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코로나 100일, 나이팅게일 전사들은 오늘도 싸운다

2020. 4. 28. 00:1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민과 함께해 대구 외롭지 않아
코로나 국난 반드시 극복 확신해
김미래 칠곡 경북대병원 간호사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4관왕을 수상한 지난 2월 10일.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27명으로 늘었지만 그때까지도 대구는 청정지역이라며 안도하고 있었다. 당시 필자는 국립대병원에서 35년 근무한 뒤 퇴직 전 공로휴가로 크고 작은 계획과 여행지를 조사하며 하루하루 들뜬 마음이었다.

그런데 2월 18일 31번 확진자로 인해 감염자가 갑자기 많이 늘어나면서 대구는 패닉 상태에 빠져들었다. 의료인이 턱없이 부족해 대구시의사회와 간호사회는 자원봉사자를 급히 모집했다. 개인적으로는 일생에 한 번인 황금 같은 공로휴가를 뒤로 한 채 작은 힘이라도 보태겠다는 각오로 가족들의 지지를 받아 자원봉사를 신청했다.

아파트 베란다를 통해 내다보니 대구 도심은 사람이 살지 않는 영화 세트장 같았다. 너무도 적막강산이었다. 서로 부대끼며 따뜻한 정을 나누는 것도 죄가 될 정도였다. 다른 사람을 감염시키면 절대 안 된다는 생각 때문에 멀쩡한 사람도 죄의식을 갖게 하는 그런 상황이 너무 두려웠다.

2월 27일 교육을 시작으로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에서 봉사를 시작했다. 그곳은 임시 코로나19 전담병원이었다. 경증환자 200명을 코호트 격리할 수 있는 입원실이 마련됐다.

레벨D 방호복과 보호경·마스크, 두 겹의 장갑으로 온몸을 무장한 채 환자와 초밀착지역 병동에서 근무했다. 얼굴을 짓누르고 찌르는 듯한 불편함과 답답함이 느껴졌다. 2시간씩 교대로 근무하며 보호 장비를 입고 벗기를 수차례 반복했다.

어떤 간호사는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중간에 뛰어나가는 경우도 있었다. 다른 간호사는 두통과 호흡 곤란 등을 호소했다. 입원 환자 대부분은 20~30대로 젊었다. 그들의 표정에서 착잡함을 읽을 수 있었다.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들도 따져보면 그들의 잘못만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더 따뜻한 마음으로 보살펴야겠다고 생각했다. 작은 부주의로 다른 사람에게 전파될까 봐 무척 긴장하기도 했다. 간호 봉사 수행을 하면서 보호구를 장시간 착용하다 보니 몸에 압박이 밀려와 자꾸 시계를 보게 됐다.

3월 첫 주를 시작으로 대구에서 확진자가 3000명을 넘고 사망자가 다수 발생했다. 전담병원 일곱 곳과 생활치료센터 여섯 곳이 설치되면서 환자 상태에 따른 분류가 시작됐다. 3월 셋째 주가 되면서 많은 환자가 퇴원했다. 경증환자들의 자가 격리가 길어지면서 폐렴 증상으로까지 진행된 중증환자들이 입원하게 됐다.

대구는 과거에 많은 대형사고를 겪었지만, 시민들의 단합으로 굳건하게 극복한 저력 있는 도시다. 위기극복의 경험에 비춰보면 이번 위기도 반드시 이겨낼 것이다. 대구가 코로나19로 고통받을 때 외롭지 않았다. 전국에서 후원 물품과 응원 메시지가 몰려들었다. 의료인만의 외로운 싸움이 아니라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준 많은 기관 및 단체와 국민이 함께한다는 사실을 느꼈다. 이처럼 성숙한 시민 의식으로 무장하고 의료수칙을 잘 지키면 우리 국민은 반드시 코로나 국난을 이겨낼 거라 확신한다.

4주간의 봉사를 마치고 지난 8일까지 자가격리 하면서 필자는 “다시 쓰일 곳이 있다면 또 자원하겠다”고 다짐했다. 자가격리가 끝난 뒤 지난해에 이어 헌혈했는데 아들이 동참했다.

28일은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이후 100일이 되는 날이다. 오늘도 ‘나이팅게일 코로나19 전사’들은 전국에서 사투를 벌이며 소임을 다하고 있다. 이들도 두렵지만 자기 목숨에 대한 생각은 일단 뒤로 한 채 전장 속으로 뛰어들어간다. 2020년은 ‘세계 간호사의 해’다. 화려한 축배로 업적을 기리는 해다. 하지만 지구촌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에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는 수많은 나이팅게일이 오늘도 무사하길 기도한다.

김미래 칠곡 경북대병원 간호사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