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토크] 제2의 전성기.. 데뷔 19년 한송이의 배구는 시들지 않는다

양지혜 기자 2020. 4. 27. 03:0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레프트로 2012 런던올림픽 4강.. 치명적인 어깨 힘줄 부상 극복
올해 센터로 국가대표 재승선, V리그 베스트 센터상도 받아
"내년 도쿄올림픽 메달 따고파"
이달 초 V리그 시상식에서 베스트 센터상을 받은 한송이. /KOVO

한송이(36·KGC인삼공사)는 시들지 않는 배구 꽃이다. 데뷔 19년 차인 올봄 올림픽 국가대표 승선, 2억원대 FA 계약, V리그 베스트 포지션(센터) 수상 등을 줄줄이 했다. 국가대표 레프트에서 센터로 자리를 옮겨 맞이한 제2의 전성기. 달콤한 휴가 중인 한송이는 "천둥번개를 견뎠더니 다시 꽃이 피었다"고 웃었다.

◇센터로 다시 핀 한송이

"어릴 적 제게 '2020년에도 현역이야'라고 누가 예언해줬다면 기함했을 거예요. 원래 스물다섯까지가 목표였어요. 제 배구는 생계형이었거든요."

한송이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언니(한유미·은퇴)를 따라 배구를 시작했다. 재미로 배운 배구였지만 중학생 무렵부턴 인생을 걸었다. "IMF 때 집이 무너졌어요. 실업팀 입단 계약금만이 빚더미 탈출구였죠. 돌이켜보면 초·중·고교 때 무지막지한 구타에 시달렸고 훈련량도 엄청났는데 '배구로 돈 벌어야 한다'는 마음에 그만둘 생각은 한 번도 안 해봤네요." 배구 명문 한일전산여고를 나와 2002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한국도로공사에 지명됐다. 계약금으로 집안 빚을 해결했고, 데뷔 시즌 신인왕에 뽑혔다.

"처음 3년간은 매일 오전 5시 반에 일어나 체육관 청소, 선배들 빨래, 설거지 등을 하면서 야간 훈련까지 했어요. 너무 힘들어서 입단 동기 5명 중 3명이 바로 그만뒀는데 저는 '딱 5년만 참고 도로공사에서 직장생활하자"고 스스로를 달랬죠. 독하게 버틴 나머지 한 명이 최근 은퇴한 (김)해란이에요."

키 186㎝ 한송이는 프로 데뷔 후 체중 65㎏을 넘긴 적이 없을 정도로 체지방 없는 늘씬한 잔근육 몸매를 자랑한다. 정규리그를 마치고 한 달여 휴가에 돌입한 요즘엔 필라테스를 하며 다음 시즌 예열에 들어갔다. 그는 “열 살도 더 어린 후배들과 경쟁해야 하는데 절대로 질 수 없다. 철저하게 준비해 내년 여름 도쿄올림픽까지 만개한 기량을 선보이겠다”고 다짐했다. /한송이

첫 전성기는 국가대표 레프트로 구가했다. 언니와 함께 나간 2012 런던올림픽에서 4강 신화를 썼고, 2014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 주역으로 뛰었다. 2013-2014시즌엔 소속팀 GS칼텍스를 우승시켜 개인 역대 최고(1억8000만원) 대우로 FA 재계약을 체결했다. 위기는 그 후 닥쳤다. "오래 선수 생활 할 수 있다"는 이선구 당시 GS칼텍스 감독의 권유로 센터 훈련을 겸하다 어깨 힘줄이 파열된 것이다.

"날개 공격수는 팔 스윙 궤적이 일정한 편인데, 센터는 스윙이 변화무쌍해 어깨 소모가 심해요. 30대에 낯선 훈련을 하려니 어깨가 망가졌죠. 팔 들어 올리기도 못할 정도였어요."

◇최후의 만개는 도쿄올림픽에서

KGC인삼공사로 트레이드됐는데 배구 인생을 이렇게 끝낼 순 없다고 결심했다. 체중 65㎏ 미만 유지, 철저한 금주, 두 달에 한 번씩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는 등 몸 관리를 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2018-2019시즌 팀이 19연패하며 꼴찌로 주저앉았을 때는 은퇴를 심각하게 고민했다. 2019-2020시즌을 앞두곤 마음을 비웠고, 센터로만 나섰다. "평생 배구만 했는데 왜 못 하겠냐, 나는 아프지 않다고 자기 세뇌를 했는데 그게 통했어요." 주사도 포기했는데 어깨 통증이 거짓말처럼 사라졌고 두 번째 전성기가 열렸다. 포지션 바꾼 선수론 최초로 베스트 선수상도 받았다. 그는 "이선구 감독님이 축하 전화를 주셨는데 정말 찡했다"고 했다.

한송이는 최근 총액 2억2000만원에 인삼공사와 2년 재계약했다. 6년 만에 자신의 종전 최고 연봉 기록을 갈아치웠다. 그는 "19년 차에 최고 연봉에 사인한 스스로가 너무 기특하다"고 했다. 프로 원년 멤버 한송이는 V리그 역대 공격 3위(4003점), 역대 블로킹 5위(657점), 역대 출전 경기 수 3위(423경기) 등 각종 기록에 두루 이름을 올렸다. "지금까지 배구 하나만 바라보고 살았다는 걸 기록이 보여주는 것 같아요."

도쿄올림픽은 마지막 남은 꿈이다. 그는 "1년간 기량을 더 보완하며 올림픽을 준비할 것"이라며 "메달 따고 시상대에 서는 상상을 하며 훈련한다"고 말했다.

"일본에 졌던 런던올림픽 동메달 결정전을 그날 이후 단 한 번도 쳐다보지 않았어요. 모든 걸 바쳐서라도 그날의 한을 도쿄에서 꼭 풀겠습니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