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면이 나오면 부자가 이기고, 뒷면이 나오면 당신이 진다"

조재희 기자 2020. 4. 27.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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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에게 유리하게 작동되는 '동전 던지기'처럼
2600만명 일자리 잃었는데, 美억만장자들 재산 380조원 늘어
코로나 덮치자 돈이 돈을 버는 양상, 부익부 빈익빈 심화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대유행)으로 전 세계 사람들이 실직, 파산 등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미국의 부자들은 거꾸로 재산을 불린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부자는 더욱 부유하게, 부자가 아닌 사람은 더욱 가난하게 만드는 것이다.

2018년 한 행사에서 포즈를 취한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와 그의 전 부인 매켄지. 둘은 2019년 이혼했다./로이터 연합뉴스

◇ 2600만명 실직할 때 부자들 재산은 10.5% 늘어

영국 가디언은 26일(현지 시각) “미국인 2600만명이 일자리를 잃는 동안 억만장자들은 3080억 달러(약 378조원)를 더 벌었다”며 이같이 전했다. 미 진보성향 싱크탱크인 정책연구소(IPS)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22일까지 부호들의 자산은 모두 10.5%가 증가했다. 2008년 금융위기 때는 억만장자들도 이전 수준으로 부(富)를 회복하는 데 2년이 걸렸지만 이번 코로나 사태는 오히려 부자들에게는 기회였던 것이다.

미국 최고 부자 8명은 이 기간에만 각각 1억 달러(약 1227억원) 이상 재산이 늘었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와 지난해 그와 이혼한 매켄지 베이조스는 아마존 주식이 급등하며 재산을 크게 불렸고, 코로나 최대 수혜 기업으로 꼽히는 화상회의 전문업체 줌의 에릭 위안 창업자도 자산이 껑충 뛰었다. 스티브 발머 전 마이크로소프트(MS) 대표, 테슬라와 스페이스X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도 재산이 급증한 억만장자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같은 기간 미국에서 실업수당 신청자는 2600만명으로 사상 최고를 기록해 코로나 바이러스가 가져온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미 정부의 중소기업 대상 지원금을 받았다가 비난이 커지자 반납을 결정한 쉐이크쉑의 미국 뉴욕 매장./로이터 연합뉴스

◇ 대기업·부자, 약삭빠르게 지원은 다 챙겨

대기업, 부자들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각종 지원제도의 허점까지 이용하며 부를 불리고 있다. 최근 미 정부가 중소기업 대상 구제금융을 내놓자 대기업 상장사 150개는 6억 달러(약 7365억원) 이상을 발 빠르게 타 갔다. 직원 수가 6000명에 달하고, 시가총액이 20억 달러에 이르는 햄버거 체인 쉐이크쉑은 비난이 커지자 자금을 반납하겠다고 밝혔지만, 다른 대기업들은 별 움직임이 없다.

미 최고 부촌으로 손꼽히는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피셔 아일랜드는 정부로부터 200만 달러(약 24억원)를 지원받기도 했다. 주민 연평균 소득이 220만 달러(약 26억원)에 이르고 바하마에서 수입한 모래를 해변을 채운 곳이다. 플로리다 전체 주민의 코로나 검사 비율은 미국 전체(4%)에도 미치지 못하는 1% 수준이지만, 이곳 주민들은 자체적으로 키트를 사 주민과 근로자 모두를 검사하기도 했다.

가디언은 “공영 라디오 NPR에 따르면 지난 금융 위기 당시 정부의 구제금융을 대거 받았던 은행들은 이밖에 수수료 명목으로 정부로부터 100억 달러를 챙겼다”고 전했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척 콜린스 IPS 국장은 현 상황을 동전 던지기에 비유해 “앞면이 나오면 우리가 이기고, 뒷면이 나오면 당신이 지는 것”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경제 규칙이 항상 자산을 가진 부자들에게 유리하게 작동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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