 소식은 여전히 깜깜하다. 신약 개발 난이도가 원래 높기도 하지만,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바이러스를 잡는 것은 여간 쉽지 않은 난관이다.

'코로나19'가 올 가을 이후에도 대유행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치료제와 백신 개발 경쟁이 국가간 주권 쟁취 싸움으로 번질 정도로 치열해졌다. 전 세계 확진자가 크게 늘어 대규모 임상시험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지금밖에 없는데다, 각국 정부도 언제든 빠르게 시판허가를 내줄 준비를 하고 있다. 어떠한 신약물질보다 빠른 개발이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상황이다.

28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른 '코로나19' 치료용 신약물질은 미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제약사 길리어드사이언스(길리어드)의 '렘데시비르'다.

◇'렘데시비르' 효과 있다·없다 연구결과 속속…대규모 임상결과 5월말 쏟아져

'렘데시비르'는 5월 말 3건의 임상3상 결과를 쏟아낸다. 이 결과에서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하면 '렘데시비르'는 신속 승인절차를 거쳐 곧바로 공식 치료제로 쓰일 가능성이 높다.

임상3상 3건 중 2건은 '렘데시비르' 물질을 개발한 다국적제약사 길리어드가 진행하는 다국가 임상으로 우리나라도 임상국가에 포함돼있다. 나머지 1건은 서울대병원과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공동 연구 중이다. 길리어드는 앞서 유행했던 신종 인플루엔자의 치료제인 '타미플루' 개발사로 기술력은 일찌감치 정평이 나있다.

'렘데시비르'는 길리어드가 자체 합성으로 만든 뉴클레오타이드 유사체 항바이러스물질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자가복제를 막는 작용기전을 갖는다. 당초 에볼라바이러스 치료제로 개발 중이던 것을 '코로나19' 치료용으로도 시도하는 것이기 때문에 임상1~2상을 넘어 3상부터 시작할 수 있었다.

다만 먼저 공개된 다른 임상연구들에서 서로 상반된 결과가 나와 성공 가능성을 점치기가 어려워진 상황이다. 그렇다고 기대를 저버리기엔 이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24일 세계보건기구(WHO)의 보고서를 인용해 중국서 진행한 임상에서 '렘데시비르'가 환자 상태를 호전시키거나 혈류에서 병원체를 감소시키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렘데시비르'를 투여한 158명과 위약을 투여한 79명간 비교에서 '렘데시비르'의 효과를 입증할 만한 데이터를 얻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는 WHO가 실수로 온라인사이트에 관련 내용을 게재하면서 촉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길리어드는 임상 대상자가 적어 연구가 조기에 종료된 것인 만큼 통계적으로 의미있는 결론을 내릴 수 없었다고 반박했다.

지난 16일(현지시간)엔 미국에서 긍정적인 임상 결과가 공개돼 이목을 집중시켰다. 미국 의약 전문지인 스탯뉴스는 이 날 시카고대학교에서 진행한 임상3상 결과 '코로나19' 입원환자 대부분이 '렘데시비르' 투약 후 열과 호흡기 증상이 크게 완화돼 6일 만에 퇴원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 임상은 '렘데시비르'와 '위약군'을 비교한 연구가 아니어서 치료효과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는 게 캐슬린 멀레인 시카고대병원 감염학 교수의 설명이었다.

본문 이미지 - 길리어드의 '렘데시비르' 임상3상 결과가 5월말에 나올 예정이다. ⓒ AFP=뉴스1
길리어드의 '렘데시비르' 임상3상 결과가 5월말에 나올 예정이다. ⓒ AFP=뉴스1

◇정부, 韓셀트리온·美이노비오 연구개발 지원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은 국내 바이오기업 셀트리온, 미국기업 이노비오를 선정하고 신약개발 연구를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이들 기업이 곧 임상에 들어갈 수 있거나 약효를 낼 가능성이 보인다고 판단해서다.

국립보건연구원은 최근 긴급 현안연구 공모과제에 선정된 셀트리온과 협력을 통해 '코로나19' 확진자의 혈액으로부터 치료효과를 낼 만한 항체 후보물질 38종을 확보했다. 셀트리온이 선별한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양호한 결합력을 보이는 106개 항체를 대상으로 바이러스를 무력화시키는 정도를 조사한 결과, 38종이 우수한 능력을 보였다.

셀트리온은 이미 유럽과 미국에서 자체 개발한 항체 바이오시밀러를 출시하며 실적몰이를 하고 있는 만큼 항체개발 기술력을 입증받은 상태다.

정부는 이 항체에 대해 연내 임상 진입을 목표로 하고, 빠르면 2021년 치료에 쓸 수 있는 제품이 출시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노비오의 신약물질 'INO-4800'은 전세계서 가장 빠르게 임상을 시작한 백신 후보물질에 속한다. 특히 약 1종만 투약하면 예방과 치료를 모두 할 수 있도록 개발 중이어서 더욱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많은 기업들이 백신 개발에 뛰어든 가운데 'INO-4800'은 현재까지 임상개발 본궤도에 오른 전 세계 백신 후보물질 3개 중 1개다. 나머지 2곳은 '아데노바이러스' 벡터를 활용해 백신 개발에 나선 중국 캔시노바이오로지칼(CanSino Biological Inc.)과 mRNA를 활용하는 미국 기업 모더나(Moderna)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지난 16일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은 국제기구인 국제백신연구소 등과 협력해 코로나19 예방 백신 후보물질의 국내 임상1·2상 시험 연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INO-4800'은 이미 지난 6일부터 미국 임상에 들어간 상태다. 다국가 임상격으로 국내에선 오는 6월부터 임상이 시작될 것으로 정부는 예측했다.

국내 임상1상은 건강한 성인 40명을 대상으로 접종해 안전성 등을 분석·평가하고 이후 고령자를 포함한 160명 규모로 임상2상을 곧바로 이어갈 예정이다. 국내 임상은 민간공동기구인 감염병혁신연합(CEPI)이 690만달러(약 84억원)를 지원한다.

'INO-4800'은 이노비오의 'DNA백신' 플랫폼 기술로 만들어졌다. 'DNA 백신' 플랫폼 기술은 작은 원형 유전자인 '플라스미드' 안에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일부 유전자 그리고 이를 단백질(항원)로 발현시킬 '전사인자'를 함께 삽입한 뒤 이를 몸 안에 주입해 면역 T세포를 활성화시키는 방식이다. 면역 T세포는 체내 면역세포들 중 가장 강력한 무기로 꼽힌다. 이 약을 감염 전 체내에 주입하면 '코로나19' 예방목적이 되고 감염 후에도 주입하면 활성화된 면역세포가 바이러스를 공격할 수 있는 치료제가 되는 원리다.

국내 백신개발 업체 중에선 SK바이오사이언스가 지난 달 질병관리본부의 2020년도 긴급 현안지정 학술연구용역과제 중 '합성항원 기반 코로나19 서브유닛 백신 후보물질 개발' 과제 수행기업으로 선정된 바 있다. 이에 정부는 백신 후보물질 발굴까지 지원을 해준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해당 물질에 대해 지난 3월말 동물실험에 들어갔으며 오는 9월 본격적으로 사람 대상의 임상시험을 시작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변이가 일어나도 앞으로 구축할 플랫폼 기술을 통해 해당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을 신속히 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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