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100일] 대구 시민·우한 교민 보듬은 '사랑 바이러스' 확산

손상원 2020. 4. 26.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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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빛난 '달빛 동맹'..대구와 병상 나눈 광주
'초기 반발'은 '따뜻한 환대'로..우한 교민 품은 아산·진천·이천
대구 확진자 환송 [연합뉴스 자료사진]

(진천·광주=연합뉴스) 박종국 손상원 기자 = 제101주년 3·1절인 3월 1일 광주시청에서는 긴급 기자회견이 열렸다.

광주시, 5개 자치구, 교육청, 대학, 대학병원, 5·18 단체, 종교계, 재계, 시민사회단체 등이 참여한 광주공동체 특별담화문을 발표했다.

의료 시설이 부족해 집에서 입원 순서를 애타게 기다리는 코로나19 대구 확진자를 광주로 이송해 치료하겠다는 '달빛 동맹 병상 나눔' 선언이었다.

이날 발표는 전국 각지의 자발적 병상 지원으로 이어졌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1980년 5월 고립된 광주가 외롭지 않았던 이유는 뜻을 함께한 수많은 연대의 손길 덕분"이라며 "대구와 광주는 달빛 동맹으로 맺은 형제 도시"라고 강조했다.

대구시와 광주시는 2013년 3월 달구벌(대구)과 빛고을(광주)의 첫 글자를 딴 달빛 동맹 협약을 체결했다.

수십년간 국토를 동서로 가른 지역 갈등의 중심에 선 두 도시는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수백㎞ 물리적 거리가 무색할 만큼 가까워졌다.

광주 빛고을 전남대병원에서는 가족 단위 대구 확진자 30명이 치료를 받고 돌아갔다.

낯선 광주에 오게 돼 막막했던 환자들은 의료진의 환대에 마음이 녹았다.

의료진은 입원 기간 직접 만든 반찬을 제공하고 아이의 장난감까지 챙겼다.

경황없이 광주에 오면서 일상복을 준비하지 못했던 여성 환자는 간호사들로부터 받은 옷을 입고 대구로 돌아가기도 했다.

퇴원한 환자들은 병원 홈페이지에, 문자 메시지로, 아이가 삐뚤삐뚤 써 내려간 카드를 곁들인 참외 택배로 고마움을 전했다.

광주로 배달된 참외 [광주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광주시 관계자는 "대구는 손 내밀어 준 광주가 고맙고, 광주는 나눌 수 있어 행복하지 않겠느냐"며 "두 도시는 219km 떨어져 있지만, 마음의 거리는 사회적 거리 두기에 필요한 2m밖에 되지 않는 것 같다"고 웃었다.

진도 봄동은 별안간 '희망 배추'로 불리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4일 페이스북에 올린 '땅은 봄동을 키우고, 국민은 희망을 키워주셨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비롯된 별칭이다.

진도군 군내면 주민자치위원회는 2012년 수해 복구를 도운 인연에 보답하고자 자가격리 중인 대구 남구 320여 가구에 봄동을 보냈다.

생계비를 모은 118만7천360원을 주민센터에 건넨 기초생활 보장 수급자, 98만6천990원을 시청 사회복지과에 놓고 간 할아버지, 세뱃돈을 모아 100만원을 마련한 중학생들의 눈과 귀는 대구에 쏠려있었다.

입대를 미룬 새내기 간호사, 신임 간호장교, 공중보건의, 전국에서 파견된 의료 봉사단, 구급대원, 자원봉사자들은 위험에 아랑곳하지 않고 대구로 달려간 영웅이었다.

공중보건의 코로나19 현장 배치 교육 [연합뉴스 자료사진]

민물장어, 주먹밥, 사찰음식 등 맛과 정성을 가득 담은 도시락은 감염병과 사투하는 의료진의 원기 회복을 도왔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중국 우한 교민을 품은 지역민의 용기와 환대도 따뜻했다.

정부가 코로나19 발원지인 우한에서 귀국하는 교민 수용시설로 충남 아산 경찰 인재개발원,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을 수용시설로 결정하자 해당 지역민은 반발했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에게 물세례를 퍼붓고 거리에 드러눕기도 했던 주민들은 이내 마을회관 회의 등을 통해 교민들을 받기로 하고 마음의 빗장을 풀었다.

반대 현수막은 환영하는 내용으로 바뀌고 아산시민들은 "We are Asan(우리가 아산이다)"이라는 문구와 함께 환영 메시지를 올리는 SNS 캠페인도 벌였다.

2차에 걸친 수송 끝에 고국으로 돌아온 교민 700명(아산 527명·진천 173명)은 1월 31일, 2월 1일 입소해 14일간 격리를 마치고 건강한 모습으로 귀가했다.

우한 교민 환송 [연합뉴스 자료사진]

2월 12일 3차 입국한 교민 148명은 국방어학원이 있는 경기 이천에서 품었다.

송기섭 진천군수는 3차 귀국자들이 머무는 이천을 찾아 노하우를 전수했다.

수용 지역들에는 전국에서 후원 물품이 답지했다. 아산에 9억원대, 진천에 5억원대 후원금과 물품이 전달됐다.

여수시 관광발전협의회는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골프장, 리조트, 아쿠아리움 등 시설 이용 금액을 할인해주기도 했다.

지역난방공사는 아산, 진천, 이천 특산물을 사들여 다시 지역 복지시설에 기부해 '나눔 바이러스'를 전파했다.

윤영숙 아산 시민사회단체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수용 반대 정서가 있었지만 여론이 바뀐 뒤로는 한국인의 정, 오가는 감정의 교류를 느꼈다"며 "교민들이 돌아가는 버스에 적은 '고맙다', '다시 찾아오겠다'는 메모에는 어찌 그렇게 눈물이 났는지 모르겠다"고 웃었다.

pjk@yna.co.kr

sangwon7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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