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金’ 조혜연 프로바둑기사 9단, 1년간 스토킹한 남성 고소

‘광저우金’ 조혜연 프로바둑기사 9단, 1년간 스토킹한 남성 고소

강주리 기자
강주리 기자
입력 2020-04-24 21:36
업데이트 2020-04-24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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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바둑기사 조혜연 “‘결혼한 사이’ 허위 주장…갖은 욕설·고함에 흉기 위협도”

일면식도 없는 스토커, 우승한 경기 전날도 난동
조씨, 靑청원에 ‘솜방망이’ 스토커 처벌법 비판
경찰에 신변보호와 스토커 강력 처벌 촉구
바둑여제 조혜연 9단, 스토커 고소
바둑여제 조혜연 9단, 스토커 고소 조혜연 9단 페이스북·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2010년 광저우 아시안 게임에서 여자바둑 국가대표로 금메달을 따낸 ‘바둑여제’ 조혜연(35) 프로바둑기사 9단이 지난해부터 1년간 자신을 스토킹한 남성을 경찰에 고소했다. 조씨는 갈수록 험악해지는 스토킹을 견디다 못해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리기도 했다.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24일 조씨로부터 지난 17일 재물손괴·협박·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고소당한 남성 A씨를 임의동행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오늘 현장조사에도 A씨가 현장에 나타나 임의동행해 조사를 하고 있다”면서 “고소장에 적시된 사실관계 등을 파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씨는 지난 2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흉악한 스토커를 두려워하는 대한민국 삼십대 미혼여성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A씨로부터 당한 피해를 알렸다. 이날 오후 9시 35분 현재 1497명이 하루 만에 청원에 동의했다.
바둑여제 조혜연 9단, 스토커 고소
바둑여제 조혜연 9단, 스토커 고소 조혜연 9단이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2020-04-24
“공권력이 가두기는커녕 구류도 못해
벌금 5만원에 훈방조치가 전부”

바둑 학원을 운영하는 조씨는 “A씨가 1년 전부터 저의 사업장에 나타나 갖은 욕설과 고함을 치고 있다”면서 “초등학생들은 스토커를 보고 놀라 트라우마가 생겼다. 학부모들의 불안과 근심도 엄청나다”고 불안해했다.

조씨는 “22일 밤에는 으슥한 곳에서 나타나 온 동네가 떠나가도록 한 시간 정도 고함을 쳤다”면서 “그간 경찰에 3차례 신고했으나 사실상 훈방 조치했다. 그래서 오늘인 23일도 사업장에 나타나겠다고 선언한 상태”라고 썼다.

조씨는 스토킹 관련 처벌이 약해서 재발하는 것 같다며 신변 보호와 강력한 처벌을 촉구했다.

조씨는 “공권력이 이 사람을 가두기는커녕 구류도 하지 못한다”면서 “바둑 교습소의 어린 학생과 학부모도 피해를 입고 두려워하는 데까지 이르렀는데, 그간 경찰에 신고한 결과는 벌금 5만원이나 훈방조치 등이 전부”라고 솜방망이 처벌을 비판했다.

조씨는 “이런 일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것은 현행 스토커처벌법이 너무 경미하고 미약한 처벌을 해서 아닌가 싶다”면서 “국회 차원에서 스토커처벌법을 강력 범죄로 다뤄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바둑여제 조혜연 9단, 스토커 고소
바둑여제 조혜연 9단, 스토커 고소 KBS 영상 캡처
스토커, 조혜연 찾아가 학원 벽에 음담패설·모욕 낙서
조씨는 이날 KBS와의 인터뷰에서 “신원 미상인 남성에게 1년여 동안 스토킹 피해를 겪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조씨는 그간 겪었던 스토킹의 고통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조씨는 일면식도 없던 한 남성이 자신의 직장 건물 외벽에 지속해서 협박성 낙서를 남기는가 하면, 흉기를 들고 찾아와 협박했다고 전했다.

조씨는 “지난해 4월 한 남성이 처음 교습소에 나타나 ‘조혜연을 보러 왔다’며 횡설수설하기에 잘 달래서 보냈지만 이후에도 반복해서 나타났다”고 말했다.

조씨에 따르면 교습소 건물 벽에 ‘사랑한다’, ‘보고싶다’, ‘널 원한다’ 등 낙서를 남기기 시작했고 “조혜연은 나와 결혼한 사이”라며 허위 사실도 주장하고 다녔다. 심지어 구애 문구를 넘어 ‘더러운 여자’ 등 모욕적인 낙서도 서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에는 낙서의 양이 건물 외벽을 덮어 참다 못한 조씨의 아버지가 벽을 도배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국중인 조혜연
대국중인 조혜연 26일 중국 광저우 체스 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여자바둑 단체전 결승에서 한국 조혜연이 중국 탕위와 대국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창호 9단도 꺾은 ‘바둑여제’ 조혜연
대주배 남녀 최강자 여자 최초 우승자
결승전 전날 스토커 찾아와 고성 소동

조씨는 명실상부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 정상급 ‘바둑여제’였지만 경기 전날에도 스토커의 행각에 떨어야 했다.

조씨는 지난 10일에는 여자 최초로 ‘대주배 남녀 프로시니어 최강자전’에서 우승했는데 결승전을 하루 앞둔 9일에도 조씨를 있는 바둑 학원을 찾아와 난동을 부렸다.

지난 22일 밤에는 으슥한 곳에서 나타나 온 동네에 들릴 만큼 큰 소리로 한 시간 정도 고함을 지르기도 했다.

11살의 나이로 1997년 프로에 입단한 조씨는 2002년 세계여자바둑대회 우승을 거둔 뒤, 프로 통산 우승을 5번이나 할 정도로 실력을 인정 받았다. 2003년 제9기 여류국수전과 이듬해 제5기 여류명인전에서 우승하면서 세계 정상급 기사로 자리매김했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는 여자단체 종목에서 중국을 꺾고 금메달을 획득했다. 2017년 8월 지지옥션배 결승에서는 이창호 9단과 대국해 반집 차이로 승리하며 우승했다.
조혜연 9단이 초등학교 4학년인 1995년, 세계소년소녀 4대도시대항전(한국, 일본, 중국, 대만)에서 한국 대표로 나서 당시 일본 대표인 스즈키 아유미(현재 프로 7단)와 대국하는 모습. 조혜연 9단 제공
조혜연 9단이 초등학교 4학년인 1995년, 세계소년소녀 4대도시대항전(한국, 일본, 중국, 대만)에서 한국 대표로 나서 당시 일본 대표인 스즈키 아유미(현재 프로 7단)와 대국하는 모습. 조혜연 9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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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지지옥션배 결승에서 이창호(오른쪽) 9단과 대국하는 조혜연 9단. 이창호 9단에 반집 차이로 승리하면서 이 대회에서 우승했다. 조혜연 9단 제공
2017년 8월 지지옥션배 결승에서 이창호(오른쪽) 9단과 대국하는 조혜연 9단. 이창호 9단에 반집 차이로 승리하면서 이 대회에서 우승했다. 조혜연 9단 제공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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