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빛에 치이다, 송강

2020. 4. 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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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지금 쉽게 흘려 보낼 수 없는 배우 송강. 불안과 안정, 슬픔과 기쁨, 차가움과 따뜻함이 깃든 다양한 얼굴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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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넷플릭스 드라마〈좋아하면 울리는〉의 ‘황선오’ 역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시즌 2 촬영이 이미 시작됐다고요.

한 달쯤 됐어요. ‘선오’가 시즌 1 때와는 달리 묵혀둔 감정이 많아 내면적으로 훨씬 성숙하고 단단해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실 시즌 2의 ‘선오’는 저에게 많이 어려워요. 시즌 1에서는 ‘조조’(김소현)를 좋아하는 감정만 표현했다면 시즌 2에서는 복합적인 감정을 표현해야 하거든요.

한 인물을 연기하면서 스스로에 대해 새롭게 발견한 점이 있어요?

발견보다는 바뀌었다는 말이 맞을 것 같아요. 예전에는 소심해서 속으로만 감정을 묵혀두고 스트레스 받았다면 요즘에는 캐릭터의 영향인지, 아니면 제가 나이를 먹어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하고 싶은 말을 다 해요. 특히 부당하다 여기는 건 무조건 말하는 편이에요. 속으로만 앓으면 점점 우울해지더라고요.

넷플릭스 드라마〈스위트홈〉도 방영 예정이에요. 사전 제작 드라마라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받아 연기에 반영할 수 없어 아쉽지 않았나요?

사실 그 부분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아직 신인이라 피드백을 빨리 받아서 그걸 반영할 연기를 하고 싶었거든요. 근데 그럴 수 없어 마음이 더 조급했던 것 같아요. 불안하기도 했고요. 이번 〈스위트홈〉을 촬영하면서 이응복 감독님께 많이 여쭤봤어요. 감독님이 “나만 믿고 따라오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때부터 감독님한테 의지를 많이 했어요. 고민을 혼자 해결하기엔 무리인 것 같아 더 그랬어요.

감독한테 받은 조언을 수첩에 적는다고요.

감독님들은 경험이 많잖아요. 저한테 해주시는 얘기들이 다 와닿더라고요. 그래서 그 조언들을 휴대폰 메모장에 적어둬요. 촬영장에 가서는 늘 ‘현장에서 겸손하자, 인사 열심히 하자’ 그런 다짐을 하죠.

〈좋아하면 울리는〉의 ‘선오’도 그렇고,〈스위트홈〉의 ‘차현수’도 그렇고 어린 시절 트라우마를 온전히 치유하지 못한 채 성인이 되는 인물이에요. 극적인 상황에 처해 있기도 하고요. 그런 인물을 연기할 때 100% 이해하는 편인가요, 촬영 상황에 따라 즉흥적으로 하나요?

즉흥적으로 하는 편이에요. 혼자서 캐릭터를 완벽하게 만드는 건 힘들더라고요. 혼자 생각한 것과 현장 스태프들의 생각을 합쳐야 캐릭터가 완벽하게 만들어진다고 봐요. 게다가 혼자 아무리 계산하고 현장에 가도 그대로 안 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공교롭게도 ‘선오’와 ‘현수’ 모두 학창 시절에 겪은 경험이 이후의 삶에 영향을 많이 줘요. 송강 씨의 학창 시절은 어땠어요?

특별한 사건은 없어요. 그 대신 사랑 많이 받고 자란 사람 같다는 말을 자주 들어요. 생각해보니 학창 시절에 저는 하고 싶은 건 다 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눈치도 많이 보며 점점 소심해졌죠. 배우로서 다양한 경험이 부족한 것 같아 책에서 답을 찾았어요. 소설을 많이 읽으면서 간접경험을 했죠. 요즘 관찰도 많이 하고, 현재의 감정에 집중하려고 해요. 언젠가 연기에 그 감정을 써먹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매 순간을 기억하려 노력해요.

왜 영화나 드라마가 아니라 소설에서 답을 찾은 거예요?

아무래도 영상은 제가 상상할 수 있는 여지가 별로 없잖아요. 소설은 한 문장에서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하고요. 혼자 상상하다 보니 표현력이 많이 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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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이 본명이죠. 한자로 ‘강 강(江)’을 쓰는데, 흔히 이름처럼 살게 된다는 말을 하잖아요. 실제로 어떤 것 같아요?

오히려 이름 때문에 창피했던 적이 있어요. 학창 시절에 다들 세 글자 이름을 가졌는데 저만 두 글자였거든요. 선생님이 친구들 이름을 부를 땐 성을 빼고 다정하게 부르는데 저는 “송강아~” 이렇게 부르니까 너무 딱딱하게 느껴졌어요. 너무 튀는 것 같기도 했고요. 그런데 요즘엔 좋아요. 남자다운 느낌도 있는 것 같고요.

우연히 영화 〈타이타닉〉에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눈빛 연기를 보고 연기자의 꿈을 키웠다고요. 그때 그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그게 아니었더라도 연기를 하고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싫증을 빨리 느끼는 편인데 연기는 처음 시작했을 때 즐겁지도, 그렇다고 아주 재미없지도 않고 딱 중간이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다른 일을 했을 때처럼 싫증이 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막연하게 계속했어요.

싫증을 잘 내는 성격이 연기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너무 많이 돼요. 하하. 한 작품이 끝나고 다른 성격의 캐릭터를 만나는 게 너무 좋아요. 그리고 드라마에 필요한 것을 배우며 욕심도 많이 생겼어요. 어떤 드라마에서는 피아노를 배우고, 어떤 드라마에서는 액션을 배우며 다양한 경험을 해볼 수 있다는 게 좋아요. 한 번 사는 인생인데, 다 경험하고 싶어요. 그래서 평소 안 좋아했던 등산도 해보고 싶고, 춤도 배워보고 싶어요.

배우는 늘 새로운 경험을 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끼는 편이에요?

강박을 느끼지는 않지만 순간순간의 감정이나 사람들을 관찰하며 표현력이 늘어나는 것에 재미를 느껴요. 경험을 많이 해야 한다는 압박은 없어요. 그보다는 대사를 틀리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에 잠을 못 잘 때가 많아요. 막상 현장에서 대사를 틀리는 경우는 많이 없지만요. 막연히 불안한 거죠.

배우를 꿈꾸기 전엔 어떤 꿈을 가졌어요?

건축 설계사나 가구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죠. 멋있는 사진을 보다 하고 싶다 생각했는데 쉽지 않았어요.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고등학교 때 이과였는데, 문과로 갔으면 더 잘 맞았을 것 같아요. 귀가 얇아 친구들이 이과를 가야 내신을 잘 받는다고 해서 택한 거거든요. 후회돼요. 되게 안 맞더라고요. 하하. 특히 과학, 그중에서도 물리가 어려웠어요.

어렸을 때 피아노를 쳤다고 해서 예능 쪽에 기본적으로 소질이나 관심이 있을 줄 알았어요.

어머니가 피아노 선생님이라 강제로 배웠어요. 하하. 시켜서 하면 하기 싫잖아요. 그래서 그때는 잘 안 했는데 드라마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에서 피아노를 쳐야 하는 역할을 맡아 다시 배웠어요. 오랜만에 하니까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엔 재미있게 하고 있어요. 뭐든 본인이 느껴야 하는 것 같아요. 하하.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있을 때 가장 먼저 찾게 되는 사람은 누구예요?

〈좋아하면 울리는〉으로 알게 된 정가람 형이오. 그 형은 가식이 없는 좋은 사람이에요. 드라마 촬영하면서 너무 힘들어 새벽 3시에 카톡을 보낸 적이 있어요. 메시지만 보내고 잠들었는데 다음 날 일어나보니까 형한테 장문의 답장이 왔더라고요. 평소엔 친구 같다가도 진지할 때는 친형처럼 느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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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 성격이라고요. 연기자는 감정을 다 보여줘야 하는 직업인데, 잘못 택한 게 아닌지 후회한 적은 없어요?

초반에 그랬어요. 제가 감정을 드러내는 걸 부끄러워하기도 하고, 감정 표현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스트레스 받았는데 지금은 되게 좋아졌어요. 평소에 무뚝뚝하고 표현을 잘 안 하는 건 똑같지만 묵혔던 감정을 촬영할 때 다 풀어버리거든요. 특히 〈스위트홈〉을 촬영하면서 많이 울었어요. 그러면서 내가 눈물이 많다는 걸 알았죠. 감독님도 희로애락 중 제가 ‘애’를 가장 잘 표현한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엔 ‘내가 연기를 안 했으면 정말 힘들었겠다’란 생각을 해요.

평소에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해질까?’란 심오한 고민을 한다고요.

여전히 풀리지 않아요. 현대무용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춤추는 제 몸을 관찰하면서 철학적인 생각도 많이 하는데 정답은 없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내 안에 쌓이는 느낌이에요. 그러면서 더 발전하고, 성숙해지는 것 아닐까요?

연기하고 싶은 캐릭터를 좀비나 괴물이라고 말했어요.

사실〈스위트홈〉에서 이미 원하던 역할을 했어요. 1인 2역인데 제가 경험이 부족해 너무 이른 게 아닐까 싶었죠. 진짜 못 할 것 같았어요. 그런데 막상 해보고 나니, 그 덕에 연기에 재미를 많이 느끼게 된 것 같아요.

좋은 연기자가 소속돼 있는 좋은 회사에 들어가게 되면서 스스로 게을렀던 것 같다는 생각을 했죠. 그 계기가 있어요?

제가 23살이던 10월이었어요. 회사 실장님이 군대 가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때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이렇게 어영부영하면 안 되겠다고 마음을 다잡고 열심히 한 이후부터 신기하게 오디션에 붙었어요. 그 드라마가〈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였어요.

데뷔 4년 차 배우로서 커리어를 위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있다면요?

다 내려놓았어요. ‘나는 이런 필모를 만들어야 해, 난 항상 멋있어야 해, 배우는 이래야 해’ 이런 생각을 하면 연기가 잘 안 되더라고요. 그런 욕심을 모두 놔버리니 오히려 연기할 때 더 자신감이 생기고, 캐릭터의 감정만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송 배우’라는 별명을 듣고 싶다고 했는데, 이미 연기를 업으로 삼은 ‘배우’ 아닌가요?

아무리 연기를 해도 배우로 인정받는 건 되게 힘들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송 배우’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앞으로 어떤 ‘송 배우’가 되고 싶어요?

믿고 보는 배우요. 영화에 누가 나오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배우가 있잖아요. 저에게 ‘믿보배’는 정경호 형이에요. 요즘〈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보는데 너무 멋있어요. ‘내가 저렇게 멋있는 선배님이랑 연기했구나’란 생각을 새삼 해요. 저도 그렇게 되고 싶어요. 외모도 중요하지만 연기에 더 신경을 많이 쓰려고 해요. 요즘 들어 부쩍 연기가 재미있어졌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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